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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밴드 외길 ‘자우림’-5년 만에 정규 10집 내고 ‘청춘예찬’ 단독콘서트 1번 트랙 ‘狂犬時代’부터 정신없이 몰아부쳐
기사입력 2018.07.31 16: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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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데뷔한 자우림은 20년 넘게 밴드 외길을 우직하게 걷고 있다. 최근 5년 만의 정규 10집 ‘자우림’을 발표하고 단독 콘서트 ‘청춘예찬’까지 성황리에 마치는 등 일찌감치 뜨거운 여름을 시작했다.

정규 10집 타이틀은 팀명과 동일한 ‘자우림’이다. 가장 자우림다운 음악과 감성의 집대성이라는 자신감의 발현이다.

“앨범을 낼 때마다 타이틀 고민을 많이 해요. 사실 셀프 타이틀이 좀 민망한 부분도 있지만 이번에 셀프 타이틀로 하자고 의견을 냈더니 멤버들 모두 흔쾌히 동의했어요. 자신감이죠.(웃음)”(이선규)

이번 앨범은 지난 20년간 쉼 없이 달려온 자우림 음악 여정의 정수를 한데 모은 앨범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될 새로운 시즌의 시작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사운드 만드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어요. 1집부터 3집까지는 뭘 잘 모르니까 여러 가지 희한한 시도를 많이 했었고, 4집부터는 밴드로서 할 수 있는 날것 같은 사운드, 즉흥적이고 에너지 많은 사운드를 해봤죠. 그런 시도들을 거쳐 9집에서는 밴드 사운드로서 어느 정도 자우림식이 완성됐다고 생각했죠. 다음 앨범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지난 몇 년간 고민했는데 이번 10집을 시작으로 자우림의 사운드적인 부분이,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어요.”(김윤아)

자우림의 이번 앨범에 대해 음악평론가 배순탁은 밴드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스타트로 초반부터 듣는 이를 압도한다고 극찬을 했다. 실제로 이번 ‘자우림’은 초장부터 듣는 이의 혼을 빼놓는데, 주인공은 1번 트랙 ‘狂犬時代’다.

“보통 우리는 타인을 밟고 올라가야 1등이 되거나,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교육을 받고 있어요. 말은 그렇게 안 해도 그런 사고를 주입당하고 있죠. 사회인이 되면 조직 내에서 이 사람이 얼마만큼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이 사람을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로 판단하는 기준이 된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대부분은 승자가 되지 못하고 밟히는 사람이 되는데 사회가 너무 그쪽으로만 달려가고 있으니 반대로 개인의 생활은 오히려 가난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20년 전 사회 초년생들이 바라보던 미래와 지금 그 나이대 사람들이 바라보는 미래는 시작부터가 다르죠.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커지는 게 아니라 포기하고 또 포기해야 하고. 아주 작은 최후의 것을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그 속에서 분노와 갑갑함, 억눌린 감정이 큰 것 같아요. 자우림은 줄곧 약자에 대한 폭력이 옳지 않다는 기저를 깔고 얘기해 왔지만, 지금이 더 이런 얘기 듣고 싶은 때가 아닌가 싶었어요. 자우림이 사회적인 말을 하는 밴드라는 것도 알지만 ‘우리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가 아니라, 반대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우리 음악을 완성한다고 생각해요. 이 곡 역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김윤아)

총 10곡이 탐스럽게 담긴 이번 앨범은 자우림이 풀어 놓은, ‘어른들을 위한 단편동화’ 모음집 같은 느낌이다. 나름의 스토리텔링이 존재하는 만큼, 수록곡 배치도 여간 고심한 게 아니다.

자우림은 “곡 배치에 따라 앨범의 성격이 굉장히 다르게 들릴 수 있는데, 이번 앨범은 흐름이 잘 맞아떨어졌다. 앞부분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듯한 사운드적 장치를 숨겨놨다”면서 “이 앨범이 하나의 단편소설이라면, 불안하게 시작해서 사실은 내 옆에 있는 네가 희망이라는 해피엔딩을 맞는데 그런 의미에서 동화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10곡 수록곡의 ‘화자’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나이도 알 수 없다. 그저 “행복을 갈구하는 청춘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수록곡 중 멤버들이 개인적으로 꼽는 명곡도 각각 달랐다.

이선규는 3번 트랙 ‘Sleeping Beauty’를 꼽으며 “정말 자우림답다는 생각이 드는 곡”이라고 애정을 보였다. 김진만은 1번 트랙 ‘狂犬時代’를 꼽았다. 그는 “가사도 사운드도 듣는 분들을 정신없이 코너로 몰아붙이고 싶었는데 그게 잘 구현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윤아는 타이틀곡 ‘영원히 영원히’를 언급했다. 그는 “전통적인 밴드 사운드에 클래식한 사운드를 합친 곡인데, 마음속에 소년이 있는 어떤 사람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무언가에 대해 노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그는 영원한 게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자우림 특유의 에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느끼실 수 있는 자우림만의 정수가 담긴 곡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7번 트랙 ‘Psycho heaven’ 가사에는 신도림역이라는 특정 지역명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자우림의 공전의 히트곡 ‘일탈’ 속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이라는 가사가 떠오르는 대목. 곡을 쓴 이선규는 “원작가(김윤아)에게 물어보고 쓴 것”이라 너스레 떨면서도 ‘일탈’에 대한 자부심을 넌지시 전했다.

