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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병준 국민대학교 교수 | “분열된 국가 현실 더 이상 간과 못해 서울시장 출마도 마다하지 않겠다”
기사입력 2017.12.27 10: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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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서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됐던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의 세밑 행보가 거침이 없다. 밀려드는 강연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표를 탐하는 이들만 남아있는 것이 정치권의 현주소” “전 정권은 판단 능력이 부족한 정부” “대중영합주의에 취하면 현 정권도 위험하다” 등 내놓은 발언의 수위들도 간단치 않다. 김 총리를 찾는 곳이 많은 곳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럭스멘이 물었다. “정치권에 뛰어드신 거냐”고. 김 교수는 “사회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가졌다는 의미에서 나는 이미 현실정치를 하고 있다”란 애매한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다시 강하게 물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나가시냐”고. 김 교수는 “당 내부에서 혁신이 일어난다면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단서를 달긴 했지만 방점은 ‘단서’가 아니라 ‘후자’에 있음은 인터뷰 내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다들 답답한 현실에서 여기저기 길을 묻는 사람들이 있고, 가리지 않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같이 뜻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겠냐, 그러면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곳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

국가에 대해서 답답한 심정을 갖고 이들에게 내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역대 대통령부터 국회의원들, 관료들까지 모두 실패한 나라가 돼 버렸다. 단단히 잘못된 것이 틀림없고 빨리 고쳐야 한다. 문제 해결의 출발은 국가의 역할과 기능을 바로 잡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화두는 ‘국가’이신 것 같다.

대한민국이 망가지고 있는 것은 국가가 여전히 과거처럼 권위주의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국민이 어리석다는 잘못된 관념을 뿌리 깊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어야 될 곳에 있지 않아 왔다. 오직 권력만을 탐닉해 왔다.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시장과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에 국가가 개입하면 안 된다. 그동안 과도한 개입으로 사회와 시장의 구조가 왜곡돼 있다. 국가는 국가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왜 지방자치단체장이 타는 차량까지 규제를 해야 하나. 그냥 둬도 시민들 눈이 무서워 고급차를 타지 않는다. 또 기업 CEO에 대한 규제도 너무 과도하다. 배임에 대한 해석이 너무 자의적이고 세계에서 제일 넓다. 기업하는 사람 치고 국가 눈치 보지 않는 사람 솔직히 있나. 그래서 검사 사위 봐야 꼭 보험에 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강연에서 항상 이야기하는 ‘보충성의 원칙’은 무엇인가?

시장과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에 국가가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것인데, 국가는 보충적인 기능을 수행하라는 것이다. 주로지방분권을 예로 들면,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중앙정부가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그럼 작은 정부를 지향하시냐?

그건 아니다.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것이다. 국가는 국가가 가장 잘할 일을 하고, 나머지는 시장원리에 맡기자는 것이다. 복지와 안보가 대표적이다. 복지를 시장과 공동체 손에 맡겨 두면 한계가 분명히 있다. 여기에 국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외교·안보도 마찬가지다. 11대 경제 대국 교역규모 7위의 국가인데 안보에서 국가는 전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코리아 패싱’ 같은 말이 왜 나오겠냐. 현재 우리 외교안보 수준은 미·중 눈치만 보고 있다.

그리고 이 두 분야는 그동안 국가가 제대로 역할을 못했던 분야들이다. 우리 사회 돌봄 영역은 많다. 하지만 복지 등 사회비 지출은 국내총생산 대비 10% 남짓이다. 20%가 넘는 OECD 평균에 비하면 크게 낮다. 일부 국가에서는 35%까지 쓰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국가의 역할은 시장이 성장의 축을 가져가고, 거기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해야 하고 국가는 균형을 맞추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

▶▷왜 그동안 국가는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고 보시나

과도한 국가주의가 내려오기 때문이다. 국가의 완벽한 통제 자체가 되지 않는 세상이 왔는데, 국가는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가는 대중의 기호에 영합하는 형태를 띠고 있고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박근혜 정권이 대표적이다. 국가주의 틀 속에서 길을 잃은 대표적 사례고, 박정희 신화에 취해서 국가 권력이 뭘 할 수 있는지를 망각해 버렸다. 우리 사회의 성숙도, 누가 성장과 분배의 축인지 제대로 된 판단을 했다면 어설프게 국정운영을 안 했다. 국정교과서 봐라. 어떻게 사람의 생각을 획일화시킨다는 생각을 할 수 있나. 지금 진보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권력 장악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국가주의 틀을 벗어나려면 검찰을 통해 적폐청산을 할 것이 아니라 검찰 권력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죄를 덜 짓게 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다만 지금 진보세력은 영리해서, 과거처럼 국가권력이 날카롭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진보는 대중세력을 끌어 들였다. 국가주의적 사고와 대중영합주의의 결합인데, 이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국가주의 틀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솔직함이다. 시대의 변화에는 고통이 따른다. 그 고통에 대해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란 틀 속에서 세상은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국가주의 틀 속에 있다. 우리 사회가 필요한 산업구조개혁, 노동개혁, 인적자원 육성체계를 제대로 바꾸려면 엄청난 고통이 뒤따른다. 하지만 권력을 놓치는 것이 무서워 고통에 대한 감내를 국민들에게 호소하지 못해 개혁은 시늉만 내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 들린다.

현 정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난 정부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다 느끼고 있지 않나. 물론 비판적인 이야기에 귀를 더 기울이는 쪽은 보수다. 지금 승기를 잡은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 안 듣는다. 때문에 보수가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적극적인 반성과 참회를 해야 한다.

