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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 민주시민정치아카데미 이사장 | “박원순 시장, 경쟁자들에 꽃다발 줬다면 락커룸 치운 日대표팀만큼 아름다웠을 것”
기사입력 2018.07.31 16: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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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거 사상 처음 시도된 실험적 이벤트였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모든 서울 시장 후보들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 차원에서 참석해 서로 꽃다발을 주고받고 덕담을 나눴다면 우리 선거 문화와 정치 풍토 변화에 마중물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홍신 민주시민정치아카데미 이사장은 18일 매일경제 럭스멘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개표 당일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시점에 당선자와 낙선자가 한자리에 모여 선거 때 쌓인 감정을 풀고, 또 서로 협치를 약속하면 얼마나 국민들이 보기에 좋았겠냐”면서 “이런 기회를 마다한 일부 후보들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의 민주시민정치아카데미는 지난 6·13 지방선거 개표 당일 당선 결과가 나오기 전인 오후 2시에 서울 시장에 출마했던 후보 9명 모두를 한자리에 초청해 꽃다발을 나누는 이벤트를 열었다. 선거 기간 있었던 갈등을 해소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러 냈다는 기념을 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 행사에 서울시장 후보 9명이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박원순 현 서울시장,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등 주요 인사들은 처음엔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신지애 녹색당 후보는 애초부터 불참의사를 표시했다. 그래서 이들을 제외한 군소 후보 5명만 이벤트에 참석했다.

김 이사장의 이 같은 언급은 사실상 박원순 서울 시장을 향해 섭섭함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게임에서 진 일본이 락커룸을 깨끗하게 치우고 퇴장한 모습이 화제가 됐던 것을 거론하면서 “참 부러우면서도 아쉬운 대목이었다”면서 “경쟁을 아름답게 끝내는 것은 정치에서도 가능한데 그걸 하지 못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고 했다.

국회의원직을 그만둔 후 다시 작가 본연의 길로 들어선 김 이사장은 그동안 정치와 담을 쌓고 사는 듯했지만, 여전히 입바른 소리로 정치권 밖에서 대한민국 정치 환경 변화를 위해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민주시민정치아카데미에서는 6년째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지난 18일 럭스멘과의 인터뷰에서 보인 김 이사장의 모습은 의원 시절 8년 연속 의정활동 평가 1위를 놓치지 않고 ‘바른말’로 정치권을 곤혹스럽게 했던 그때 그대로였다.



▷민주시민정치아카데미를 맡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의원 재선거, 보궐선거를 자주 하는 곳이 없는 것 같다. 재선거를 하게 되면 국민 세금이 추가로 들어가는 건데, 문제는 의원직을 박탈당한 사람은 이미 누릴 것을 다 누렸다는 점이다. 때문에 뽑을 때 제대로 뽑아야 한다. 그런데 능력 있는 사람이 정치권에 진출할 공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사람을 제대로 키우고 이들이 정치권의 신진세력이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선관위에서 아카데미를 맡아달라고 요청이 왔다.

▷뜻한 바를 이루고 계시나

아카데미는 정당과 다르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국민에게 할 ‘역할이 무엇인가’이다. 개별 현안에 대한 접근법은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여기를 거쳐 정치에 입문한 이들에게 ‘대한민국을 감동케 하라’는 아카데미의 모토를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단체 명칭에 아카데미란 단어를 붙인 것은 ‘양성’의 의미보다 능력 있는 사람들 데려다가 나라를 위해 더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에 방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정치를 하시는 것인가

그건 전혀 아니다. 정치권에서 제안이 계속 있지만 나는 글을 써야 한다.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정치와는 절연해야 한다.

▷그러면 이 같은 활동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을 제대로 길러서 국가와 민족에 보탬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선플 운동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맞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쉽지 않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고, 방법론에 대한 고민도 계속해야 한다.

