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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국가보위부 출신 탈북자 블라인드 인터뷰-“김정은 3년 전 평양 새벽 시찰 때 군부 트럭서 총격… 암살시도 있었다”
기사입력 2018.08.28 14: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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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북한에 잠입한 우리 대북공작원의 실화를 다룬 영화 <공작>. 극 초반부에 주인공이 북한 침투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사업가로 위장, 중국에서 북한의 고위간부와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의 신분을 속여야만 하는 숙명을 지닌 스파이가 너스레를 떨며 북 고위간부와 친분을 쌓으려 하지만 그때마다 북한의 또 다른 인사가 의심스러운 시선을 자꾸 보낸다. 해외에서 반탐 임무를 띠고 파견된 북한 국가보위부(지금은 국가보위성 이하 국가보위성) 소속 인사다.

국가보위성은 우리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이 북한 인사는 우리 대북 공작원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인 셈이다. 영화 내내 둘의 신경전은 극 중 긴장감을 더한다.



현 정부 들어서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지만, 남북의 상황은 이 영화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겉으로는 남북 관계 개선 및 북핵 폐기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러한지는 솔직히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북핵이 우리 손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고, 관련 정보의 기밀에 속해 제대로 그 진실 여부에 대해 정확히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4월 판문점 회담에 이어 6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까지 열렸지만, 그 후속 움직임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솔직히 어려운 문제다.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그대로 믿기도, 불신하기도 애매하다.

이에 매일경제 럭스멘은 우리 시각이 아닌 북한 정보당국의 시선으로 현 남북관계를 들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영화 속 우리 공작원을 의심하는 국가보위성 출신 고위급 탈북 인사를 직접 만나 현재 북한의 분위기를 엿봤다.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됐다.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신변 보호를 위해서다. 이 인사는 남한에 정착해서도 정보당국과 일을 하는 등 남북관계를 위해 음지에서 일을 했고, 또 현 북한 보위성과의 끈을 통해 어느 정도 북한 소식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혹은 민감한 내용을 거침없이 전달했다. 반신반의케 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이 인사가 전한 최근 북한 내부 분위기의 골자는 “자국이 드디어 전 세계에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승리감에 도취돼 있다”는 것이다. 이번 북한의 핵 포기 움직임이 과거와는 다른 진정성 있는 행보라고 믿는 우리 정부의 믿음과는 확연히 다른 이야기다.



▶“북미회담 후 북 핵보유국 됐다 선전 강화”

이 인사는 “당에서 보낸 인민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 자료에 명시된 내용”이라면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 인사는 이에 우리 정부의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며 “최근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 남북관계 흐름 속에 가장 수혜를 본 인물은 김정은”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현재 북 인민들은 자신들이 핵보유국이 됐다고 알고 있다. 이는 김정은의 치적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 내부에서는 ‘우리 위대한 장군님이 핵 강국인 나라로 완성했다’는 취지의 강연자료가 각 도·시·군에 뿌려졌고, 이를 바탕으로 각 시도당 비서들이 인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 우상화 작업도 확실한 매듭이 지어졌다”면서 “김정은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체제 안정도 이제는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사실 김정은이 올 신년사를 통해 갑자기 화해 무드를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체제 위협 수준이 상당히 심각했던 측면이 있었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인해 국제적 압박이 계속됐을 때 내부에서 정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국가보위성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했다.

이 인사는 “이 같은 위기 상황을 김정은은 평화 무드 조성을 통해 돌파해 내고, 내부적으로는 핵보유국이 됐다는 선전을 강화하면서 체제 위협 요소를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인사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에 대한 암살 시도가 3년 전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새벽녘에 평양 시내를 시찰하러 나섰는데, 동선을 파악한 트럭 한 대가 접근해 총을 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격은 실패했고, 트럭을 추적하니 군부대 소속이었다는 것이 그가 전한 골자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만일 김정은의 핵 포기 의지가 진정성이 있었다면 군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 일례로 최근 해외 일꾼들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 작업이 진행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북핵 회담 이후 내부적으로 인민들에 대한 통제가 더 강화된 사실이 이번 핵 포기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그는 “핵 포기 의사가 없는 북한의 행보는 사실상 쇼라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미국에 건넨 유해 송환도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된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 ‘공작’ 포스터



▶이하 일문일답 정리.

유해 송환이 오래전에 준비됐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이번에 송환된 미군 유해는 대부분 장진호반 일대서 발굴된 것이다. 김일성 때부터 김정일 후반기까지 북한은 장진호반에서 유해를 발굴했다. 이 유해들은 신천 6·25 역사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2003년께 김정일 위원장이 ‘미국이 앞으로 미군 유해 때문에 우리한테 굴종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게 현실이 되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유해를 빨리 발굴해 보내겠나. 이미 발굴해 놓은 것을 일부 보내준 것이다.

