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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좋은 드라마로 행복한 시간… 남편 이병헌 도움 컸죠”
기사입력 2020.09.29 17: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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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민정(39)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결혼·출산 이후에도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온 그였지만 최근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극본 양희승·연출 이재상)가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은 덕분이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이하 ‘한다다’)는 바람 잘 날 없는 송가네의 파란만장한 이혼 스토리로 시작해 사랑과 가족애를 녹여내며 인기를 얻었다. 최고 시청률은 무려 37%(닐슨코리아)를 기록, TV 앞을 떠난 시청자들을 제대로 끌어 모았다. 그래서일까. 드라마는 끝났지만 이민정은 여전히 <한다다>의 여운이 가득한 모습이다.

“올해 초부터 오랜만에 긴 호흡의 촬영을 하다 보니 완급조절과 건강관리를 해야 했고, 미니시리즈와 달리 여러분들과 함께하며 만들어지는 것들이 많아서 재미있었어요. 오랜 시간 해서 그런지 끝난 것 같지 않고 다시 세트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KBS2 <꽃보다 남자>(2009)로 본격적으로 TV 시청자를 만나온 이민정은 SBS <그대 웃어요> (2009)로 단숨에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에도 그는 KBS2 <빅>(2013), MBC <앙큼한 돌싱녀>(2014), SBS <돌아와요 아저씨>(2016) 등 다수의 작품에서 활약했지만 <그대 웃어요>에 이어 10년 만에 만난 <한다다>를 통해 주말극에서만 두 번의 홈런을 쳐냈다.

이민정에게 <한다다>는 오케스트라 같은 작품이었다. “장편과 인물이 많은 드라마는 처음인데, 예전에는 트리오, 관현악4중주 같았다면 이 드라마는 오케스트라 같은 느낌이어서 내가 치고 나와야 할 때, 내가 쉬어줘야 할 때가 확실했던 작품이었어요. 그 완급조절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부분을 맞춰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남녀노소 많은 시청자가 함께 울고 웃으며 본 만큼, <한다다> 이후론 팬층도 한층 넓어졌단다.

“본방으로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다운로드로 보는 젊은 분들도 많았다고 들었어요. 주변에서도 다들 ‘재미있게 보고 있다’ ‘잘 보고 있다’ ‘편하고 재미있다’라고 해서 좋았고, 특히 어린 친구들의 반응이 뜨거워 놀랐어요. 팬사이트를 만들고, 인스타로 사진 보내고, 쪽지 보내고 그러더라고요. 시청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부담감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한다다>는 송가네 4남매가 모두 이혼했다는 다소 극단적 설정에서 출발했지만 현실감 있는 따뜻한 전개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기존과는 다른 편안함으로 다가와

극중 송나희 역을 맡은 이민정의 연기는 여타 드라마에서와 또 다른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실제로는 수더분한 듯해도 ‘여배우’ 아우라가 강한 탓에 전작들의 경우 극중 ‘캐릭터’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됐었기 때문. 이에 대해 이민정은 “아무래도 미니시리즈는 멜로나 사건위주가 많아서 거기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 드라마는 가족이야기라 가족 간 갈등이나 문제 해결하는 내용이 일상 속에서 보이는 모습과 닮아서 연기적으로 접근하기가 수월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내용적으로 마음이 따듯해지는 지점들,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았고, 그런 점이 <한다다>를 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작품 전반적으로 온기가 가득했던 만큼, 극중 송가네 식구들의 케미는 남달랐다. 서로 티격태격하다가도 막내 다희(이초희 분)의 파혼 이유를 알고 함께 복수하는 등 ‘찐남매’ 케미는 실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리얼했다.

“오윤아 언니는 원래 친분이 있어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요. 다희가 나희에게 쪼는 캐릭터로 나오는 장면들을 사람들이 재밌어했어요. 저는 실제 언니가 없지만 주변의 언니들이 동생들을 많이 잡는 경우들을 봤는데, 수학 가르쳐주는 장면에서 실제로 다희가 엄청 긴장했죠. 미안했던 게 엉덩이를 때리는 장면이었는데, 이불을 덮고 있어 조금 세게 때렸는데 제 손이 매워서 그새 퍼렇게 멍이 들었더라고요. 초희 씨는 괜찮다고 했지만 많이 미안했어요. 오대환 오빠는 극중에서 엉뚱한 얘기를 해서 나희가 뭐라고 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런 현실적인 장면에서 케미가 잘 살았어요.”