▷어떤 부분이 어려우신가

먼저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그리고 익명성의 공간에서도 도덕과 윤리 규범에 관한 마인드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이게 잘 안 되어 있다. 산업화를 빨리 이룬 덕분에 잘살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우리 속에 내재된 분노·질투·시샘 등이 커졌다. 이를 극복하는 교육 과정이 필요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되지 못했다. 일본·독일·유럽 등 선진국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 교육을 통해서 남을 칭찬해 주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것들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우리는 배고픔은 빨리 해결했지만 배 아픔은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이를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배움의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시간이 걸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불편함을 감수하는 수고로움을 스스로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최근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말자는 사회 운동이 있는데, 이것도 일종의 선플 운동이다. 커피를 먹을 때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컵 혹은 보온병 등을 준비해야 한다. 외출을 한다고 가정하면 이것들을 담을 수 있는 가방도 필요하다. 커피 한잔 먹으려고 이런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면 꽤 불편하지 않겠나. 그리고 남의 주장이 옳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글을 쓸 때 비판하는 글은 쓰기 쉽지만 옹호하는 글이나 칭찬하는 글을 쓰기는 쉽지 않다. 왜냐면 비판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비판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정치는 갈등과 공격의 연속인 것 같다

권력을 향한 본능 때문에 갈등구조가 생긴다. 국회의원이 무릎을 꿇어야 할 대상은 국민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청와대 등 권력, 돈 , 명예 등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다. 국회의원은 4년간 국회에서 국민을 위해서 전세살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권력, 힘만을 추구하니 그것을 확보하고 지키기 위해 갈등과 공격이 일어나지 않겠나. 패기 있는 이들이 국회만 들어가면 바뀌는 이유는 모두 실력자들에게 무릎을 꿇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특권 문제가 항상 논란거리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특권을 줄여버리면 의원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그만큼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어떤 특권을 경험하셨나

의원 신분이 된 지 이틀이 지나자 월급날이 됐다고 한 달 세비를 주더라. 거부했더니 그렇게는 안 된다고 해 국고로 귀속시켰다. 출근 개념도 너무 자유롭다. 본회의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회의 출석으로 친다. 국회 본회의가 열린 후 회의 시간이 한참 지난 후 회의장을 한번 보시라. 자리가 텅텅 빈다. 하지만 그래도 당일 회의 참석으로 정리된다. 일반 회사면 상상도 할 수 없다. 법안도 예산 고려 없이 마구잡이로 낸다. 다 외부 평가를 의식한 것인데, 자구 수정만으로 법안을 냈다고 할 때는 기가 막히다. 만일 회사에서 자구 수정식으로 아이디어나 보고서를 낸다면 어떻게 되겠나.

▷국회 특별활동비(이하 특활비)가 논란이다. 의원시절 존재를 아셨나

당연히 알고 있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당시에도 접근했었다. 각 부처에도 특활비가 있는데 세부 내용은 2급 비밀이다. 당시 행정안전부 것을 억지로 열람해 본 적이 있는데, 당시 정치권 ‘실세’가 누군지 알겠더라. 힘이 센 권력자에게 뭉칫돈이 간 흔적이 있었다. 자기 지역구 챙기는데 이 돈이 쓰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의원직을 내놓더라도 이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했더니, 행안부가 화들짝 놀라더라. 2급 비밀이라 공개를 하면 나에게도 문제가 생긴다고 하기에, 의원직을 내놓겠다고까지 했다. 그래서 타협한 것이 다음해에도 자료 공개 요청을 받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종의 감시자가 생기니 용처가 조금 나아졌다.

