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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혁 파타고니아코리아 지사장 | 올 60% 급성장한 美 아웃도어 ‘파타고니아’…“매출보다 중요한 건 환경과 윤리, 그게 파타고니아의 방향입니다”
기사입력 2018.11.28 11: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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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

언뜻 사회적기업의 목표 같지만 이 문구는 아웃도어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사명이다. 제품은 만들지만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니, 최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이게 가능한 일일까. 그런데 이 브랜드, 그야말로 승승장구다. 실제로 미국이 본사인 파타고니아글로벌은 이미 미국 내 3대 아웃도어브랜드로 인정받았고, 2013년 합작형태로 국내에 진출한 파타고니아코리아는 5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전 세계 파타고니아 지사 중 최단기간 기록이다. 국내시장에서의 성장세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진다. 지난해에는 70%, 올해도 6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제품보다 환경에 관심이 높은 이 기업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서울 삼성동에 자리한 파타고니아코리아 사옥에서 최우혁 지사장을 만났다. 그는 “파타고니아는 트렌드에 대단히 관심 없는 브랜드”라며 “트렌드를 쫓아 제품을 생산하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은 환경이었다.



▶문밖의 모든 액티비티가 곧 아웃도어

▷2013년 합작형태로 국내에 진출했는데, 3년 후 미국 본사에서 100% 지분을 인수하면서 지사가 됐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한국에서의 가능성을 봤어요. 국내시장은 이미 전 세계 아웃도어 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입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분야는 일본이 2위인데, 아웃도어 분야는 우리가 여전히 크죠. 워낙 산이 많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한국의 아웃도어는 등산복 개념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젊은 층이 서핑이나 볼더링(Bouldering·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6~7m 높이의 바위에 오르는 것)에 나서면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아웃도어도 같은 맥락이죠. 등산뿐 아니라 문밖에서 이뤄지는 액티비티, 단 무동력인데, 인간의 힘으로 하는 스포츠가 곧 아웃도어입니다.

▷국내시장에서 브랜드의 인지도가 갑자기 높아졌습니다.

워낙 시장이 크기도 하지만 그동안 새로운 브랜드가 거의 없었거든요. 국내에서 자생한 브랜드가 탄탄한 이유도 있고, 내수가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규 브랜드가 명함 내밀기 쉽지 않은 구조였죠. 최근 4~5년 사이에 국내 아웃도어 업계의 거품이 꺼지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다른 카테고리로 확장되는 변화의 시기가 있었어요. 기존 등산복으로 대변되던 아웃도어가 서핑이나 암벽등반 등으로 확장되다보니 우리처럼 후발주자에게도 기회가 온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 국내에선 후발주자지만 파타고니아는 1973년 미국에서 태어났어요. 45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외국에선 한국과 달리 아웃도어 안에 다양한 영역이 존재합니다. 국내 소비자의 새로운 니즈와 딱 맞은 셈이죠. 또 하나는 예전엔 기능과 디자인이 소비자의 니즈를 이끌었다면 최근엔 친환경, 윤리적인 생산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그런 점에선 파타고니아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브랜드입니다.

파타고니아는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등반가이자 서퍼인 이본 쉬나드가 친환경적인 제품 생산이 수익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교훈에 착안해 설립했다. 실제로 파타고니아는 다운재킷을 만들 때 학대받는 거위 털을 쓰지 않고 도축되는 거위 털만 사용해 제품을 만든다. 서핑 잠수복을 만들 때에도 석유 원료가 아닌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이용한다. ‘친환경 제품이라고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란 생각은 오산이다.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는 게 파타고니아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요소다. 이러한 파타고니아의 친환경적 사업 모델은 여타 기업에도 영감을 주고 있다. 스포츠브랜드 나이키가 유기농 순면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패스트패션 브랜드 H&M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아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브랜드의 타깃이 달라졌다던데.

2016년 7월에 지사가 됐는데, 1년 전부터 지사대행 발령을 받았어요. 처음 한 일이 기존 타깃(35~60세)을 25~30세로 낮춘 겁니다. 소비자가 바뀌면 상품의 구성도 달라져야 하고 소통하는 방식, 채널도 바뀌어야 하죠. 모든 면이 달라졌어요. 1년이 지나고 나니 결과가 나오더군요. 마침 지사화가 되면서 매출이 정상적인 궤도로 올라왔습니다. 브랜드가 알려지고 영업이 상승곡선을 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영향을 미치는데, 저희는 소비층이 바뀐 것, 그 때부터 모든 게 시작됐습니다.

▶전 세계 지사 중 가장 먼저 손익분기점 달성

▷실제 매출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겁니까.

올해는 지난해보다 60% 이상 성장이 예상됩니다. 고무적인 건 기존 매장의 성장이 매출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에요. 전년 대비 신규매장은 4개밖에 늘지 않았거든요.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성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손익분기점도 넘어섰다고 들었습니다.

국내에 진출한 지 5년 만에 달성했습니다. 전 세계 지사들 중 가장 빠른 속도죠. 일본이 7년, 호주가 6년 걸렸거든요. 예상보다 2년 정도 당겼습니다.