“‘일탈’이 1997년에 나온 노래인데, 워낙 당시엔 유행했던 노래죠. 그런데 지금도, 1997년 이후에 태어난 분들도 일탈하면 신도림역이나 아파트 옥상을 떠올리시더라고요.”(이선규) 그는 자신들의 노래보다 나이가 더 어린 친구들이 그들의 노래를 즐기는 것을 보면 “초현실적인 느낌”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혈기 왕성한 20대의 나이에 데뷔, 어느덧 40대 중반을 넘어선 이들은 어떤 의미에선 이미 ‘기성세대’고, 척박한 밴드신에서도 어느 정도 기반이 닦인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줄곧 ‘청춘’을 노래하고, 청춘을 위로한다.

“사실 물리적인 청춘은 지났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정말 감사하고 다행스럽게도 물리적인 청춘을 이 친구들과 같이 보냈죠. 그래서 소위 꼰대가 되지 않고 청춘의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이선규)

“청춘일 때는 실수할 수도 틀릴 수도 있지만 자기가 소중하게 지키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는 면이 있죠. 반면 기성세대가 되면 포기해야 하는 게 생기기 마련이죠. 그 차이인 것 같고, 그런 면에서 우린 아직 기성세대는 아닌 것 같아요.”(김진만)

“그 부분이 멤버들에게 서로 감사하고 동경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어떤 분야건 간에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사람이 있으면 시작할 때와 같은 사람이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 형님들은 내가 처음 알던 때와 똑같아요. 처음 음악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나 이런 얘기하고 싶은데 한 번 들어볼래?’가 아니라, ‘아,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나도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접근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세상이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다른 사람의 인생이 우리 음악의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는데 그들의 청춘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음악에도 그런 게 남아 있지 않은가 싶어요.”(김윤아)

“진짜 청춘일 땐 주위의 걱정을 참 많이 들었어요. 처음 ‘헤이 헤이 헤이’로 데뷔하고 1집을 냈을 땐 ‘너네가 잘 되겠냐’ 그런 우려가 있었어요. 2집 땐 서포모어(2년 차)라며 ‘2집 진짜 잘 만들어야 해’라고 하고, 3집 땐 ‘야 밴드 3집은 진짜 쉽지 않아 잘 해야 해’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듣던 환경이었거든요. 그런데 우린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욱’하기보다는 ‘즐’ 하는 게 있었죠(웃음). 항상 그런 마인드가 있어서 아직까지 청춘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이선규)

2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한순간도 음악이 재미없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예기치 않은 인생의 슬럼프는 자우림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기도 했다. 스물한 살 자우림 여정의 최대 슬럼프는 김윤아가 신경마비로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을 때였다고.

“5~6년 전에 윤아가 많이 아파서 누워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가 최대 슬럼프였을 겁니다. 병원에 문병을 갈때 8집 앨범을 프린트해 가서 윤아에게 보여줬는데 한참을 보더군요. ‘아, 이게 마지막 앨범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때가 가장 큰 슬럼프였어요.”(이선규)

밴드 음악의 특성상 TV 등 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음악을 접하기 어려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자우림은 MBC <나는 가수다>, SBS <판타스틱 듀오> 등 음악 예능을 통해 대중과 끊임없이 호흡해 왔다. 최근에도 JTBC <비긴어게인2>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진가를 확인시켰다.

“스스로 좀 지치고 나태해져 있을 때 ‘나는 가수다’를 하게 됐어요. 사실 옆에서 연주할 땐 (김윤아가 어떤 모습인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화면을 통해 윤아의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4분 동안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어 내고 있더라고요. 최근 ‘비긴어게인’에 들어갈 때도 좀 나태해졌던 것 같은데, 통기타 하나 놓고 스피커를 통해 윤아 목소리를 현장에서 들어 보니 ‘와, 김윤아 노래 진짜 잘하는구나’ 새삼 느끼게 됐죠. 김윤아는 저에게 계속 에너지가 되고 있어요. 음악적으로도, 음악 외적으로도 삶의 멘토죠.”(이선규) <비긴어게인2>를 통해 대중에게 감동적인 무대를 다수 연출한 이들이지만 그들의 기억에 남는 장면은 데뷔하기 이전, 자유롭게 음악 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 자유로운 버스킹이었다.


“악기를 세팅해 놓고 같이 연주하는 것보다, 윤아랑 둘이 살짝 나와서 성당 계단에서 연주한 적이 있는데 그때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동네 청년들이 술에 약간 취해 우리가 연주하는 걸 들었는데 ‘브라보’ 하던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사실 그런 연주는 데뷔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끼리 같이 음악 작업할 때 일상적으로 했거든요. 오랜만에 그런 자리라 좋았습니다.”(이선규)

“음악의 힘이 세다는 걸 제대로 느꼈어요. 한국어로 된 음악을 들으시며 눈물을 흘리는 현지 분들이 많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음악을 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고, 자우림 음악이 좋다는 걸 새삼 확인하기도 했고요. 이번 앨범을 만드는 데도 에너지를 많이 얻어 왔죠.”(김윤아)

‘가장 자우림다운’ 이번 앨범을 통해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김윤아는 “가장 좋아하는 피드백 중 하나가 ‘이 음악을 듣는 동안 나 자신을 잊어버릴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 말이 참 감동적이더라. 이번 앨범 역시 듣는 동안 현실을 떠나 어딘가 다른 곳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좋을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박세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제공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5호 (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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