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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2) ‘빡친’ 선배를 위한 가이드북 저자 임홍택 “까라면 까라고 말하는 당신은 꼰대, 때론 싫어도 해야 한다는 걸 납득시켜야”
기사입력 2019.02.07 15: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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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무 살이 된 1999년생부터 서른 살이 된 1990년생까지. 시장에선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자요, 조직에선 패기 넘치는 신입사원이 된 ‘1990년대생’이 요즘 화두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기만 한 건 아니다. 기성세대 입장에선 이 후배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그래서 새로운 세상을 주도하는 낯선 존재들과 살기가 녹록지 않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어떤 이는 관점이 다르다고, 다른 이는 무례하다고 다그치기도 한다. 최근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도 바로 이 1990년대생에 초점을 맞췄다. 책 제목은 <90년생이 온다>(지난해 11월에 출간에 벌써 13쇄나 인쇄했다).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이란 부제가 제목 옆에 선명하다. 아예 “얘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란 문구도 큼직하게 표지에 새겼다. 과연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헤친 이는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현직 과장 임홍택 씨. 현재 육아휴직 중이라는 그에게 도대체 1990년대생의 문제가 뭐냐고 물었더니 부제처럼 간단하고 솔직한 답이 돌아왔다. 선배 입장에선 ‘나만 이런 고민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는’, 후배 입장에선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나름의 공감에 ‘빡치도록’ 답답했던 가슴이 잠시나마 후련했다.

저자 임홍택 1982년에 태어났다. 2007년 CJ그룹에 입사해 CJ인재원 신입사원 입문 교육과 CJ제일제당 소비자팀 VOC 분석업무를 담당하는 등 다채로운 직무를 경험했다. KAIST 경영대학에서 정보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브랜드 매니저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제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9급 공무원 세대〉로 은상을 수상했다. 필명은 편집왕, 2011년에 <포스퀘어 스토리>를 출간하기도 했다. 줄임말에 은어까지 처음엔 대화 내용도 이해 못해

▶현재 육아휴직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1년 받았어요. 지금 7개월째고 딸 키우면서 쉴 틈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육아란 게 사실 보통일이 아닌데, 책 쓸 시간이 있었던 겁니까.

▷아, 원고는 사실 2014년에 완성된 거예요. 책 쓰려고 육아휴직 낸 거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애 보면서 그럴 시간이 있나요. 책 읽기도 빠듯합니다.(웃음)

▶1990년대생에 포커스를 맞춘 이유라면.

▷2012년에 CJ인재원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맡았는데, 그때 처음 1990년대 생들을 만났어요. 2013년부터 입사했는데, 그들을 알기 위해서 공부하게 됐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대학생들과 교류하는 기회도 갖게 됐는데, 대화내용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더라고요.

▶대화가 안됐다? 나이차가 많지 않은데도 그랬나요.

▷제가 1982년생이니 1990년생과는 8년 차이에요. 당시엔 저도 대학을 졸업한 지 5년밖에 지나지 않아서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실제로 대화의 70%는 이해하지 못했어요. 줄임말은 둘째 치고 은어가 얼마나 많던지. 그래서 더 알아보고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책을 쓰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국내에 1990년대생에 대한 자료가 있는지 찾아봤더니 전혀 없더군요. 반면에 미국이나 중국에선 세대 갈등에 대한 연구나 보도 등이 시작되고 있었어요.

▶2014년에 원고를 완성했으면 출간이 꽤 늦었는데.

▷궁금한 마음에 혼자 조사하고 리포트처럼 써놨는데, 책을 내려고 했던 게 아니라서 그냥 묵혀뒀어요. 버리긴 아까워서 2017년 말에 온라인에 게재했는데, 우연치 않게 다음카카오에서 상을 받게 됐습니다. 그렇게 출판까지 왔습니다.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지음 | 웨일북 2018년 11월16일 출간

전혀 예상 못한 답변에 당황, 뭐 이런…

▶출간 후 달라진 점이 있을 텐데요.

▷중견, 중소기업,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뵐 기회가 많아졌어요. 다들 첫 마디가 신입사원들 때문에 너무 고민이라고 하십니다. 대부분 신입사원들이 1990년대생들인데, 선배들이 20~30년간 조직생활을 하며 겪은 경험이나 내부규정에 대해 조언하면 수긍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는 거예요.

▶가장 큰 문제라면.