탈북민으로 최근 북한을 둘러싼 정세를 보면 어떤가

솔직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해되지 않는다.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이뤄진 미국과 북한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결과가 유해 송환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것 말고는 북한이 핵 포기를 한 행동들이 구체적으로 있나?

풍계리 핵실험장은 폐기되지 않았나

풍계리는 6차 핵실험 후 완전 폐허가 된 상태였다. 이걸 폭파했는데, 쇼가 아니면 무언가. 평북 영변 원자력 발전소도 현재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고 있다. 34여단이 주위 경계를 서고 있다.

북한 핵 포기 의사는 정말 없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북한 내부에서는 ‘우리 위대한 장군님이 핵 강국인 나라로 완성했다’는 제목의 강연자료가 각 도·시·군에 뿌려졌다. 주 내용이 우리는 이제 핵보유국이 됐다며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 내부에서는 왜 자신들의 보유 핵을 세계가 포기하라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나 자신도 북한에 있을 때 그랬다. 그런데 김정은이 이를 해결하니 북한 인민들의 소원을 풀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 인민들은 이제 김정은이 세계의 지도자가 됐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들의 지도자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북한 핵 포기를 위한 세계의 노력들이 김정은의 우상화에 이용돼 버린 것이다. 그리고 “핵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은 김정일과 김정은의 유훈이다. 만일 김정은이 핵 포기를 정말로 할 의사가 있다면 군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군부는 김정은의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이다. 지금 김정은을 향해 돌아섰던 세력들도 다 박수치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의지는 정말인가?

그럴 생각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방법론에서는 전혀 아니다. 김정은이 시찰하고 있는 곳들은 대부분 군부가 관할하는 곳이다. 8월 초 황해남도 삼천 메기공장을 시찰했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곳도 역시 군부가 관할하는 곳이다. 군부 관할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들은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 군부 소속 공장과 농장 등에서 생산되는 것들은 모두 행사용 선물로 나간다. 이게 경제 활성화와 무슨 상관이 있나. 결국 북한의 핵 포기 움직임은 체제 안정이 주목적이다.

평화 무드 이후 북 사회 통제는 좀 느슨해졌나

그 반대로 오히려 더 통제가 강화됐다. 확실한 체제 공고화 작업이 이뤄지면서 북 사회를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게 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오래 해외에서 체류한 외화벌이 일꾼들의 물갈이 작업이 진행됐고, 8월에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남한의 드라마를 보거나 음악을 듣다가 적발되면 처벌이 더 강화됐다고 들었다. 북한의 개방 의지를 의심케 할 만한 대목이다. 북한에서는 조선중앙TV, 만수대TV, 개성TV 이 세 채널밖에 보지 못하는데, 이를 통해 곡해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김정은의 국가 경영을 뒷받침하는 보이지 않는 세력이 있나

김정은의 삼촌이 있다고 하는데 확실치 않다. 드러난 것은 보위사령부, 국가보위성 등 권력기관들이다.

국가보위성은 어떤 곳인가

북한 사회 내·외부를 감시한다. 최근에 권한이 많이 강화됐다고 한다. 지금은 보위성이 사법, 검찰, 행정 등 모든 분야를 다 감시한다. 현재 국가보위성의 수장은 공석인데, 사실상 김정은이 직접 관할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해 영국으로 국가보위성 소속 고위급 인사가 망명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망명 사실은 맞다. 하지만 이름과 내용 등이 알려진 것과 다르다. 확실한 것은 망명 이유가 숙청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 인사는 중국서 홍콩·중동·한국·동남아 등에서 입수한 정보를 분석해 신뢰도가 높은 것들을 김정은에게 보고해 왔다. 그만큼 기밀을 많이 알고 있는 인사다. 북 고위 인사의 망명 배경에는 숙청 대상 명단에 오른 경우가 꽤 있다. 황장엽 당 비서도 그랬다. 하지만 실제 숙청작업은 보위사령부만 할 수 있다.

여종업원 탈북 사건의 진실은

북한에서 중국에 일꾼으로 파견되면 소지 여권은 중국의 북한 대사관에서 보관하게 돼 있다. 당시 보도를 보면 여권을 가지고 합법적으로 귀순했다고 돼 있는데 말이 안 된다.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으로 돌려보낸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이미 가기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 본인들은 거부하는데, 돌아가게 되면 그걸로 끝이다.

천안함 폭침의 원인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북한의 소행이 맞다. 가담 인사들을 안다. 한 명은 공적을 인정받아 영웅 칭호를 받았고, 한 명은 화선입당(심의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당에 들어가는 것)으로 당원이 됐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관련 사진을 가지고 있다.

남북화해 무드에서 안보 위협은 더 이상 없나

대한민국에 간첩들이 여전히 많다.
이중간첩은 물론 삼중간첩들도 있다. 안 잡는 것인지 못 잡는 것인지 모르겠다. 요즘에는 합법적으로 들어와서 첩보 활동을 벌이는 이들이 많이 는 것 같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6호 (2018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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