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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돌아온 ‘멜로의 여왕’ 손예진 “결혼은 아직, 지금은 일이 더 좋아요”
기사입력 2018.04.03 10: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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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가 비수기인 초봄 극장가를 제대로 달궜다.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가족이 비 오는 날 홀연히 내 앞에 나타난다는 지극히 판타지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가슴 따뜻한 멜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충무로를 관통할 수밖에 없었던 중심에는 영원한 클라스의 ‘멜로퀸’ 손예진이 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가 기억을 잃은 채 우진(소지섭)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손예진은 수아의 20대 시절부터 한 아이의 엄마에 이르기까지 달달한 멜로와 절절한 모성애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폭넓은 캐릭터를 보여 줬다.

영화 개봉 전 만난 손예진의 얼굴에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매년 두 작품 이상 대중에 선보일 정도로 열정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열일’하는 손예진이지만 여느 작품의 개봉을 앞뒀을 때와는 또 다른 행복감이 묻어났다. 시사회를 통해 처음 완성본을 접했다는 그는 “내 연기에 대한 아쉬움조차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며 벙글벙글 웃었다.



▶믿고 보는 ‘손예진표’ 멜로

그도 그럴 것이, ‘전매특허’로 꼽히는 손예진표 멜로는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이후 무려 14년 만이다. <클래식>(2003),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남성 관객뿐 아니라 여성 관객의 마음까지 제대로 훔쳐 간 손예진이기에 영화는 개봉에 앞서 예열 단계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사실 저 역시 너무 기다려 왔던 (종류의) 작품이에요. 정말 좋은 멜로를 다시 찍고, 관객들께 보여드리고 싶었죠. 최근에 ‘클래식’을 다시 봐서 그런지, 이런 영화, 이런 색감이 너무 그리웠었어요. 로맨틱코미디 말고 멜로로만 보면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이후 처음이거든요. 저로서는 너무 반갑고, 행복한 감정밖에 없어요.”

최근 수년간만 봐도 <해적>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 등 장르적으로 변화무쌍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손예진이지만 워낙 멜로에 최적화된, 왕년에 ‘첫사랑의 아이콘’인 그이기에 다시금 ‘멜로배우’ 이미지로 고착화되는 데 대한 부담감이 들 법도 한데, “장르 고착화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우리 일이 스포츠 선수처럼 어떤 종목이 있는 건 아니니까,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는 건데, 2000년대 초반 멜로 장르 속 제 모습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신 것을 알죠. 그렇지만 저는 제가 멜로를 잘 하는 배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게 활자화 돼 부각되는 것이지, ‘멜로 전문 배우’라는 게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스릴러 전문 배우도 이상하고… 저에게는 똑같은 하나의 캐릭터일 뿐이죠.”

멜로가 강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장르 불문하고 그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 대단한 소화력을 지닌 손예진이기에 가능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일 터다. 그러면서도 손예진은 “그런데 제 멜로를 좋아해 주신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 건, ‘다시 돌아와 좋다’는 댓글들을 통해서였다”며 “‘제 멜로를 기다려 주셨구나’ 싶었고, 기분이 좋고 묘했다”고 미소로 답했다.

영화는 손예진-소지섭 톱배우 캐스팅이라는 것 외에도, 최근 몇 년 사이 극장가에서 뜸했던 잔잔한 감성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강점을 지닌다. 그는 “배우이기 이전에 관객의 입장이기도 한데, 그간 가슴 따뜻하고 힐링되는 영화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 관객으로서 목말랐던 것도 맞다. 그런 점에서 관객들이 2000년대 로맨스가 많이 나왔던 그런 영화로 다시 나와서 추억을 소환하게 해드린 것 같아 개인적으로나 배우로서나 뿌듯하다”고 했다.

소지섭과는 드라마 <맛있는 청혼>(2001) 이후 17년 만에 작품에서 재회한 셈. 지난 시간의 길이만큼이나 깊어진 연기력을 자랑하는 만큼, 믿고 보는 두 배우의 앙상블은 극의 퀄리티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설정에서 드러나는, 시작되는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에피소드는 관객들에게 그 자신들의 옛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장면. 이는 해당 장면을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신이 시나리오상으로 정말 재미있었는데, 현장에선 더 재미있게 하려 노력했어요. 예를 들어 처음 영화 보러 간 극장에서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는 장면이라던가. 요즘 아이들은 그런 과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웃음), 예전 풋풋했던 어린 시절, 학창시절이 떠올라서 좋았어요. (소)지섭오빠와 그런 얘기도 했어요. 누군가의 손을 잡고 설레는 감정을 찍어본 것 자체가 오랜만이라고요. 감독님도, 현장 스태프 분들도 다들 모니터 보시면서 각자의 과거 사랑들을 얘기했던 에피소드가 있어요.”

▶“여전히 연기가 고파요”

손예진의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우진과 수아가 첫 데이트 장소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사실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었어요. 수아가 먼저 도착했는데, 보자마자 어색하니까 우진이 ‘내가 늦게 온 거 아니야 네가 일찍 온 거지’라고 말하는데, 그 장면부터 웃기더라고요. 우진과 수아라는 인물의 성격이 잘 드러난 장면이고, 대놓고 웃긴 게 아니라 간질간질하면서 웃긴 게 좋았어요.”

