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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돌아온 배우 구혜선, 얼짱 배우서 소설가·감독·화가로 종횡무진
기사입력 2019.07.29 14: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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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35)은 팔방미인이다. ‘인터넷 얼짱’ 출신으로 연예계에 입문, 배우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커리어를 쌓은 것은 어쩌면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구혜선은 소설가, 영화감독, 음악감독, 화가 등 다양한 예술 및 창작 활동을 통해 행동 반경을 넓혀갔다. 다만 상업주의적인 활동이 아닌, 그의 말처럼 ‘작가주의적’ 활동이었지만 그간 차근차근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심상치 않다.

최근 출간한 소설 <눈물은 하트 모양>은 2012년 <복숭아 나무>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작품. 하지만 집필 시점은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30대 중반 기혼 여성의 삶을 살고 있는 그가 20대 후반 무렵, 첫 연애의 기억을 떠올리며 써내려간 자전적 창작물이다.

“20대 때 연애담을 쓴 책이에요. 20대 중반에 썼으니까, 7~8년도 더 됐네요. 지금은 좀 퇴화했지만 20대 땐 창작욕구가 많았거든요. 점점 현실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상상력이 이제 내게서 안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애착을 갖고 있던 작품이죠.”

당시 구혜선은 이 작품을 영화로 제작하려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로 집필했다. 하지만 투자가 여의치 않자 오랜 시간 묵혀뒀다 다시 소설로 방향을 바꿔 세상에 내놓게 됐다.



▶시나리오 집필하려다 소설로 전환

“원래는 영화 시나리오였는데, 제 영화가 잘 안되다 보니(웃음) 투자가 안 되고 진행이 안 됐죠.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 ‘이건 누가 쓴 거지? 내가 이런 걸 썼다고?’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미있게 읽었죠. 버리기 아까웠어요. ‘이걸 꼭 영화로 해야 하나?’ 싶어 소설로 다시 작업했죠. 시나리오로 보면 더 적나라해요. 욕도 많고(웃음). 그래도 약간 말랑말랑하게 순화해서 나오게 됐어요.” <눈물은 하트 모양>은 예상하기 힘든 성격의 여자 ‘소주’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끌려들어 가는 남자 ‘상식’의 사랑을 담은 소설이다. 구혜선 특유의 발랄한 문체와 그의 연애에 대한 남다른 시각들이 인상적이다.

애초 타이틀은 <눈물은 하트 모양>이 아닌 <소주의 상식>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원 타이틀이 마음에 들지만 20대 인싸들을 위한 소설을 노리고 출판사에서 투표를 해서 <눈물은 하트 모양>이라는 제목으로 내게 됐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소주도, 상식도 각각의 의미로 통용되는 단어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인물명이다. “소설은 소주라는 이상한 여자애를, 상식이라는 남자의 시각으로 이야기하며 전개돼요. 소주는 마치 ‘엽기적인 그녀’ 같은, 좀 이상하지만 사랑스러운 인물이죠. 상처가 많지만 순수한 아이예요.”

여주인공 이름이 ‘소주’가 된 것은 “이별하고 소주를 많이 먹어서”라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실제 실연한 뒤 소주를 왕창 마셨다”는 구혜선은 소주에게 실제 자신의 20대 때 모습을 상당 부분 투영했다.

“20대 땐 저도 소주 같은 면이 있었어요. 첫사랑 실패의 상처가 커서 연애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결혼할 것 아니면 굳이 만나고 싶지 않다가도 막상 좋아하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소주의 그런 모습에는 제 모습도 투영된 거죠. 그렇다고 제가 소주 같기만 한 건 아니에요. 상식에게도 제 모습이 투영돼 있어요.”

소설 속 소주처럼, 구혜선도 첫 연애의 기억은 또렷하다. “첫사랑 실패의 상처가 컸어요. 그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스스로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는거죠. 그렇게 인정하려 하고, 이해하려 하면서도 연애에 회의적이 되고, 방황하던 시기에 썼던 것 같아요.”

과거에 써 놓은, 그보다 더 과거의 연애 이야기라지만 현재 ‘유부녀’인 만큼 세상에 꺼내놓기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그럼에도 자신 있게 책으로 내놓을 수 있었던 건 남편(안재현)의 응원과 격려의 힘이 컸다고.