드라마는 송가네 식구들 이야기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극중 나희와 규진(이상엽 분)의 러브라인도 시종 화제였다. 특히 이민정은 나희의 이혼부터 재결합하기까지의 다양한 감정을 그려내야 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재결합하는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고 공감하게 만들기에 나희의 감정이 너무 급진전된 부분이 없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작가님께선 가슴 한편에 숨겨왔던 부분을 서서히 알게 되는 사람도 있지만 나희 캐릭터는 처음에 아니라고 부정했던 것이 한순간에 깨지는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그 지점을 생각하면서 변화하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죠.”

이민정과 이상엽의 연기 케미가 워낙 좋았던 탓에 극중 나희와 규진의 러브라인이 깊어질수록 시청자들 사이에는 ‘이병헌(이민정 남편) 눈 감아’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 이에 이민정은 “멜로가 위주인 드라마가 아니라서 특별한 애정신이 있지는 않았는데, 아들이 오히려 ‘큰일났다’는 반응을 했다. 아빠는 괜찮은데 아들이 ‘아빠 화내겠다’며 아빠의 눈치를 보더라”며 웃었다.

친정엄마(차화연 분)나 시어머니(김보연 분)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 없이 ‘엄지 척’이었다. 이민정은 “차화연 선생님과 김보연 선생님은 작품하는 동안 가장 많이 의지했던 분들이다. 실제로 성격적으로도 잘 맞아서 화기애애하고 수다도 많이 떨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연기 호흡도 좋았다. 두 분의 연기에 제가 생각지 못했던 감정을 주기도 하고 느끼기도 해서 함께하는 장면들은 연기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극중 차화연이 딸의 유산 사실을 뒤늦게 알고 위로해주는 신에 이어 재결합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장면에선 이민정과 차화연의 몰입도가 엄청났다. 실제 촬영 당시 분위기는 어땠을까. “자기가 경험해 본 건, 상상으로 하는 연기와는 확실히 다른 지점이 있는 것 같긴 해요. 저 또한 개인적으로 이 두 장면이 좋았어요. 특히 나희와 규진이 유산 때문에 겪었던 큰 아픔이 나희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내 안에 녹아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어요. 감동스럽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한 감정이 생겼던 것 같아요. 대본에서는 ‘환하게 웃는다’라는 지문이었는데 과연 그냥 환하게만 웃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울컥한 느낌으로 미소를 짓는 것으로 표현했어요. 작가님도 복잡 미묘한 그 감정을 다 지문으로 쓰기엔 힘들다 생각해서 배우에게 맡겨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순간 되게 벅찬 감정이 올라와서 자연스럽게 그런 연기가 나왔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실제 이민정은 어떤 딸이자 며느리일까. 그는 “기본적으로 부모님들과 자주 왕래하는 편인데, 엄마에게 속내를 잘 말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실제 고부 관계는 극중 고부 관계와는 180도 다르다고. “저희 시어머니는 저에게 지원군 같은 분이세요. 극 초반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이해가 안 되었을 때 감독님께서 실제 고부간 사이가 너무 좋아서 이해를 못하는 거 같다고 하시기도 했어요.(웃음)”

남편 이병헌은 이민정의 최측근 ‘1호’ 시청자였다. 이민정은 “남편은 디테일하게 매의 눈으로 잘 봐줬다. 좋았던 신이나 이런 케이스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을 주기도 하고 가족들이 공감하며 봤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실생활선 어느새 ‘베테랑 주부’

2013년 결혼, 2년 뒤인 2015년 아들을 낳은 이민정. 미모의 여배우로서 상큼하고 청초한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실생활에선 어느새 ‘베테랑 주부’다. 이민정은 “실제 생활 속의 저는 남편과 아이에게 나의 부재로 인한 불안함을 안 갖게 하고 싶고, 그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인 관계성도 중요하게 생각해서 남편의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아이의 친구들 엄마들과도 잘 지내는 편”이라며 “편안한 친구 같은 엄마이자 아내인 것 같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음식 사진이 종종 화제가 되지만 “주부에게는 요리가 취미가 아닌 일상”이라며 예의 담담했다. 대중의 눈에는 ‘톱스타’지만 이민정 역시 평범한 주부라는 게 실감나는 대목이다. “인스타그램에 요리 사진 올린 것을 보고 많이 ‘털털하다’는 얘기를 해주시는 것 같은데, 주부에게는 요리가 취미가 아니라 먹고 살아야 하는 생활이라고 생각해요. 요리가 어렵기도 하지만, 외식하기가 쉽지 않으니 집에서 이것저것 만들어서 먹어요. 원래 요리는 양식을 좋아하고 잘했었는데, 남편이 한식을 워낙 좋아하니까 갈비찜, 김치찌개, 제육복음 등을 자주 하면서 그쪽을 잘하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아들에게만큼은 있는 힘껏 모든 걸 다 쏟아주고 싶은 마음은 여느 엄마와 다름없다. 밤샘 촬영이나 불규칙한 스케줄이라도 아이에게는 평범한 엄마이고 싶은 마음에서다.

