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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전 국회의장| “문제는 정치야!” 국회 개혁으로 분열·갈등 넘어라
기사입력 2019.12.30 10: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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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五里霧中).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진단한 우리 사회의 현 상태다. 김 전 의장은 매경럭스멘과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2020년에도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며 “지금 우리 사회는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의장은 “문제의 근본 원인은 바로 정치”라면서 “정치가 제대로만 돌아가면 경제는 물론 우리 사회도 다 잘 돌아갈 수 있지만 지금의 정치는 사회 갈등만 조장하는 수준 낮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민의를 새롭게 반영하는 올 4월 총선은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민주당과 정의당이 막판 선거법 협상에서 삐거덕거리던 것처럼 지금의 정치는 어떤 대의명분을 갖다 붙이더라도 권력 놀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라고 했다. 그는 “한국당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질타했다.

김 전 의장은 “여야가 패거리 정치를 계속할수록 기득권 세력의 한계는 더 드러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정치권의 세대교체라는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날 환경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뜻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4월 총선에서 97세대 등 기존 정치권을 대체하겠다며 나서고 있는 이들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면서 “신진 세력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얼마나 독하게 하는지에 달려 있다. 독립정신과 풍찬노숙의 각오로 임해야지, 기존 정당에 기대면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의 속성상 이들이 기존 정치권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독립’정신은 절대로 잃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정치가 문제인 것은 우리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총선에서 리더십 교체를 제대로 이뤄내지 않으면 그나마 있던 희망도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리더십이 현 집권여당의 리더십을 이야기하느냐의 질문에 “우리 사회 혼란의 1차적 책임은 집권 여당과 청와대에 있지 않겠냐”면서도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권의 대명제가 실종된 것에는 야당 책임도 크다”고 했다. 그는 “자칭 보수와 진보라고 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가짜 보수, 가짜 진보라는 점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자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고 싸우기 때문에 사회 갈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의장은 “이것을 정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정치가 바뀌고 여기에 국회 개혁이 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회 개혁과 관련해선 “선거법 개정과 국회의원의 일탈을 감시하는 윤리위원회를 국회 밖의 중립적 기관으로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했다. 김 전 의장은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법을 이해당사자들에게 맡겨 놓으니 해결이 쉽게 나겠냐”면서 “차라리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립적인 외부 기구로 만들어 관련 사안을 논의케 하면 그 결과에 대해 모두가 납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장은 또 윤리위원회와 관련해선 “외부에 두면 국회의원의 일탈에 대한 제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고, 국회의원들은 본연의 임무에 더 매진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일하는 국회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더 이상 지도자가 되지 말아야할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면서 “적어도 국정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이라면 인성(人性)부터 제대로 갖춰야 하고 윤리위원회의 정상화를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인성 문제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리더들에게도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지도자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품성과 도덕적 자질 함양 문제를 위해 개인적으로 지도자 양성기관 같은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품격 있는 미래 인재 양성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놓은 것이다.

김 전 의장과의 신년 인터뷰는 그가 회장으로 있는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세 시간이란 긴 시간동안 이뤄졌다. 그는 정치 현안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거침없는 의견을 밝혔다. 김 전 의장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출신이지만 오래전 탈당해 무소속이며, 정파적 색채는 띠지 않는 우리 사회 정치 원로에 꼽힌다.



▶대한민국의 현 상황진단을 오리무중이란 사자성어로 표현하셨습니다.

▷현재 대한민국호라는 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방향성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정치가 문제 해결 능력이나 대처방법이 너무 서투르고 수준이 아주 낮아 보입니다. 새해가 되면 일종의 기대심리가 있기 마련이고 이를 바탕으로 예측도 해볼 수 있는데, 지금은 시계가 더 혼탁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정치 수준이 낮다고 하신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의 정치는 리더십 실종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야 공히 제대로 된 리더십이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역대 이런 정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행위자에 의해 어떻게 정치가 움직이고 있는지 전혀 가늠을 할 수 없습니다. 즉 절차와 과정을 알 수 없고 결과만 발표됩니다. 그것도 미숙한 처방책으로. 이러니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죠. 집권 여당과 청와대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정치 수준이 낮다고 하는 것은 이런 맥락입니다.

▶이념 대립이 지금처럼 극심했던 때는 없는 것 같습니다.

