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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 | “네 귀를 왜 잘랐니” 고흐한테 직접 물어보니
기사입력 2017.12.08 1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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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에 자리한 현대시티아울렛 11층.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서니 흡사 갤러리처럼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의 대표작이 나란히 걸려 있다. 그림을 따라가 보니 커다란 액자 속에서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고흐가 움직이네’란 혼잣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안녕하세요!”라고 반응한다. 호기심에 “뭐하고 있냐” “그곳 날씨는 어떠냐” “여긴 뭐하는 곳이냐”고 따지듯 물었더니,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차분한 어조의 답변이 돌아왔다. 고흐가 답해준 이곳의 이름은 라뜰리에(L’atelier). 라이트(light·빛)와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의미하는 아틀리에를 합성한 라뜰리에는 그림 속 풍경과 소품을 현실로 가져온 일종의 테마파크다. 1400여㎡에 고흐, 모네, 코르테스처럼 널리 알려진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는데, 마치 영화 속 세트장처럼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나 19세기 테르트르 광장, 몽마르뜨 거리가 재현돼 있다.

일례로 모네의 수련 연작이 그득한 방에 들어서면 실제로 연못 속에 있는 것 같다. 프로젝트 10대가 영상을 만들고 은은한 수련향을 뿌린 덕이다. 이 모든 걸 구상하고 추진한 이는 대전·충청지역 소주 O2린을 생산하는 맥키스컴퍼니의 조웅래 회장이다. 지역 소주 점유율이 70%나 되는 잘나가는 소주회사가 왜 테마파크를 그것도 연고가 없는 서울에서 열게 된 걸까.

조 회장은 “재미있는 일을 하다 보면 저절로 빠져들게 된다”며 “기업의 신성장동력은 이렇게 재미있는 일에서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꺼내 놓은 맥키스컴퍼니와 라뜰리에의 미래는 그야말로 유쾌, 상쾌했다.

▶4차 산업의 핵심은 인간

▷그림과 소통이 가능한 곳이네요.

대화가 되지요? 아트랙티브(Art+Interactive)예요. 그림과 소통하면서 체험요소를 극대화했습니다. 휘휘 둘러보면 두어 시간 후딱 갑니다.

▷예상 질문을 미리 뽑아서 답을 넣어 놓은 겁니까.

일종의 AI라고 할 수 있어요. 관람객들이 그림에 질문을 던지면 그 경우의 수들이 쌓여서 스스로 답을 찾아갑니다. 질문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내놓는 답이 풍부해지는 셈이죠. 현재 3개 국어가 가능한데, 프로그램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습니까.

7년 동안 15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시작은 ‘19세기 프랑스 인상파 화가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자’였지요. 그림으로 들어가려면 우선 그림을 구현해야 하잖아요. 배경이 되는 곳을 구성하고 그림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니 기술이 보태졌지요. 무엇보다 이런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재미있게 체험하는 게 좋잖아요.

▷언 뜻 계족산 황톳길을 닮았습니다.

그 영향이 크죠. 계족산도 이곳과 똑같아요. 14.5㎞의 길에 황토 흙을 깔고 축제와 음악회를 열어서 명소가 됐거든요. 사람들이 건강하게 맨발로 걷는 체험을 하고 또 교육적이지요. 그곳과 비교하자면 라뜰리에는 도심이란 공간에 그림을 소재로 기술을 접목했다는 게 좀 다릅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계족산 황톳길은 2006년 조웅래 회장이 전국의 질 좋은 황토를 장동산림욕장 임도에 쏟아 부으며 완성됐다. 맥키스컴퍼니는 이후 이곳에서 매년 맨발축제와 뻔뻔(funfun)한 클래식 공연을 진행하며 시민과 함께하는 에코힐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맨발로 걷는 산길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그림, 발상의 전환이 떠오르는데요.

제가 평소에도 좀 엉뚱합니다.(웃음) 삐삐 시절에 700-5425 사업을 시작했는데 귀로 듣는 음악을 선물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했어요. 황톳길도 신발 신고 걷는 길을 맨발로 걸어보자고 한 것이고, 그곳에서 매년 뻔뻔한 클래식을 열고 있는데 콘서트홀이 아닌 산에서 피아노 연주를 감상해 보자는 생각이 탄생시킨 공연이에요. 또 대전에서 매년 1월 1일, 오전 11시 11분에 웃통을 벗고 뛰는 대회가 있어요. 맨몸마라톤이라고 이름 붙였지요. 이건 굳이 왜 1월 1일 새벽에 산에 올라서 새해 각오를 다져야 할까란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날이 좋지 않아 해가 안 뜨면 꽝이잖아요.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웃통 벗고 뛰면서, 각오를 다져보자 했지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라뜰리에도 나왔습니다. 그림이라는 게 늘 생활 속에서 접하는 건데 상상력에 기술을 더했더니 새로운 게 탄생했어요. 이게 4차산업이지요.

▷기업가 입장에선 그런 역발상이 수익으로 연결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계족산 황톳길이나 뻔뻔한 클래식은 무료예요. 우리 회사의 CSV(공유가치창출)활동입니다. 어떤 분들은 돈 안 되는 일에 왜 그리 매달리냐고 하는데, 회사 경영에 분명 도움이 됩니다. 황톳길 덕분에 강연 기회가 많아졌고, 사회적인 신뢰도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돈이 문제가 아니죠. 앞으로는 인적, 물적 자산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자산이 필요합니다. 신뢰를 얻는 건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덕분에 올해 대한경영학회에서 주는 최고경영자대상도 받았습니다.