“제 일만큼이나 아이에게 지금의 시간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잠을 아껴서라도 아이와 놀아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밤새 촬영을 하고 와서 아침에 아이와 놀아주기 때문에 어떨 땐 아이가 내가 촬영하고 온 걸 모를 때도 있어요. 체력적으로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힘들긴 하죠. 하지만 그렇게 해서 아이가 밝고 엄마의 부재 없이 잘 크고 있는 것 같고, 그런 모습을 보면 힘든 순간들이 다 극복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일하는 엄마들이 다 그렇게 하면서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한순간이라도 삐끗하면 무너지는 게 일과 가정의 양립이다. ‘5년 차 워킹맘’ 이민정은 그래서 매 순간 더 많이 노력한다.



“체력적으로 힘들죠. 만약에 강남에서 촬영을 하다가 중간에 대기 시간이 길게 남는 경우, 식사를 하거나 쉬기보다는 집에 잠시 들러 아이를 보고 나오는 쪽을 택해요. 밥을 편하게 먹는 것 보다 아이에게 최대한 나의 부재를 안 주고 싶어요. 촬영하러 나가면 ‘빨리 와! 왜 나가’라고 말하니까 내가 체력적으로 힘들지라도 아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엄마’ 이민정의 든든한 지원군은 남편이자 ‘아빠’인 이병헌이다. “이번 작품 활동하면서 특히 남편이 많이 힘이 되었어요. 제가 촬영할 때 아이와 함께하며 많이 챙겨줬거든요. 남자아이라 한창 몸으로 격하게 노는 걸 좋아하는 시기인데 많이 힘이 됐죠.”

올해 서른아홉 살인 이민정. 아내이자, 엄마이자, 며느리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30대 ‘인간’ 이민정의 지난 나날은 어땠을까. “30대는 제 인생이 가장 많이 바뀐 시기예요. 우선 엄마가 되었다는 자체 그것 하나만으로 아주 다른 인생이 된 것 같아요. 아이 키우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감이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크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20대는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면 30대가 다이내믹하면서 좋았던 시간이었어요.”

다이내믹한 변화에도 불구,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그의 빛나는 미모가 아닐까. 최근 들어 유독 ‘이병헌이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반응이 많아졌을 정도로 <한다다> 속 이민정에게선 화려함 아닌, 따뜻하고 환한 빛이 났다. 바쁜 일상 속 미모 유지 비결을 묻자 “사실 특별하게 관리하는 게 없다”는 부러운 답이 돌아왔다.

“이번 드라마는 너무나 힘들어서 피부과를 간다거나 관리를 받거나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래도 비결이라면, 즐겁게 살고, 확실한 건 잠 잘 자고 물 많이 마시고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것 말고는 특별한 건 없었어요.”

혹자에게 이민정은 ‘강남 5대 얼짱’ 출신으로 어느 순간 확 뜬 ‘스타’로 기억될지 모르지만, 기실 이민정은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하고, 대학로 무대부터 시작해 안방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단역부터 조연을 차근차근 거쳐 주연배우까지 성장하는 계단식 여정을 밟아왔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저는 한순간도 허송세월을 안 보내려고 해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배우는 결국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게 에너지가 터지고 시너지가 생기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절대 혼자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예전에도 느꼈지만 갈수록 더욱 느끼게 돼요. 좋은 작품을 통해 팬들과 만나는 것이 영원한 저의 숙제이자 이슈인 것 같아요.”

여전히 연기의 ‘맛’을 알아가고 있는 이민정은 “배우로서 앞으로도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다.
사건을 해결하는 스릴러 같은 장르물도 해보고 싶고, 사극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민정은 “일도 가정도 잘하고 싶었고, 인간으로 배우로 잘 살고 싶다. 물론 그것이 체력적으로 힘들고 두 부분에서 똑같이 100점을 받을 수는 없지만, 나의 최대치를 발휘하고 싶다는 것이 욕심이자 목표”라고 눈을 반짝였다.

[박세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제공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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