▷보수냐 진보냐 하는 대립적 생각 자체가 구태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보수 진보를 나눠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사실 지금은 보수가 아닌 사람이 스스로를 보수라고 하고 진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 진보라고 하며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진영이 만들어 낸 논리고, 기득권의 또 다른 형태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이들이 만든 용어의 덫에 빠져 있습니다. 지금 시대는 보수와 진보를 칼로 두부 자르듯이 나눌 수 없습니다. 이런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던지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발전은 없습니다. 현 보수와 진보는 모두 가짜

▶보수와 진보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지 않으면 어떻게 봐야 합니까.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갈등입니다. 갈등은 불신에서 생깁니다. 불신과 갈등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불신이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데, 거꾸로 말하면 신뢰가 쌓이면 갈등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런데 서로를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적(敵)으로 보고 있습니다. 적이란 타도해야 될 대상이란 뜻입니다. 이러하니 서로가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 속에서도 진보가 나와야 하고, 진보 속에서도 보수가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를 더 이해하고 시너지효과가 나지 않겠습니까. 이념이 다르다고 무조건 싸우는 것은 제대로 된 보수와 진보가 아닙니다.

세종대왕은 재위 7년 어전회의에서 ‘위국지도(爲國之道) 막여시신(莫如示信)’이라고 했습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국민들에게 나를 믿어라, 나를 따르라 하기 전에 국민이 믿고 따르도록 모범을 보이라는 겁니다. 우리 정치권이 정말로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이념적 지형은 상당히 여권 쪽으로 기운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지층 여론조사에 대한 사실 규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40%대 중반을 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팩트가 맞다고 봅니다. 그런데 여론조사 응답률은 5~10%대입니다. 100명에게 물으면 응답하는 이가 5~10명이란 이야기인데 과연 이 같은 수치가 아무리 여론조사 기법이 선진화됐다고 해도, 대한민국 전체의 여론을 반영한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 한 번쯤은 곱씹어 봐야 합니다. 정부·여당은 더욱 여기에 취해있으면 안 되고요.

▶현 집권 세력에 대한 문제의식은 무엇입니까.

▷일단 현 정부는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정부입니다. 집권 초기에 적폐청산을 내세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를 넘어서는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극으로 치면 1막이 끝나고 2막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계속 1막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사회 개혁을 하려면 제도나 운영을 하나하나 고쳐나가면서 전체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보여주지 못하니 반발만 커지고, 매도되는 부분이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1막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높은 지지율에 취해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가 앞서 지지율에 현혹되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그리고 여당이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눈치를 보거나 휘둘리는 모습입니다. 여당은 청와대의 거수기가 아닙니다. 당내 비주류가 이렇게 맥을 못 추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이는 정치의 실종입니다. 여당 정치인들이 청와대에 할 말을 못하니 정치는 사라지고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었습니다. 여야는 정치 파트너로서 국정의 책임을 동시에 져야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대통령이 ‘야당 복이 있다’는 정말 웃픈 이야기가 회자되게 만든 한국당의 무능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야당이 야당답지 못하니 여당이 청와대의 오더에 움직여도 민심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 것이지요.



▶의장님도 원내대표를 하셨는데.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원내대표를 했습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였지만 지금처럼 소수당이었습니다. 다수당은 여당이었고요. 사실 소수야당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똘똘 뭉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사학법이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 있었는데, 7~8개월 동안 양측은 치열하게 싸우고 협상하며 끝내는 처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우리가 사학법 처리를 위해 양보한 것도 꽤 있었습니다. 정치란 싸울 땐 싸우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국회는 왜 저렇게 극단적으로 대립을 벌일까요.

▷물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사학법은 결이 좀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패스트트랙의 근본 취지와 선거법은 전혀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제도는 미국 의회에서 가져온 것인데, 패스트트랙으로 다룰 수 있는 법안들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한 것이지요. 어떤 제도를 도입하려면 제대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절차적 민주주의나 과정을 생략하고 목표만 중시하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선거, 즉 게임의 룰을 정하면서 게임의 한 당사자를 배제해 버리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 정치의 후진적인 측면이죠. 힘으로 밀어붙이니 대립이 극단적으로 흐르지 않겠습니까.

▶총선 전망을 해주신다면.

▷4월 선거야말로 정말 오리무중입니다. 우리 정치 한 달은 선진국의 1년과 맞먹을 정도로 변화무쌍합니다. 특히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예측이 더 힘들어졌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치판이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자유한국당만 보더라도 기대할 인물들이 별로 없습니다. 물갈이돼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럴 때 젊은 세대들이 용솟음치듯이 수면 위로 나와줘야 하는데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재 예상되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다시 ‘정치를 위한 정치’가 난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정당들의 합종연횡 움직임으로 한동안 시끄러울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신진세력들이 뚫고 들어갈 틈바구니를 더 찾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솔직히 선거법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은 국민을 기만한 것입니다. 선거 1년 전에 선거구가 획정되어야 하지만 예비후보 등록일까지 선거구 논란이 지속됐습니다. 새 정치 꿈꾸는 세력, ‘독립’정신 잃지 말아야