영화 속 수아와 우진은 풋풋한 연애 감정을 지나 현실 부부가 돼 한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된다. 현실에서 미혼인 손예진으로서 ‘기혼’ 캐릭터를 처음 해본 것은 아니지만 현실감 있는 엄마로 설정된 만큼 손예진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기도 했다.

“엄마 역할이 특별히 부담스럽진 않았어요. 우리 영화 속 지환이 정도면, 내가 결혼해서 충분히 낳았을 법한 나이의 아이니까 현실적으로 봐주시겠구나 싶었죠. 직접 아이를 낳고 키워본 배우와는 다르겠지만 친언니가 조카를 키우는 모습도 보고 해서, 엄마 설정이 어색해 보이는 데 대한 걱정은 사실 안 했어요.”

말 그대로 ‘현실 엄마’ 캐릭터를 경험한 그는 “엄마라는 존재가 집안에서 이렇게 많은 역할을 하는구나 싶었다”고 놀라워했다.

“초등학교 아이에게, 엄마 없는 빈자리가 이렇게 크고 (아이는 엄마를) 이렇게 그리워하는구나 싶어 울컥하고 짠했어요. 내가 만약 엄마가 된다면, 누군가에게 이렇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거구나 싶기도 했고요. 연애하는 감정과는 전혀 다르더군요. 누군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손예진은 “아이를 두고 죽는 건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 가늠 자체가 안 된다. 그것만큼 가슴 찢어지는 일이 있을까 싶다”며 막연한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극중 아들인 “지환이가 하는 모든 게 다 짠하고 슬펐다”는 그는 “남겨진 사람을 위해 떠나갈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고 담담하게 덧붙였다.

극 중 수아와 실제 손예진의 싱크로율을 묻자 “비슷한 점이 많다”며 반색했다. “조카랑 놀아줄 때 그렇거든요. 둘 다 남자애들인데, 제가 다 이겨서 조카에게 실망감을 주죠(웃음). 져주는 법은 없어요. 저는 좀 터프하게 놀아주는 이모인 것 같아요. 요가할 때도 어려운 자세 하면서 놀아주거든요. 수아의 말투랑 실제 제 말투도 비슷한 것 같고.”

실제로 결혼하고픈 상대로 그리는 이상형에 대한 질문에 손예진은 “있긴 있는데, 주변에서 그런 사람 없다고 하더라”고 웃으며 일목요연하게 주관을 드러냈다.

“일단 정말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제가 하는 말과 행동에 항상 귀 기울여줬으면 좋겠고, 그런 제 모습이 이상하더라도 귀여워해 줬으면 좋겠어요. 말이 통했으면 좋겠고, 자기 일에 열심이었으면 좋겠고, 삶에 대한 가치관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이야기하면 다들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을 왜 얘기하니’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혼을 못 하나 봐요. 하하하.”

영화 속 우진 같은 남자는 어떻겠느냐는 추가 질문에도 “좋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지치지만 지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지호를 위해 못 하는 계란말이를 억지로 하면서 아이를 잘 키우려 하는 모습이 너무 짠하다”며 우진에 대한 애잔함을 드러냈다.

“어릴 땐 마초적인 남자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말도 잘 통하고, 유머가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유머 코드가 비슷한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코드가 남다른 것 같은 게, 아무도 안 웃는데 저 혼자 빵빵 터질 때가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유병재 씨의 개그, 너무 좋아해요.(웃음)”

그러면서도 결혼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덧붙였다. “저는 제가 이 나이까지 결혼 안 하고 있을 줄 몰랐어요.(웃음) 30대 중반까지는 결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지금은, 정말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면 하는 거지 억지로 만들어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일이 1순위인 것 같고,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언제든 떠나고 싶어요. 결혼해서 사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너무 행복해 보이지만, 자유로운 면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서요. 언젠가 운명의 상대가, 정말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나타나면 하고 싶어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초봄 영화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각오의 손예진이지만 드라마 촬영에도 한창이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통해 5년 만에 안방극장 컴백을 앞두고 있는 것.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선택한 데 대해 손예진은 “드라마 제작 환경이 참 어렵다. 대본 완고를 보고 선택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나는 다 보고 결정했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판석 감독님이 더할 나위 없이 좋으신 분이라서. 굉장히 행복하게 찍고 있다. 내 나이에 겪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는데 억지로 감정을 끄집어내서 하는 게 아니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목과 실제 본인과의 싱크로율에 대해 “나는 잘 모르겠는데, 주위에서 ‘넌데? 하더라”며 웃어 보인 손예진은 “찍으면서도 실제 내 모습이 많이 드러나는 듯하다. (영화에 비해) 드라마는 거의 리얼하게 찍기 때문에 더 날것의 모습을 많이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본 관객들에게 듣고 싶은 평에 대해 묻자 손예진은 특유의 미소를 머금은 채 짧고 담백하게 답했다.

“우선 영화관에서 둘이서 손을 꼭 잡고 나왔으면 좋겠고요. 갓 연애를 시작한 사이든 오래 된 연인이든 혹은 부부든,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서로에게 해주면 좋겠어요.”

[박세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제공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1호 (2018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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