▷사내에선 어떻습니까. CSV사업에 대한 우려가 있을 법한데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이 일을 10년 넘게 해오다 보니 오히려 영업이익률이 급상승했어요. 매년 20%가 넘습니다. 거기에 직원들 이직률이 거의 제로예요. 우리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높지요. 노사문화 대상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기업이 또 있습니까.(웃음)

▷라뜰리에는 관람객이 표를 사는 유료사업입니다.

무조건 잘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 공간은 일종의 쇼케이스라고 할 수 있어요. 샘플이죠. 라뜰리에를 모델화해서 전 세계에 수출할 계획입니다. 이미 중국에선 반응이 오고 있어요. 라뜰리에가 자리한 이 빌딩을 예로 들면 1층부터 9층까지 쇼핑몰이고, 10층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우리가 11층에 있고 12~13층은 사무실, 14층부터 호텔 객실입니다. 전 세계에 이런 원스톱엔터테인먼트 공간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러한 공간에 꼭 필요한 콘텐츠라고 판단한 것이죠.

▷라뜰리에가 신성장 동력이란 말처럼 들립니다.

그렇죠. 엉뚱한 상상력이 창조경제를 거쳐서 4차산업에 이르고 있잖아요. 단순히 입장료 문제가 아니에요. 국내는 제주도와 부산에서 바로 가능할 것 같고, 해외시장에는 이 공간 전체를 수출할 겁니다.

▷기술에 대한 특허나 저작권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요.

작가들의 사후 80년이 지나면 저작권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기술적인 면에선 2개의 특허를 갖고 있는데 우리는 기술이 우수한 회사가 아니라 소주회사예요. 게임이 기반이 된 일반적인 기술을 아웃소싱해서 기획과 구성, 스토리로 엮는 것이죠. 인간이 체험하면서 즐겁고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게 4차산업이잖아요. 4차산업의 핵심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확신합니다.



▶불광불급, 미쳐야 해낼 수 있습니다

▷소주회사의 서울 공략이 콘텐츠가 되는 셈입니다.

소주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수도권을 꽉 쥐고 있는 두 대기업이 가만있겠습니까.(웃음) 제가 700사업을 할 때 슬로건이 ‘사람과 사람 사이’였어요. 소리와 음악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고, 그 뒤에 보니 소주도 그렇고 황톳길이나 뻔뻔한 클래식도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예요. 라뜰리에도 큰 틀에선 같은 맥락이죠. 그래서 저희 회사가 이을 맥(脈)에 영어 키스(Kiss), 늘 즐거움이 온다는 의미로 컴(Come)과 퍼니(Funny)를 합친 맥키스컴퍼니입니다.

▷그렇다면 소주가 아닌 다른 분야가 주력 사업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술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이미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구축해 놨어요. 이젠 새로운 도전을 해야죠. CEO는 임기가 3년이기 때문에 그 시간에 뭔가 해내야 합니다. 쫓길 수밖에 없지요. 전 창업을 한 창업주예요. 새로운 도전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어요. 망해도 괜찮아요. 시도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거든요.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1994년 당시 유행하던 ARS자동응답서비스의 핵심 음성처리보드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했는데… 망했어요.(웃음) 수요가 많다 보니 대기업에서 미국 제품을 들여와 조립해서 팔더라고. 그래서 라뜰리에를 개발할 때 돈 많은 기업이 금방 카피할 수 없게 세세한 부분까지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한 번은 삐삐를 호출하면 음악이 흐르는 시스템을 가장 먼저 고안했는데, 또 망했어요. 삐삐가 사라지더라고.(웃음) 그나마 잘한 일은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빨리 포기한 점이에요. 돈이야 또 벌면 되는 일 아닙니까.

▷롤모델이 있으십니까.

제가 4남3녀의 막내인데, 부모님은 무학이세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고생하셨는데, 시골에서 논 열 마지기로 형제들을 키웠습니다. 그래도 둘째형님은 서울대 물리학과 나왔고, 셋째 형님은 조갑래라고 축구 국가대표를 지냈습니다. 어린 시절에 “공부 잘해라”, “1등 해라”, “남하고 싸우면 이겨라” 이런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대신 늘 “말부터 앞세우지 마라”라고 말씀하셨지요. 제가 사람과 사람 사이, 인간 중심의 경영을 하게 된 건 어머니의 영향이 큽니다.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하신다면.

의외로 자기 확신이 약합니다. 밑천은 그것밖에 없어요. 전 강연 때 궁즉통(窮則通)을 강조합니다. 궁해야 통해요. 궁은 갈망이죠. 왜냐하면 해야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 두 가지가 모두 갈망 아닙니까. 뭔가 이루려면 뭐가 부족한지 찾아서 그걸로 채울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게 인생살이예요.

▷마라톤 사랑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매일 새벽에 두어 시간은 꼭 운동을 합니다. 49.195㎞를 뛰려면 한 달에 한 150㎞를 뛰어야 하는데 매일 뛰어야죠. 최근엔 중앙마라톤을 3시간 40분에 완주했어요. 제겐 57번째 완주였습니다.
앞으로 11월 26일 남원에서 58번째, 12월 10일에 진주 남강에서 59번째 완주를 하면서 50대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특별히 운동을 하는 이유가 있다면.

첫째는 내가 먹고 싶은 걸 맛있게 먹기 위해서, 둘째는 옷을 좀 더 폼 나게 입기 위해서, 셋째는 사람을 만났을 때 표정을 밝게 하기 위해서예요. 제 인생 목표 중 하나가 90살까지 뛰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요즘 요가를 시작했어요. 뭐든 해야죠. 시도가 중요합니다.(웃음)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7호 (2017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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