▷본사에서 분석한 나름의 비결이 있을 법한데요.

사실 본사에선 손익분기점 달성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진 않습니다. 본사에 보고를 했더니 첫 마디가 “그럼 이제 미션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였어요. 파타고니아의 미션은 환경 캠페인이죠.(웃음) 파타고니아코리아의 목표도 손익분기점보다 빨리 우리의 미션을 진행하는 겁니다. 최근에 론칭한 ‘Single use Think twice’가 그 결과물입니다.



올 초 사내에 환경팀을 신설한 파타고니아코리아는 파타고니아글로벌과 함께 매년 매출액의 1%를 풀뿌리 환경단체에 지원하는 ‘지구를 위한 1%(1% For the Planet)’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환경운동연합, 여성환경연대 등 23개의 환경단체를 지원했다. ‘Single use Think twice’는 파타고니아코리아의 첫 캠페인이다. 캠페인 페이지를 개설하고 참가자들로부터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다. 캠페인의 공식 론칭일인 지난 10월 26일 기준 25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캠페인을 기념해 오직 한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한정판 텀블러도 출시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

재활용으로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건 파타고니아가 오랫동안 진행한 캠페인입니다. 1990년대부터 진행한 제작방식이죠. 최근 본사의 큰 화두 중 하나가 재활용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량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재활용 속도를 아무리 높여도 나오는 쓰레기가 많아지면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근원적으로 쓰레기 자체를 줄이자는 운동이 파타고니아 본사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새로운 상품을 구입하기보다 있는 제품을 수선해 입는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해 왔어요. 한국에선 ‘1회용 플라스틱의 소비를 줄이자’는 주제를 잡았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할 땐 목표가 있기 마련인데.

5년 내에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절반 이하로 줄여보자는 건데, 이건 큰 그림이에요. 우리 힘만으로 이룰 수 있는 건 아니고, 계획에 맞춰 주변의 카페, 다른 산업군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동의하는 주제죠.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으로 확장해 전 사회적인 동의 속에 함께 할 수 있는 연합체를 꾸려가야 하지 않을까 기획하고 있습니다.



▶트렌드에는 관심 없는 브랜드

▷아웃도어 브랜드 중 경쟁사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글쎄요… 백화점 아웃도어 층에 있는 모든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렇긴 한데, 여타 브랜드와 파타고니아가 보고 있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사를 찾는다는 게 무의미할 것 같네요.

▷방향이 다르다면?

이미 본사에선 재생농법을 기반으로 한 식품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요. 미국 내에선 의류분야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판단하고 있고, 또 환경보호에 있어서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그래서 농업을 바꾸지 않으면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는, 예를 들어 전 세계 농작물의 절반을 다년생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쌀이나 밀은 가을에 수확하면 엎어버리고 봄에 다시 모종을 하는데, 이러한 농법은 생산력은 좋은 대신 표토층이 얇아지거든요. 수십 년간 지력이 약해지다 보니 비료나 농약을 사용해야 하고, 그런 이유로 비옥한 땅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농작물을 다년생으로 바꾸면 매년 갈아엎을 이유가 없으니 지력이 회복되고, 자연스레 대기 중의 탄소도 정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전 세계 농작물의 50%를 다년생으로 바꾸면 한 해 동안 지구상에 발생하는 탄소를 모두 없앨 수 있습니다. 다년생 작물로 농사짓는 이들이 많아지려면 이걸로 만든 제품이 많아져야 하잖아요. 그래서 파타고니아가 식품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다년생 귀리로 만든 맥주를 출시했죠.

▷한국에서도 맛볼 수 있습니까.

아직은 수입되지 않고 있는데, 의류사업이 안정되면 본사와 방향을 같이 하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국내 시장에서 경쟁사를 꼽는 건 어려울 것 같네요.(웃음)

▷방향 외에도 다른 점이 많아 보입니다.

사실 파타고니아코리아에 입사하기 전에 다른 브랜드에도 근무했는데,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습니다.(웃음) 이전엔 속전속결이었다면 파타고니아는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시간이 깁니다. 이번에 론칭한 캠페인도 1년 전부터 기획하고 준비에 들어갔어요. 우린 빨리 하자 했는데, 본사가 오히려 론칭 날짜를 계속 미루더군요. 그만큼 뭔가 진행할 땐 진정 효과가 있을지,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옳은 일인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고민합니다.
그럼에도 문제가 생기면 잘못에 대한 인정이 빠르고 몇 년이 걸려도 해결점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요즘 트렌드와는 다르군요.

트렌드에 대단히 관심이 없는 브랜드죠. 2~3년 전에 굉장히 잘 팔린 모자가 있어서 본사 담당자에게 몇 장을 주문하면 생산해줄 수 있냐고 했더니 안하겠다는 거예요.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너무 트렌디한 것 같다고.(웃음) 그 이후로 트렌드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디자인 면에서 트렌드를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단지 트렌드를 쫓아 생산하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아이템을 단순히 과소비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 그게 파타고니아의 방향입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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