다른 특활비도 마찬가지다. 묻지마 쓰임새가 문제가 되니 이를 감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공개’다. 비밀로 두니 더 문제가 되는 것이다. 특활비를 완전히 없앨 순 없다. 국가 운영에 있어 용처를 밝히지 못하고 쓰는 돈은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내용 공개란 방식으로 감시를 해야 한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에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거부하면 공개 시점을 20년, 30년, 50년 등 장기로 가져가면 된다. 언제가는 쓰임새가 드러나기 때문에 국민 세금을 함부로 쓰지 못할 것이다. 또 긴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역사가 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통일문제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

통일의병을 양성하고 있다. 긴 시간 분단으로 남북은 너무 이질적인 상태가 돼 버렸다. 남북은 이질적인 구조에 서로의 관상마저 변했다. 이는 서로의 사고 인식이 변했다는 뜻도 된다. 북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을 함부로 고칠 방법은 없다. 이는 서로 융합을 해야 하는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미리 연구하고 공유해야 한다. 감정의 골도 깊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이 되어도 문제다. 남북이 통일 후 소프트 랜딩을 하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통일 후 북한 토지개혁 어떻게 할 것인지, 의료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북쪽의 헐벗은 산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지금부터 고민하자는 취지다.

▷통일은 얼마 정도 걸릴 것 같나

10년 전에도 10년, 20년 전에도 10년인데… 지금은 희망이 조금 더 큰 10년이다. 상황이 좋아진 것은 맞는 것 같다.

다만 전제 조건이 있다. 지금부터 대비를 해야 한다. 만일 북한에 특수 상황, 혹은 변란이 생겨 200만~300만 명 수준의 북한 주민이 남쪽으로 내려온다는 가정을 해보자.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난감한 문제다. 인도적인 측면에서는 도와야 하지만 서울 수도권이 감당할 수 있을지조차 가늠이 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왜 북한을 돕느냐’는 인식도 팽배하다. 그래서 북한을 돕는 데 있어 우리 내부의 합의라는 대전제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통일은 평화적이고 따뜻한 통일이 되어야 한다. 따뜻하려면 미리 온도를 높여야 하고 지금부터 미리 다양한 방면에서 북한을 도와줘야 한다.

▷관상을 언급하셨는데, 조예가 깊으시나

소설을 쓰려고 관상을 공부했었다. 한 일간지에 ‘풍객’이라는 소설을 썼었는데, 용어 등을 설명하느라 논문처럼 달린 주석이 200여 개나 됐다. 관상은 이론이 복잡하지만 단순하다. 관상은 생긴 모습이 아니라 분위기다. 척 보면 나타난다. 민원 부서에서 근무를 오래하면 민원인들의 첫인상을 보고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안다고 하지 않나. 젊은 사람들은 모르는데 사회 경험이 있으면 다 관상쟁이다.

▷정치인들 관상도 좀 보시나

보면 풍기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더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정치인에게 관상을 바꾸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는데, 바꾸지 않더라. 그 이미지에 갇혀서 별로 나아가지 못했다.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잘 풀리지 않으면 관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성형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지는 바꿀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작가 일도 꾸준히 하시는 것 같은데

지난해 <바람으로 그린 그림>이란 소설책을 냈다. 잘 팔리지는 않는다(웃음). 그래도 작가는 천직이고 글은 계속 쓸 것이다. 기회가 되면 정치 소설도 쓰고 싶다. 시놉시스는 이미 준비돼 있다. ROTC로 복무한 군 시절의 경험이 투영된 남북문제를 다루는 소설도 준비 중이다.

▷김홍신 문학관은 준비가 다 되셨나

글 쓰는 공간인 집필관은 지난달에 오픈을 했고, 문학관이 막바지 작업 중에 있다. 후배가 8년 전에 약속한 것인데, 실제 문학관을 마련해줘 너무 감사하다.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되신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가 문학관을 건설하는 재단의 고문으로 계시던데

인연이 깊다. 김병준 총리는 세상을 좋게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다. 만일 한국당이 전권을 준다면 당을 과감히 바꿀 것이다.

▷지금 여당은 잘하고 있는 것인가

민주당은 지금 진짜 조심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함부로 보면 안 된다. 위로 올라갈수록 몸가짐과 처신을 잘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나는 지금 민주당의 위기라고 본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대에서 강연을 하면 빛은 내가 나지만,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내가 앞광대라면 그 사람들은 뒷광대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패자가 있기 때문에 승자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우리 정치와 사회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대담 설진훈 편집장 정리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5호 (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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