▷일례로 퇴근 후에 이런 공부를 하면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했는데, 대뜸 그럼 근무시간에 해도 되겠냐는 답변이 돌아온다는 겁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머리가 띵한 거죠. 선배세대 입장에선 가슴이 콱 막힐 만큼 당황스러운 겁니다. 회식을 점심식사로 대체하는 건 기본이고, 어떤 임원 분은 대표와의 대화 자리에서 신입사원이 회사 복지가 잘못된 거 아니냐고 따지고 드는 통에 식은땀이 다 났다고 하시더군요. 대화의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건 맞는데, 그 자리를 준비한 임원이나 선배들은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겠어요. 그야말로 미친 상황이죠. 선배들 입장에선 당연한 기준이 통하지 않는 겁니다. 어떤 기업은 회식자리에 대표와 신입사원들이 함께 앉았는데, 불판에 고기가 올라가든 말든 아무도 신경을 안 쓰더라는 거예요. 어쩌면 유치할 수도 있는데, 조직 입장에선 작은 것 하나도 그냥 넘길 수 없잖아요. 다음날 바로 위 선배가 신입사원들을 소집해서 그런 건 잘못된 거라고 주의를 줬더니 고작 그런 일로 근무시간에 불러내는 거냐고 오히려 항의가 돌아왔다고 합니다.

▶책을 읽고 1990년대생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건가요.

▷아니죠. 어떤 분들은 제 책을 봐도 그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세요. 열정이 없고 무례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데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이미 1990년대생들과의 소통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죠. 혼자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니 다른 이에게 묻고 토로하는 겁니다.

▶그런 분들에겐 어떤 조언을 합니까.

▷서로 접점을 찾아가야죠. 책에는 제 궁금증이 바탕이 된 일반적인 속성들이 담겼는데, 그럼에도 그들을 이해하라는 말은 전혀 없어요. 그저 예상 못한 말이나 상황에 당황하지 말자는 것이죠. 미리 그런 상황을 알면 당황하진 않잖아요.

▶윗세대와 아랫세대의 갈등 중 가장 일반적인 게 출퇴근에 대한 문제던데, 이건 이 세대와도 여전한 건가요.

▷물론이죠.(웃음) 사실 저도 그렇지만 선배들은 일찍 출근하는 게 미덕이라고 믿고 있잖아요. 신입사원들에게 1시간 먼저 출근해서 준비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강요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들 입장에서 이건 권리를 뺏는 거예요. 최근에 한 구청에서 구청장님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도 젊은 9급 공무원들이 패기는 좋은데 퇴근시간이면 하던 일 멈추고 그냥 간다는 거예요. 다음날 행사가 있어서 오늘 안에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땡 치면 그냥 간다는 거죠. 심지어 야근수당도 꼬박꼬박 챙겨주는데 야근하는 이가 없다는 겁니다. 또 한 가지, 선배들이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해도 묻질 않아요. 묻지 않아서 혼나는 것 보다 그 선배랑 말 섞기가 싫은 거죠. 차라리 안 묻고 그냥 혼나겠다는 겁니다.

▶그건 스스로 벽을 치는 것 아닌가요.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스스로의 기준으로 볼 때 그 선배가 능력이 없거나 존경할 가치가 없다는 거죠. 또 우리 사회에는 아직 나이로 뭉개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에 대한 반감도 있습니다.

▶나이로 뭉갠다?

▷제 책을 보시면 아예 제가 1982년생이라고 명시해놨어요. 사실 책에 저자의 나이를 명시하진 않잖아요. 혹시 1990년대생이 자기들을 알아달라고 쓴 책 아닐까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공개했는데, 책 관련해서 전화를 주신 분들 중에 대뜸 “1982년생이시죠? 난 1970년생인데 띠 동갑이네요”, “혹은 내가 더 많네요.”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기분 좋진 않죠. 1990년대생들은 이런 식의 정서적 피해를 폭력적인 피해와 동일하게 생각합니다. 때리고 맞아서 고소, 고발하는 게 아니라 반말이나 면박처럼 정서적인 피해를 줘서, 속된 말로 갈궈서 기분이 나쁜 겁니다. 물론 당장 해법이 나오진 않겠지만 그들이 왜 그러는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선배들 입장에서 이유를 찾고 알아야겠죠.

열심히 안 해도 똑같은 월급, 어쩌면 전략적인 선택

▶책에서는 10년 단위로 세대를 구분했습니다. 그럼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은 어떻게 다른 겁니까.