▶▷참여 정부 당시 인사에도 관여하셨다고 들었다.

정책을 총괄하면서 실무에 필요한 인사 추천을 많이 했다. 당시 정부는 곳곳에서 인재를 추천받고 발탁했다. 우리 사람, 가치관이 맞지 않더라도 실력 있는 분들을 모셔 왔다. 진대제(정보통신부 장관), 정문수(경제보좌관), 반기문(외교비서관) 등 노무현 전 대통령 얼굴도 한 번 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인사의 기본은 사람 좋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 일 잘하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4강 대사만 보더라도 이런 원칙과 거리가 멀다. 조윤제 주미대사만 보더라도 커리어를 보면 과연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외교관계에서 맞는 분인지는 물음표다. 차라리 한국은행 총재로서는 최고다. 시스템이 작동 안 하거나 자기들 인재 풀에서 사람을 찾는 것 같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보시나

조세저항을 겁내 상당히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다. 참여정부 때 보유과세인 종합부동산세는 욕을 먹으면서 밀어붙였다. 시중에 넘치는 유동자금 때문에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펼치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부동산 정책의 기본인 보유세를 손대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면서 양도소득세는 강하게 잡아 놨다. 선진국은 시장은 활성화하고 보유세는 많이 부과하는 쪽으로 가는데 우리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행정편의적인 현 부동산 정책으로 고생을 많이 할 것 같다.

▶▷보수의 구원투수 등판 요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당 대표부터 출마까지 요구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구조, 생각이 그대로인 상태에서는 세종대왕·이순신 장군이 와도 힘들다. 먼저 혁신과 개혁의 바람이 내부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러들인 사람들까지 역사의 미아가 된다. 물 타기 하듯 새 인물이 들어간다고 해결될 상태가 아니다. 한국의 현역의원 공천 탈락률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 높다. ‘분식’해 봤자 바뀐 것이 뭐가 있나.

새 정치를 위한 분위기가 그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지면, 한국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의향이 있다.

▶▷그럼 최근 행보는 그 사전 작업이라고 봐도 되나

개혁을 하려면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지금 (한국당에)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갈 방향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최근 이들과 만나고 의견 교감을 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왜 최순실 사태 때 총리직을 수락했냐는 것인데, 자리를 탐낸 것이 아니다. 국가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스피커’로서 총리란 자리가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께 성공할 수 없는 프로젝트라고 했다. ‘국회 법안 통과시켜 주세요’ 하는 것은 안 한다고 했다. 대신 자본시장 노동개혁 등 현안들에 대해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싶었고,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그게 이유다. 총리가 이야기하면 다들 의미를 찾고 반응이 있지 않나. 변화를 유도하고 싶고, 우리 사회의 담론 수준을 높이고 싶어서 수락했던 것이다. 지금 행보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이 변화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나

그런 것 같다. 세력이 약해서 추진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싹이 트고 있다.

▶▷한국당 변화의 본질은 인적 쇄신인가.

사람을 바꾸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지금 모두가 죄인이다.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 국가비전을 제대로 제시하고 이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 있나. 지도자는 이끄는 사람들이다. 이걸 못하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지금은 표로 권력을 탐하는 이들만 있다. 지금 정치인들이 할 일은 네거티브 말고 포지티브한 것을 먼저 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야당은 문재인 정부와 싸울 시간이 없다.

▶▷이미 마음속으론 결심하신 것 같다.

토대가 바뀌었다고 확신이 되면 출마도 하겠다. 지금 내가 역할이 있느냐 없느냐, 내 말이 울림을 가질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고 있다. 만 명을 만나 이야기하고, 그중에 한두 명만이라도 같이 뜻을 모을 수 있 ▶▷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본다.

현실 정치인으로 평가해도 되나.

사회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가졌다는 의미에서 보면 나는 이미 현실 정치인이다. 꼭 정치권에 뛰어들어야 정치인은 아니지 않나. 글이란 방법을 통해서도 개혁의지를 계속 전파할 수도 있지만 이 스피커는 좀 작다. 내가 정치를 한다면 이는 더 큰 울림을 가진 스피커를 가지기 위함이다.

▶▷특수활동비 문제를 거론하면서

행정자치부 특별교부세를 언급하셨다.

요지는 더 이상 관행이라는 이름하에 우리 사회의 꼼수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수활동비 특별교부세 문제는 청와대 예산을 더 늘려주면 된다. 청와대 돈이 부족하니 꼼수를 부린 것이 특수활동비 문제의 본질 아닌가. 청와대 예산이 늘어나면 부처에서 돈을 가져다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회도 이 부분에 대해서 너무 트집 잡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국정원 적폐청산도 방점이 미래에 있어야지 과거에 있으니 반발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비트코인 광풍에 정부가 규제에 나섰다.

이 문제도 본질을 살펴봐야 한다. 비트코인 광풍은 투자처를 못 찾는 막대한 자금의 유동성 문제라고 본다. 비트코인 열기를 잡으면 시중 풍부한 유동성이 주식, 부동산 혹은 그림 등 다른 투자처를 찾아 또 이동할지 모른다. 비트코인만 잡을 것이 아니라 가상화폐 자체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면까지 규제를 하게 된다.

▶▷예술에도 조예가 깊으시다고 들었다.


깊다기보단 좋아한다. 오페라 보는 것도 좋아하고, 시 낭송을 좋아한다. 특히 최근 친한 화백이 초상화를 그려줬는데, 느낌이 새로웠다.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8호 (2018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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