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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장 출마 선언한 홍미영 부평구청장(민주당) | 서울 가기 위한 토목사업보다 ‘자족도시’ 인천 만들기 역점
기사입력 2018.02.28 15: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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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인천 만석동 43번지, 만석부두 앞 달동네에 한 여성이 어린 두 딸을 데리고 나타났다. 루핑집(검은 콜타르를 종이포대에 발라 지붕 위에 올린 집)들이 갯벌 위에 모여 앉은 동네는 소문이 빨랐다. 너 나 할 것 없이 “서울 여자가 왜 이런 촌구석에 왔느냐”며 수군거렸다. 그런 말들이 돌거나 말거나 월세 3만원에 두어 평 남짓한 방을 얻은 그는 인근에 ‘큰물 공부방’을 열었다. 그곳에서 빈민 가정의 아이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두 딸도 함께 키웠다. 2년 후 공부방이 철거됐을 땐 인천의 또 다른 달동네 십정동으로 거처를 옮겨 ‘해님 공부방’을 만들었다. 제 발로 빈민촌에 자리 잡은 그를 언짢게 바라보던 지역주민들도 그즈음 하나둘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8살 큰 아이와 5살 작은 아이를 데리고 공부방과 살림을 병행했는데, 작은 아이는 서울 할머니집에 가자고 3일을 울더군요. 그만큼 상황이 열악했어요. 하지만 그곳에 살면서 오히려 제가 배운 게 많습니다. 책에서 배운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새롭게 세상을 배운 셈이지요.”

홍미영 부평구청장에게 인천 만석동은 세상의 문제에 눈을 뜨게 해준 소중한 공간이다. 남보다 편하고 부유한 생활을 추구하는 게 당연한 시대에 스스로 가시밭길만 골라 발을 디뎠다.

“이화여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입학하자마자 서클(동아리)에 들어갔어요. 그때 찾던 곳이 농촌지역과 빈민지역이었습니다. 낡은 집 한쪽에서 아이들이 책 한 권 없이 생활하고 있더군요. 인천에서 달동네의 상징인 만석동은 제가 빈민여성사업을 하게 된 곳입니다. 제 삶의 좌표를 명확하게 한 경험이었지요.”

그렇게 창작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인 만석동에서 주민운동가로 나선 그는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하자 초대 부평 구의원(부평갑)에 당선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2~3대 인천시의원, 17대 국회의원(열린우리당 비례대표)을 거쳐 2010년부터 부평구청장직을 맡고 있다. 언뜻 구의원부터 시의원, 국회의원, 구청장까지 뻥 뚫린 탄탄대로가 연상되지만 어느 것 하나 편할 때가 없었다. 부평구청장으로 당선되고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22개동을 돌다 집에 못 들어가는 날도 많았다. 그렇게 ‘숙박행정’이 시작됐다.

“직접 뵙고 듣고 고칠 건 고쳐야죠. 집에 들어가지 못할 땐 아예 현장에서 자고 출근했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시의원도 그렇고 구청장도 모두 재선할 수 있었어요. 이번엔 인천시장에 도전합니다.”

지난해 12월, 그는 일찌감치 차기 인천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첫 여성광역지자체장 도전이다. 민주당 내 현역 국회의원인 박남춘(인천 남동갑) 의원, 민선 5기 송영길 인천시장 당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이 그와 당내 경선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모로 보나 편한 길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그가 또 다시 가시밭길로 들어선 이유가 궁금했다.

(홍미영 구청장은 인천시장 선거를 위해 지난 2월 26일 부평구청장직을 사퇴했다. 인터뷰는 구청장 사퇴 한 달 전에 부평구청에서 진행됐다.)



시장은 중앙정부 기능을 갖춘 국정의 당사자

▶구청장에 당선되고선 “국회의원은 꿈만 얘기해도 되지만 구청장은 구체적으로 현실을 헤쳐 나가야 하는 자리”라고 했습니다. 그럼 시장은 어떤 자리라고 보십니까.

▷“구청장이나 시장이나 행정면에선 별 차이가 없어요. 하지만 구청장에 비해 시장은 국정에 대한 직접적인 당사자 성격이 강합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광역지자체장 간 제2국무회의 신설 얘기까지 나오고 있잖아요. 또 광역단체장은 중앙정부의 기능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하루빨리 우리나라도 연방제 성격의 지방조직 구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부평구청장으로 재직하며 “물러났을 때 조금이라도 나아진 부평을 만든 구청장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현재의 부평을 돌아보신다면.

▷“랄프 왈도 에머슨의 성공에 대한 정의가 생각나는 대목인데요. ‘성공이란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라고 했어요. 그런 관점에서 저의 지난 8년간의 구청장 생활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합니다. 빚더미 구청 살림을 떠맡아 희망이 보이지 않던 취임 초기에 비해 구민들이 부평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응답이 약 90%에 달하고, 앞으로 살기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도 거의 비슷하게 나오는 걸로 봐선 나름 큰 보람을 느낍니다.”