▷우선 10년 단위로 세대를 구분한 건 중국의 사례를 참고한 겁니다. 차이점이라면… 1980년대생이 조직에 갖고 있는 불만을 1990년대생은 입 밖으로 말하고 있는 거죠. 그건 1970년대생도 마찬가진데, 세상에 어떤 이가 야근하고 싶고 막말 듣는 걸 참고 싶겠어요. 윗 선배들은 담아 두고 있는 걸 그냥 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1970년대생은 믿었던 회사에서 IMF때 잘렸고, 1980년대생은 2008년 금융위기에 신입사원들이 잘린 세대에요. 회사가 고용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1990년대생들은 그런 선배들과 언론을 통해 이미 그런 상황이 됐다는 걸 알고 있어요.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어차피 돈은 똑같이 나온다는 걸, 상사가 내 월급을 챙겨주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어쩌면 전략적인 선택을 한 거죠.

▶하지만 선배들의 입장에선 꼭 그런 것만도 아닌데.

▷그렇죠. 경험한 선배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면 쉽게 올라갈 수 없다는 걸.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그게 사람 관계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세대 간에 공통 접점이 필요합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경영보다 어려운 숙제네요.

▷특히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주말에 본인이 직접 출근해 업무를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답답하니까 스스로 해결하는 건데, 그런 이유로 40~50대만 몰래 출근하는 기업들이 꽤 있습니다.

▶해결방법 있긴 한 겁니까.

▷정답이 있을 순 없겠죠. 기존에 하던 대로 강압적으로 나서던지, 관리자가 나서던지, 아니면 서로 접점을 찾을 수밖에 없어요. 개인적으론 마지막 방법이 최선이라고 봅니다. 확실한 건 1990년대생은 자발적으로 움직인다는 거예요. 스스로 하고 싶은 건 하지 말라고 해도 나섭니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는 걸 어떻게 납득시키느냐가 관건입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답답해지는데요.

▷이 회사, 이 선배가 나의 행복을 저해하면 대화가 안 되는 거죠.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

▶그러고 보니 책 내용이 90년대생을 위한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런 내용이 아니에요. 사실 전 이 책을 90년대생이 읽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무리 떠들고 관련 책을 100권, 200권 읽어봤자 그들을 100% 이해할 순 없거든요. 그런데 정작 포털사이트를 보면 20대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고 댓글도 많이 달고 있습니다.

▶그건 또 어떤 이유죠.

▷스스로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라는 공감을 얻는 것 같아요. 그들도 외로운 거죠. 그동안 이상하다고 왜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느냐고 지적만 받았는데,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고 싶은 것 아닐까요. 그만큼 서로가 힘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이트에 이런 댓글이 있었어요. ‘리더는 외롭지 않게 신입들은 두렵지 않게.’ 둘 다 힘든 겁니다.

▶저자가 정의한 1990년대생이 궁금해지는데요.

▷직장생활에서 보면 지각하고 혼밥 좋아하고 자신만 아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하고 싶은 게 분명한 똑똑한 친구들이죠. 많은 기업들이 이들은 가르쳐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모르는 업무는 그러한데, 4차 산업혁명, 융합의 시대에는 이들의 말이 통할 때도 있는 거예요. 그런데 믿어주질 않아요. 믿고 ‘해봐’라는 기업의 문화가 중요합니다.
CEO나 임원, 선배들이 모든 걸 알 순 없잖아요. 이들도 알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접점이 눈에 보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일례로 좀 더 친절하게 지적해줄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선배세대가 피처폰의 배터리 표시창처럼 서너 칸 정도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후배들은 스마트폰 배터리 표시처럼 100%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1%가 표시되는 세상이 익숙한 후배에게 어떤 게 미진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지 세세하게 지적하고 지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에요. 관점이 다를 뿐입니다.

▶그럼 꼰대는 어떻게 판명할 수 있습니까.

▷제 책에도 꼰대 테스트가 있는데, 한 가지 항목이라도 해당되면 꼰대라고 해놨어요. 그러니까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는 거죠. 굳이 이 단어에 함몰될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대신 누가 봐도 심한 이들에겐 꼰대 대신 ‘괴물’이란 호칭이 어떨까요. 영화 <생활의 발견>에 나오는 대사 중 이런 게 있는데,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고.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지만 괴물은 되지 말아야죠.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1호 (2019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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