▶그래도 정치판 세대교체가 시대적 흐름이라면 이들의 역할이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치권에 도래한 패러다임 변화의 흐름을 젊은 세대들이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젊은 정치 희망자들은 기존의 기득권 정치에 물들지 않겠다는 독립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편안함에 젖거나 안주하지 말고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읽고, 시대의 아픔에 동참해야 합니다. 정치의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국민이 받는 아픔에 동참하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물론 정치는 세력이라 이들도 기존 정치 세력들과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기존 정치를 확 바꾸겠다는 자세로 임해야지, 거기에 물들면 안 됩니다. 기존 정치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내려는 젊은 그룹들은 이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보수의 통합이 2020년 총선에서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이들의 통합을 이뤄내긴 힘들 텐데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갈등의 해법은 각자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과감히 뛰어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듭니다.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자기로 인해서 정권이 바뀌고 국민들 갈등이 거세진 측면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를 하는 대승적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 화합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국회 개혁에 대한 소신도 평소 강하신데요.

▷능력 있는 인사들이 국회에만 오면 무식해진다는 시각이 많은데 이는 정치판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 우리는 ‘물갈이’라 하면서 물은 갈지 않고 고기만 바꾸니 상황이 나아질 리 있겠습니까. 한국만큼 매 선거마다 의원 물갈이 비율이 높은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치는 후진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먼저 국회의원과 관련된 중요한 법들, 즉 국회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부터 손대야 합니다. 이들 법부터 다 뜯어고쳐야 합니다. 이와 함께 선거법과 윤리위원회를 외부에 두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절대 선거법을 공정하게 고칠 수 없습니다. 게임의 룰부터 불공정한데, 이해당사자들이 공정하게 의원직을 수행하겠습니까. 저는 선거법 관련 기구를 국회 밖에다 둬 중립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돼도 좋습니다. 여기에 전문가들을 참여시키면 더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우리 정치 구조를 등한시한 제도입니다. 이는 대통령제보다 의원내각제에 더 맞는 제도입니다. 머리는 그대로 두고 팔다리만 고치려 하니 제대로 될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권력 장기 집권의 시도라는 공격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차제에 대통령이 가진 강력한 권한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 중 우리나라만큼 그 권한이 강한 곳은 없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은 그대로 두고 국회만 다당제로 간다면 이는 말 그대로 모순입니다. 또 국회윤리위원회도 국회 외부에 두는 방안을 적극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원 징계안이 올라갈 때마다 제대로 처리된 적이 없습니다. 윤리위원회만 제대로 가동돼도 국회가 훨씬 정화될 것입니다.

조국 사태의 본질은 인성 교육 부재

▶이렇게 하면 국회가 개혁될 수 있을까요?

▷여기에 의원 배지를 달려고 하는 이들에게 인성 및 공동체 교육 등을 강화해야 합니다. 비리, 부도덕, 파렴치, 막말 등은 이제 국회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이런 후진적 행태가 국회에서 계속되는 것은 인성 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입니다. 장차관 등 정부 요직을 맡으려는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국 사태의 본질도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의 도덕 불감증입니다. 사회 지도자가 되려는 이들은 반드시 공적 책임감, 공인의식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아직까지 아무도 이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지 않으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경제 통계와 관련해 정부와 민간의 인식차가 큰 것 같습니다.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인식 자체가 큰 문제라고 봅니다. 기업은 미래가 보이면 투자를 하지만 지금 기업들이 투자를 제대로 하겠습니까? 기업과 자본의 해외 이전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애써 외면하는 건지 모르는 건지 정말 궁금합니다.

경제 주체는 민간과 시장입니다. 왜 자꾸 정부가 민간을 누르고 주도를 하려고 합니까. 그러니까 현 정부가 사회주의 경제관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는 것입니다. 사회주의식 경제 정책은 역사에서 보듯이 다 실패했습니다. 관 주도의 경제 운용은 개발독재 때나 가능했던 것입니다. 중국과 베트남이 성공한 것은 사회주의 경제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타다 문제를 들여다보셨는지요.

▷이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부족한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 현재의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새 일자리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양산업인 택시업계를 살리기 위해 신산업인 타다를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는 것을 보고 정부와 국회의 무사안일과 구태를 그대로 보는 것 같습니다. 타다 금지법은 산업혁명 초기 영국이 자동차 억제를 위해 내놨던 붉은 깃발법이 그대로 연상됩니다.

