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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법관·검사 인사에 변협 목소리 더 키워야 세무사법 논란은 법률서비스 선택권 문제”
기사입력 2017.12.29 1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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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의 세밑은 좀 우울하다.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변호사의 세무 업무 자격을 박탈하는 세무사법이 결국 국회를 통과해 버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변호사들의 권익을 보호하려 했지만 느닷없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속수무책이었다. 세무사 업계와의 힘 대결에서 사실상 패한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김현 회장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김 회장은 “국민들에게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에 반하는 이번 법 통과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를 되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럭스멘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소신 있는 목소리를 과감히 냈다. 밥그릇 문제이기도 한 세무사법 대응도 적극적으로 하겠지만, 변협의 사회적 역할도 계속 키워 나가겠다는 소신이 짙게 배어 있었다. 인터뷰는 대한변협 김 회장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사무실 곳곳에 아버님 김규동 시인의 시작, 그림 등이 걸려 있었다. 그중 ‘실사구시’란 글귀를 가리키며 자신의 철학이라고 했다. “명분에 치우치지 말고 모든 것을 실제적으로 하라”는 가르침은 지금 현실에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세무사법을 되돌려 놓는 일이 가능할 것 같나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강력한 투쟁을 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 진행 중인 2003년 개정된 세무사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처럼 헌법소원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 졸업하는 사법연수원 졸업생들이 추가 헌법소원을 할 계획이다. 현재 판결을 기다리는 헌법소원은 기존 변호사들만 해당이 되기 때문에 새로이 진입하는 변호사의 권익보호를 위해 추가 헌법소원을 제기키로 한 것이다. 동시에 변호사들이 다시 세무업무를 볼 수 있도록 세무사법 개정안도 내고, 장외 투쟁도 계속 할 예정이다.

▶변호사들이 꼭 세무 업무를 해야 하나, 일각에서는 변호사 이기주의란 지적도 있다.

세무 업무는 국민 생활에 직결된 것이다. 그만큼 국민의 선택권도 중요하다. 이 법의 통과로 세무업무와 세무 소송이 분리돼 국민들은 이중 부담을 지게 됐다. 법률지식을 알아야 세무 관련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세무사들 중 상당수가 국세청 출신으로 시험이 면제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과연 얼마나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가졌을지 의문이다. 세무 조정을 할 때도 법률을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다. 결국 국민들만 손해다.

변호사가 세무업무를 수행할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세무사법 개정안 논란은 밥그릇을 지키는 문제가 아니라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결국 변호사 과잉 공급이 문제가 아닌가.

변호사들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인 것은 맞다. 하지만 세무사법 통과와는 별건이다.

▶변호사 과잉 공급 문제 해법은 있으신가

우리보다 인구가 2.5배 많고 GDP(국내총생산)도 4배 이상인 일본의 경우 작년에 신규배출 변호사 숫자가 1583명인데, 우리의 경우 이보다 더 많은 1937명(변호사시험 1581명 + 사법연수원 356명)이 배출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의 경우 월 평균 수임건수가 2건이 채 안 된다.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급여를 감당하지 못하는 변호사가 속출하고 있다. 앞으로 고령화, 신생아 숫자 급감 등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때문에 변호사 신규배출 숫자 감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변호사의 신규배출 숫자를 연 1000명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을 현재의 2000명에서 1500명으로 줄이고,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현재 1500명에서 1000명으로 축소해야 한다. 법전원 간의 통폐합을 촉구한다. 25개의 법전원도 20개 정도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호사를 상대로 갑질을 한 한화 삼남 사건이 결국 유야무야됐다.

안타깝다. 재벌의 갑질이 분명한데 피해자인 변호사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변협은 당사자를 서울중앙지검에 폭행, 모욕, 상해 등의 혐의로 고발까지 했는데 결과적으로…(아쉽게 됐다) 결국 고객의 눈치를 본 것 같다.

▶화제를 돌리겠다. 취임 직후 만드신 버킷리스트의 달성은 어느 정도 되셨나?

버킷리스트에 언급한 법안 중 12개가 발의됐고, 조재연 대법관이 변협 추천으로 되셨다. 검찰총장 후보에 오른 네 분 중 변협 추천 인사가 세 분이나 되셨다. 그만큼 변협의 목소리에 힘이 생겼단 이야기다.