“남편도 (제 과거 연애담을) 다 알아요. 우린 서로 다 알죠. 자기도 그랬던 적 있었다고. 집 앞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지하철이 끊겨 지하철역 계단에서 밤샌 적도 있다고. 남편도 그런 경험 있다고 서로 이야기하고 그랬어요.”

소설은 엄연히 ‘픽션’이지만 그럼에도 작가가 “자전적 작품”이라 할 정도니, <눈물은 하트 모양>을 통해 구혜선의 과거 행동과 생각을 제법 들여다볼 수 있겠다. 이쯤 되면 남편의 ‘솔직한’ 반응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안재현 씨는 ‘독특하다’고 했어요. 캐릭터가 독특해서 전체적으로 독립영화를 본 것 같다고 하더군요. 결혼한 사람이 연애소설을 냈는데 그렇게 담담한 남편도 없을 걸요. 보통은 싫어할 텐데. 정말 고마웠어요.”

구혜선은 그러면서도 “저도 남편 이야기를 담담하게 듣는 편”이라며 말을 이었다. “남편의 연애사를 듣고, 연애편지도 같이 읽죠. 가지고 있더라고요. 처음엔 기분이 조금 언짢았는데 저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결혼 전 여자친구에게 쓴 편지를 같이 읽으면서 ‘다 똑같구나’ 싶은 생각을 했어요.”

결과적으로 구혜선과 안재현이 결혼에 골인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지막 연애 상대’가 됐다. 구혜선의 ‘마지막 연애’ 역시 궁금했다. 질풍노도의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어느 정도 완성된 연애였을까.

“아니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았어요. ‘나보다 더 독특한 것 같아’ ‘나보다 더 특이해’ 이런 생각을 했죠.(웃음)”

두 사람은 드라마 <블러드>에서 호흡을 맞추며 처음 인연을 맺었다. “연애에 지쳐 다신 누구를 만나고 싶지 않던 시기가 있었어요. 이별에 지쳐 내가 너무 망가지는 것 같고, 스스로 너무 학대하는 것 같아 당분간 연애를 안 해야지 다짐했었죠. 시간이 좀 지나 스스로 평정심을 찾았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젊은 남자가 자꾸 나를 쳐다보더라고요. ‘이건 뭐지?’ 싶었죠.”

구혜선은 “처음엔 (안재현을) 엄청 피했다. 감정을 차단하려 애썼는데 마음처럼 안 되더라”며 안재현과의 연애담을 털어놨다. “연애할 때의 안재현은, 갓 태어난 신생아 같은, 때 묻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때 묻지 않고 맑은, 순수한 느낌이 좋았죠. 지금은 뭐, 때 많이 묻었지만요. 하하.”

언젠가 안재현과의 연애담을 소설로 남길 기회가 있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만면에 웃음이 번진 구혜선의 입에선 뜻밖의 말이 나왔다.

“사실 안재현 씨와 연애할 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사랑은 스트레스 같다’고요. 스트레스를 받는 게 사랑이라고요(웃음).”

그러면서 구혜선은 소설 속 에피소드라 해도 충분할 정도로 평범한 듯 특별하고, 로맨틱하고 유머러스한 일화를 가감 없이 쏟아냈다.

“더 이상 이별을 감당할 힘이 없다”는 구혜선의 손을 잡은 안재현. 처음부터 ‘결혼 전제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은 어쩌면 서로 다른 부분도, 닮은 부분도 많은 운명의 단짝이다. “저는 곰탱이 같은 면이 많은데 남편은 여우인 듯 곰인 듯 반전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서도 “순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평만큼은 구혜선에게도 영락없이 적용된다.

“어떻게 보면 안재현 씨는 신인 때 저랑 결혼했기 때문에 ‘구혜선 남편’으로 더 많이 불렸잖아요. 그게 너무 미안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안재현’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좋아요. 이번에도 로맨틱코미디 주인공으로 들어가게 됐는데, 요즘 많이 행복해하더라고요. 하하.”



▶남편 안재현의 왕성한 활동 적지 않은 자극

남편의 왕성한 활동이 구혜선에게도 적지 않게 자극 되고 있지만 지난 시간을 채워온 창작 활동 역시 구혜선의 필모그래피로 또렷하게 남아 있다. 어쩌면 그 필모그래피는, 구혜선의 역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작품 활동의 원동력은 “대중에게 부정당하는 힘”이었다고. 그는 “20대에는 ‘내가 뭘 잘못했나’ 하며 슬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소설이 그러했듯, 최근 진행한 개인전(展)에서 반려견과의 사별 후 감정을 풀어냈듯, 작가 본인이 느끼는 상처나 절망,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을 작가주의적 창작물로 펼쳐보이는 마음은 어떨까.

