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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철 행림종합건축 대표이사 | 건축가들의 창의성이 문화도시 자양분이죠
기사입력 2018.04.03 10: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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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석 규모의 오케스트라 공연장, 국내 최초의 중이온 가속기, 농수산물센터까지….’

몇 년간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세 건축물을 아름답게 설계해 세상에 내놓은 곳이 있으니 바로 행림종합건축이다. 행림은 최근 몇 년간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을 싹쓸이하며 유수의 건축사무소들을 제치고 돌풍을 일으켰다. 1988년 창립부터 행림을 이끌고 있는 한규철 대표에게 비결을 물으니 “펑션(Function)”이란 답을 내놨다.

“국가당사자로 진행되는 사업의 80% 조금 넘게 하고 있습니다. 타깃(Target) 프로젝트가 필요로 하는 기능(Function)에 대한 연구와 탐방이 비결이라면 비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지난 2월에 끝난 부천문화예술회관의 설계용역은 업계의 큰 이슈 중 하나였다. 드물게 나오는 공연장 설계용역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경험이자 강력한 포트폴리오이기 때문.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활동 기반인 1500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복합장르로 사용되는 300석 규모의 블랙박스 공연장 현상설계 공모전에 17개 업체들이 뛰어들었다. 행림건축은 쟁쟁한 라이벌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당선됐다. 건물 외관의 절제된 입면 디자인도 우수했지만 클래식 콘서트홀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간구성과 음향계획이 다른 설계안과 차별화되었다는 평이다.

“디자인은 기본입니다. 기능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좋은 건축물이 탄생하기 힘들어요. 단순한 쇼잉이 아닌 기능적인 이해와 설계에 대한 구상이 끝난 후에야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짝사랑과 같은 것이죠.(웃음)”

한규철 대표는 건축설계를 짝사랑에 비유했다. 건축물이 이용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그 외관은 물론 용도에 맞는 최적의 기능을 구현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공연장을 설계하기 위해서 해외 유수의 공연시설을 찾아다녔습니다. 케이스스터디에 들어가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콘서트홀, 블랙박스, 오케스트라 연습실의 동시 사용에 최적화된 조닝계획과 최신기술의 검증된 방법을 알아내 발주처에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습니다.”

행림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진 만큼 한 대표의 공부의 폭도 넓어졌다. 해외 유수의 연구소와 방산시설, 유명야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한국에 최적화된 건축설계법을 찾아낸다. 단순한 ‘시설관광’이 되지 않도록 연구소 실무자에게 직접 수차례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결과는 따라왔다. 세계 3번째로 준공한 포항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사업은 물론 국내 최초의 중이온 가속기 사업, 정부통합전산센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2사옥, 지역 농수산물센터 등이 모두 행림의 품으로 돌아갔다.

“탐방 비용이나 해외 건축사무소와의 협력 등은 사실 비용이 됩니다. 마진율이 조금 적어지더라도 이러한 경험과 연구는 다음 프로젝트를 하는 힘이 되는 것이죠. 기업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역량강화를 위해서라도 이러한 철학은 앞으로도 유지할 생각입니다.”

행림건축이 제출한 부천문화예술회관 설계안



▶행림은 ‘겨울늑대’, 실력만이 생존이유

올해로 창업 30주년을 맞이했지만 한 대표는 행림을 ‘겨울늑대’에 비유했다.

“모회사 혹은 관계사의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몇몇 건축사무소와 달리 저희는 스스로 먹을 것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죠. 직원들에게도 항상 이 말을 합니다. 도와줄 사람 없으니 실력으로 살아남아야 한다고요.”

끊임없는 연구를 통한 실력만이 생존의 방식이라고 강조한 한 대표는 건설업계 불황에 대해서도 손사래를 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오히려 다양한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소득 3만달러 시대가 가까이 오면서 문화적인 니즈가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은 주민센터를 짓고 그 안에 수영장, 어린이 도서관을 넣고 작은 산책로를 만드는 소공원들을 조성하는 수준인데 점점 규모와 품격을 높이기 위한 시도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신만만한 그에게 구체적인 사업목표에 대해 물었다.

“2~3년 안에 매출 3000억원 정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동남아 시장진출과 뉴욕사무소 개소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신경을 쓰고 있죠.”

한 대표는 국민소득 증대와 도시정비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용도의 건축물과 형식이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한 국가의 소득이 늘고 문화적 소양이 쌓이면 노벨물리학상 하나 받아보자 하는 분위기도 생겨나지 않겠습니까?(웃음) 그에 걸맞은 연구소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건축물은 사람들이 쾌적하게 거주하면서 비를 피하고 냉난방을 하는 용도였는데, 이제는 다른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죠.”

그는 건축가의 역량이 국민의 문화적 소양과 욕구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자양분이라고 믿고 있었다. 건축가의 소명의식을 강조한 그에게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축물이 탄생하기 위한 요건에 대해 물었다.


“롯데타워는 굉장한 건축물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되기는 힘들잖아요? 문화적인 스토리텔링과 콘텐츠를 담은 건축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 건축가의 역량보다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플랜이 시급합니다. ‘내 임기 안에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수장이 바뀌어도 유지될 수 있는 도시정책을 가지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가야죠. 후대를 위한다는 심정으로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프로젝트가 이어진다면 충분히 한국의 랜드마크도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1호 (2018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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