▶2010년 취임 당시 청렴도 꼴찌였던 부평구청이 이듬해 1위로 탈바꿈했습니다. 비결이 있을 것 같은데요.

▷“공직자는 적게 벌어도 사회적으로 보람을 찾고, 근무성정평정, 승진 등으로 인정받는 게 중요합니다. 그동안에는 학연이나 지연이 승진에 영향을 끼치곤 했었어요. 그렇다 보니 주민이 아니라 상사만 보고 눈과 귀를 열어 놓을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저는 지역 연고도 없고 인천에서 학교도 나오지 않아 학연도 없잖아요. 주민과 소통하고 올바르게 일하면 된다는 걸 보여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현장에 민원처리 나갔다가 새우젓을 뒤집어쓰고 온 직원이 있기에 그 직원 아내에게 상품권도 챙겨주고 나중에 승진에도 반영했습니다.”

▶구청장은 중앙정부나 인천시의 행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동안 구청장으로서 행정의 안타까움이라면.

▷“우선 중앙정부-광역단체-기초단체로 이어지는 이른바 수직 계열화된 조직문화를 살펴봐야 합니다. 하부기관들이 옴짝달싹 못 하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너희들은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이지요. 법률과 규정, 제도 등에 부합한가 아닌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하는데, 문구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요. 이런 상급기관의 감시체계는 분명 개선돼야 합니다.



사람이 중심인 인천의 첫걸음은 인재양성

▶인천시장 출마선언을 하며 ‘사람이 중심인 도시 인천’을 내세웠습니다. 인천의 가장 급한 현안은 무엇입니까.

▷“민선6기 시정부의 가장 결정적인 한계는 인천주권, 애인정책을 거론하면서 여전히 GTX,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지하철 7호선 연장 등 수도 서울로 빨리 가기 위한 토목사업이 도시행정의 가장 우선적인 정책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천이 여전히 서울을 바라보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는 방증이지요. 인구 300만 명이 사는 도시로서 정주성과 자족성 대신 외부의존적 도시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인천은 인천다워야 합니다. 인천의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시스템 구축과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이 인천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 첫걸음이라면.

▷“사람 중심의 도시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인재를 양성해야지요. 서울로 향하는 방향을 극복하고 지역 내부에서부터 발전하기 위한 동력은 역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키우는 데 예산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에요.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을 투여하겠습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역시 인천이 지닌 도시 단절성을 극복하고 연결하는 것이에요. 경인고속도로로 단절된, 경인철도로 단절된 도시가 인천입니다. 경인고속도로를 일반화하고 경인철도를 지하화해야 합니다. 물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요. 중앙정부와 적극적인 협의와 대안을 마련해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중앙정부와의 협의도 중요하지만 현안 해결을 위해선 재정자립도가 큰 버팀목인데, 현실이 녹록지 않습니다.

▷“인천의 재정자립도는 2017년 60.5%에서 2018년 68%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방세가 증가해 2016년 3조2000억원을 넘어섰어요. 재정부채는 논쟁이 있지만 10조원대로 감소해 재정 위기를 탈출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인천의 재정은 나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인구 350만 명의 부산은 보통교부세(중앙정부가 각 자치단체의 재정 균형을 위해 재정 부족액을 산정해 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고 교부하는 재원)가 8000억원이 넘는데, 인구 300만 명의 인천은 지난해 490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보통교부세 증대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입니다.”

▶기초의원부터 광역의원, 국회의원, 구청장까지 이력이 화려한데, 국내정치의 현안을 꼽으신다면.

▷“정치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정당이란 정파를 결성하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치적 신념을 국민과 공유하면서 정권을 획득, 유지하는 게 근본적인 역할입니다. 우리나라는 정치가 지나치게 형해화(形骸化)되어 있고, 지나치게 눈앞의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북분단이란 특이한 구조를 인정하더라도 지나치게 이념 편향성이 강해요. 양대 정당 중심의 정치가 이러한 대결구도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하지만 공허함을 감추기 어려워요. 그리고 여와 야가 공수가 뒤바뀌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정반대의 주장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지요. 이런 게 국민들이 정치권에 갖고 있는 불신의 근원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가정생활도 궁금한데요. 쉬는 날에는 뭘 하십니까.

▷“늘 워커홀릭이란 말을 듣고 살아왔는데, 젊을 땐 그 말이 별로 싫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엔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란 노래 가사가 생각납니다.(웃음) 가급적 쉬는 여유, 돌아보는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이제야 철이 좀 드나 보네요.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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