※붉은 깃발법은 빅토리아 여왕시절 나온 것으로 1865년 영국이 증기기관 자동차의 등장으로 피해를 입게 된 마부와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요지는 붉은 깃발을 기수가 들고 가면 자동차는 그 뒤를 천천히 따르도록 하는 것. 이로 인해 자동차는 다른 마차나 말이 앞을 지나갈 때마다 멈춰야 했고, 속도는 자전거나 행인보다도 느릴 수밖에 없었다. 이 코미디 같은 규제법으로 인해 영국은 자동차 종주국 자리를 독일 프랑스 미국 등 후발 주자들에게 내주고 말았다.※

우리도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 있었지만 관련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해, 또 타다 사례처럼 새로운 사업을 옥죄는 법만 만드는 바람에 이제 많이 뒤처진 상황이 됐습니다. 이런 나라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요?

▶해법이 있을까요?

▷늦게 가더라도 확실하게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기초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규제를 확 풀어야 합니다. 규제 천국이란 오명에서 빨리 벗어나야 미래가 보입니다. 의원 시절 정보통신, 과학기술 분야 상임위를 오래 했었는데, 과학기술계도 정권 입맛에 맞게만 연구를 하는 관행이 짙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발명특허 건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지만 실용화 건수는 제일 적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과학기술을 대하는 자세라고 봅니다.

▶탈원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신데요.

▷우리의 글로벌 비교 우위를 스스로 포기했다고 봅니다. 우리의 원전 기술은 세계적으로 앞서 있습니다. 글로벌 유망산업이며 경쟁력 있는 사업을 스스로 포기해버려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길러낸 세계적 전문가 기술자들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원전을 운영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사고보다 원전을 포기해서 날 수 있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더 큰 것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는 결코 원전의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2019년 초 북한 관련 이슈가 “더 이상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예언(?)을 하신 적이 있으신데요.

▷현 정부가 북한 이슈로 국민 관심을 많이 모으고, 이로 인해 반사 이익을 많이 봤지만 일종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발생할 것으로 봤습니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졌지만, 북한의 핵 포기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봤고, 명쾌한 결론이 나지 않으면 이로 인한 피로감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이지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지도자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실익 없이 핵을 포기하는 상황이 과연 올까요? 신년에도 북핵 관련 피로감과 북의 대남위협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외교가 특히 문제인 것 같습니다만.

▷우리 스스로 사면초가 외교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도 살리지 못하고, 전통 동맹 관계도 제대로 유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북아는 세계에서 어느 지역보다 인구, 군사력, 첨단 기술 등이 밀집해 있는 곳입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위험 인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휘발성 강한 화약고가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외교의 역할이 중요한데, 할 말도 못하고 제대로 된 판단도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 외교의 현 주소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외교는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안보 동맹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이는 싫든 좋든 부인할 수 없는 기본 팩트입니다. 만일 이 관계를 끊고 싶다면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하지만 우리가 그럴 능력이 있나요. 그러므로 기본에 충실한 후 이를 바탕으로 중, 일, 러 등 다른 주변 강대국과들의 관계 설정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70년간 지속돼 온 한미동맹의 신뢰를 자꾸 깨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중국에는 사드 문제에서 보듯이 휘둘리기만 하고 있고, 일본과는 충돌만 하고 있습니다. 이 틈을 김정은은 비집고 다니는 것이고요. 중국의 사드 간섭은 내정간섭이고 주권 침해입니다. 그리고 중국은 한미동맹의 대안이 절대 될 수 없습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을 갑을관계로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일각에서 나오는 핵 보유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핵을 가짐으로써 생기는 주변국과의 긴장·위협보다는 전략핵 방위망을 구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핵 개발과 관련한 미국의 족쇄에서 벗어나는 노력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개발을 할 수 있도록, 고체 연료도 확보 가능하도록 미국과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도 신뢰가 서로 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현 정부에서도 비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둘러싼 밀실 정치 논란이 매 정권마다 일어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헌법 규정에는 청와대 비서실 조항이 없습니다. 청와대 비서실 직제는 시행령에 규정돼 있습니다. 이 말은 헌법과 법률에 규정돼 있는 국무총리나 정부조직표 상의 기구 밑에 있는 조직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현실은 비서실이 장관들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습니다. 하위 직제인 청와대의 비서실이 상위 기구인 행정부에 업무 지시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매 정권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정부 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청와대 비서실 업무의 1순위는 대통령을 돋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과해지면 소위 국정농단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최순실 사태를 겪고도 이 정부에서 또 다시 국정을 휘두르는 ‘그림자’가 있다는 말이 도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정치입니다.
정치가 제대로만 돌아가면 경제, 사회 모두 다 잘 돌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정치에서 가장 긴요한 것은 책임과 희생정신입니다. 이 두 가지만 잘 정착되면 진영 논리에 빠진 불신 가득한 사회를 건너 신뢰를 회복하는 길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2호 (2020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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