“할 때는 힘든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저 스스로 그걸 애도하고 보내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작업할 때는 좀 힘들어요. 특히 예전에 피아노 음악작업 할 땐, 가슴이 찢어지는 감정이 들어야 나오기 때문에 많이 힘들게 작업했죠.”

순수 예술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음… 냉정하게 얘기하면. 작가로서의 삶은 돈이 안 돼요. 그런데 배우는 돈이 돼요. 하하하. 배우 일을 할 때 제일 예민해져요. 작가주의적인 것들은 나를 표현하는 거니까 굉장히 자유롭게 하지만, 연기는 내가 아니어야 하니까요. 개인적으로 연기할 때 제일 어렵고, 힘들고 예민하죠.”

힘든 작업임에도 불구, 연기는 구혜선에게 일종의 ‘감정의 배출구’가 되기도 하다. 그 때문일까. 2015년 <블러드> 이후 안방극장 시청자를 만나지 못한 그에게 현재 연기에 대한 목마름은 상당했다.

“평소 생활 속 저는 그렇게 감정적이지 않거든요. 우는 것도 잘 못 하고요. 그런데 연기할 땐 많이 웃고, 많이 울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제 안의 감정들도 해소가 됐던 것 같아요. 그 힘으로 20대를 버티기도 했고요. 글 쓰는 일은 감정을 쏟아내는 것과는 좀 다른 작업이라, 연기를 통해 해소된 것들이 있었죠.”

하지만, 어쩌면 그가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이기 때문일까. ‘연기가 어렵다’는 그의 마음이 때로는 고스란히 TV 화면에 투영돼 시청자에게도 부담스럽게 작용하기도 한다. ‘연기력 논란’ 얘기다. 구혜선 역시 일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저에게 어울리는 역할이 있고, 제가 잘 못 하는 전문직 옷을 입을 때는, 항상 논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캡틴이나 파일럿, 의사 역할을 했을 때 논란이 되곤 했죠. 고민하게 돼요. 맨날 똑같은 캔디를 해야 되나 싶기도 하고요. 전문직 캐릭터를 잘 소화하지 못해 논란이 되면, 도전을 주저하게 되는 것도 있고요.”

특정 장르, 특정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라면 누구라도 가질 법한 고민. 그는 “사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걸 하면 편하지만, 또 내면에서는 새로운 걸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면서도 “만약 캔디형 인물을 또 만나게 된다면, 이제 진짜 마지막일테니 정말 열심히 할 것 같다”며 웃었다.

결혼 전과 후. 여배우들의 캐스팅에 보이지 않는 한계가 생기는 현실적인 여건 속, 그 자신의 ‘모드 전환’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영향도 없지 않다고. 하지만 지금은 “욕심은 많이 내려놨다”는 그다.


“결혼도 했는데 ‘꽃남(<꽃보다 남자>)’ 같은 걸 또 하고 싶다고 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물론 있죠. 결혼 후 역할에도 한계가 생기고, 캐스팅 과정에서 꺼려지는 것도 이제는 받아들이려 해요. 배우는 배우니까. 연기할 때 다른 걸 보여주면 되니까요.”

끊임없는 도전의 이유는 “계속된 실패”였다고.

“10년을 했지만 뭐하나 성공한 게 없어요. 무엇이든 성공했다면 안 했을 것 같아요. 그 때 성공했으면 엄청 자만했을 것 같기도 해요. 지금은 다 발가벗겨진 기분이죠. 실패를 정확히 알게 되고 자본주의의 현실을 깨닫게 되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됐어요. 여기까지 버틴 것도 복이라 생각해요. 과거엔 일이 잘 안 풀린다 생각했는데, 연예계에서 17년 있었으니 아주 잘 풀린 것 같아요.”

담담한 술회 뒤, 희미하게 번진 미소에서 왠지 모를 은은한 향이 풍겨 나왔다. 그랬다. 구혜선의 시간은 멈춘 적이 없었고, 계속 그의 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박세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제공 HB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7호 (2019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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