버킷리스트 중 우선 순위를 두는 분야는 준법지원인 제도다. 법경영인 선임대상을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인 기업(1100개 사)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모든 상장기업으로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준법경영인 선임이 확대되면 기업의 투명성과 준법경영이 강화되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투자자와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또 법무담당관을 확대하여 법치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은 4742건, 소송가액으로 따지면 7조5458억원에 이른다. 법무담당관을 통해 법치행정이 확립되면 이러한 불필요한 소송에 따른 국가 전체적인 손실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지나치게 높은 인지액을 낮추겠다. 돈이 없어 소송을 제기하지 못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억울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대한변협의 역할이 법원과 검찰에 대한 견제 기능인데, 잘되고 있다고 평가하시는지 궁금하다

앞서 언급했지만 대법관 헌법재판관에 변협 추천 인사가 임명됐다. 변협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에 매우 기쁘지만 아직 멀었다고 본다. 변협의 목소리가 법관과 검사의 인사에 더 반영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변호사들의 법관 평가 결과를 법관 인사에 반영하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정부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

문제가 많다. 헌법적 측면에서 헌법 개정 없이 입법·행정·사법부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 기구로 공수처를 설치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 그리고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지고 있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이를 통제하기 위해 공수처를 둔다고 하는데, 공수처 역시 기존 검찰과 마찬가지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다. 자칫 또 다른 막강한 권력기관만 설치하는 것은 아닌지, 옥상옥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검찰개혁을 위해 불가피하게 공수처 설치가 필요하지만, 기관이 지나치게 비대한 조직이 되거나 권한이 막강하게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공수처가 대통령의 수족처럼 운영된다면 이는 매우 위험하다.

과거 적폐청산에 나서고 있는 검찰의 독립성 문제가 여전히 논란이다.

▶적폐청산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검사를 무려 87명이나 동원하여 다섯 달째 계속 적폐청산 수사를 하는 것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적폐청산도 필요하지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 사회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피로감이 생겼다고 보인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적폐청산 관련 주요 수사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했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용기 있는 발언이고 바람직한 방향이다. 적폐청산 수사가 지나치게 장기화되면 검찰이 또다시 정치검찰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과거 정권 피해자인 윤석렬 중앙지검장도 전면에 나서는 것이 객관적이지 않게 비춰질 소지가 다분하다. 윤 지검장이 한발 물러서면 좋을 것 같다.

▶극심해진 사회 갈등에 대한 해법이 있으시다면

전 정권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포승줄에 묶이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고 본다. 미국처럼 역대 대통령들이 모여서 식사도 하고, 골프도 치면 좋겠다. 정권이 바뀌면 서로 공격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정권의 일을 모두 적폐라고 하지 말고, 정말 부도덕한 일을 문제 삼아야 한다. 아직도 정권이 구름 위에 붕 떠 있는 것 같다.

▶세월호 사고 때 유족의 손해배상금 지급 건과 관련해 일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낚싯배 충돌 사건은 잘 처리됐다고 보시나

언론 기사를 보면 대통령이 사고 발생 직후 45분 안에 지시를 해서 잘 대처한 것이라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무려 13명이나 사망을 했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다. 구조대가 30분 안에만 빨리 도착하였어도 더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지 못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부에 대한 보고도 중요하지만, 상부에 대한 보고와는 별도로 즉각적인 대응태세에 나서는 안전 시스템이 여전히 미비한 것이다.

▶여아 성폭행범인 조두순의 재심에 논란이 있었다.

무기징역에 처했어야 하지만 양형이 너무 가벼웠다. 이것은 문제다. 우리 법정은 유·무죄를 따질 때 절충형 재판을 하는 경향이 있다. 쉽게 말해 법원이 올라온 사건에 대해 유·무죄를 따질 때 유죄를 우선 내린 다음 미안하니까 형을 깎아 준다는 것이다. 이는 일단 법정에 가면 누구나 잠재적 죄인이 된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선진국은 유무죄를 판단할 때 무죄 추정 원칙에 무게를 두고 하지만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극형에 처한다. 선진국 성폭행범은 10~20년의 중형이 내려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건이 너무 많아서 법원이 충분한 심리를 못하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법원이 앞장서서 판사를 증원해 심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성폭행 같은 경우) 유죄가 내려지면 강력한 형 집행을 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취임 직후 법조대화합의 새 장을 마련하겠다고 하셨지만 내부적으로도 불협화음이 일부 있는 것 같다

대한변호사협회 집행부 구성에 세대와 출신을 고려하여 균형을 이루도록 구성했다. 또 법조계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법조대화합위원회도 발족했다. 2018년도에도 화합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제 철학 중 하나가 ‘조화’다. 앞으로 변호사 출신에 따른 차별발언이나 대우 등 법조계 내부의 갈등을 초래하는 일체의 행위가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징계할 예정입니다.

▶일반 국민들은 여전히 법률서비스 받기를 어려워한다. 이와 관련된 변협의 노력이 있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위한 소송구조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를 도입하고 관련 비용 중 일부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또 민사사건의 대법원 상고심에서만이라도 변호사를 필수적으로 선임케 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제적 약자들을 돕기 위해 민사 국선변호사제도를 도입해서 도와드리는 것도 바람직하다.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8호 (2018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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