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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CEO 여러분 모여서 밥 한 끼 합시다” 중기대표 | 1000명 모이는 `밥먹자 중기야’ 콘퍼런스 창립 김범진 타이거컴퍼니 대표
기사입력 2017.12.08 10:59:09 | 최종수정 2017.12.08 16: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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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잠들 때까지 숨 쉬는 시간마저 쪼개 쓴다는 중소기업 CEO들은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들다. 일찌감치 일정을 잡은 모임도 급박한 사정이 생겨 불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3년 전부터 무려 1000여 명의 중소기업 CEO들을 한자리에 모아 밥 한 끼 하며 소통을 제안하는 이가 있다. 김범진 타이거컴퍼니 대표는 2015년부터 ‘밥먹자 중기야’란 이름의 CEO 소통 콘퍼런스를 개최해 올해 3회째를 맞았다.

“네트워크의 시대, 융합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특히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생존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만나서 대화를 해보면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CEO들이 많은 것을 깨닫고 행사를 무작정 시작했는데 주변에서는 사실 ‘미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웃음)”

벤처를 창업해 7년 차를 맞이한 김범진 대표는 스스로도 영업·마케팅·기획·해외시장 개척 등 어느 한 분야도 대기업과 경쟁이 힘들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아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준비를 시작하면서는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바쁜 CEO를 어떻게 1000명이나 모을 것이냐? 주변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았죠. 그래도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CEO들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한 테이블에 호스트를 두고 주변 중소기업 대표를 10여 명 정도 초청해서 100명의 CEO가 10명씩 모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행사장은 걱정과는 달리 1000여 명의 CEO들이 들어차 인산인해를 이뤘다. 참가한 CEO들은 정부기관이나 협회, 언론사 등이 아닌 중소기업들이 모여 주체적으로 주관하는 콘퍼런스라는 점이 발길을 이끌게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CEO들은 테이블을 오가며 네트워킹의 시간을 가지는 한편 자신의 제품을 PR하고 기업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2회 때까지는 CEO들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4시간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마쳤습니다. 그런데 참여기업들이 회사를 알릴 수 있는 시간을 더 가지길 원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올해는 석학을 초청해 강연 자리도 갖고 기업PR을 위한 부스도 만들어 판을 더 키우게 됐죠.”

지난 11월 23일에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3회 ‘밥먹자 중기야’ 행사는 CEO들의 주 관심사인 ‘4차 산업혁명의 중소기업의 대응전략’이란 주제로 개최됐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차세대 기술 및 실제 도입사례 등을 발표하는 자리에 참석한 CEO들은 눈을 반짝였다.

한편 성공적인 행사는 시너지를 내기 위한 조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범진 대표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60여 개가 모여 지난 2015년 12월 이업종 중소기업 간 비즈니스 협력 플랫폼인 한국IoT융합사업협동조합을 설립한 것이다.

“협동조합에 대해서도 잘 몰랐어요.(웃음) 처음 ‘밥먹자 중기야’라는 행사를 마치고 나서 뭔가를 조직해서 적극적으로 참여기업에 도움을 주자는 데 CEO들의 마음이 맞았어요. 그중에 서로 출자금을 내고 딱히 지분구조가 없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협동조합을 택하게 된 거죠.”

이름은 조금 딱딱하지만 한국IoT융합사업협동조합의 기업 간 시너지는 여느 산업클러스터 못지않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조합사에는 제조와 IT는 물론 홍보, 언론, 디자인, 유통사도 있습니다. 매달 한 번씩 정례회를 통해 융복합이 가능한 프로젝트를 구상합니다. 단순히 제조기업의 해외기업 활로개척의 진척 사례도 있고, 제조와 IT가 융합해 스마트팩토리로 승화되기도 하고요. 제품의 장비와 보안과 에너지가 함께 융·복합이 가능해서 내부에서 다양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웃음)”



▶‘문송’할 뻔한 ‘금손’ 프로그래머

업계 1위 IT기업 박차고 나와 창업

씁쓸하지만 최근 문과생들의 취업난이 격해지며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란 유행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잘나가는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지금은 IT기업을 창업한 김 대표도 사학을 전공한 문과생으로 군대를 다녀온 이후 미래를 걱정했다고 한다. 졸업학기에 입문하게 된 소프트웨어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당시에 컴퓨터가 막 알려지면서 컴맹이나 벗어나 보자 했는데 하필 그 학원이 상당히 타이트한 학원이었어요. 6개월 과정에 3개월 이상이 합숙과정이었는데 상당히 흥미를 느끼게 됐어요. 당시 프로그래머가 부족해서 비전공자를 교육 시켜서 육성하는 과정이 많았는데 듣다 보니 직업으로 삼아도 되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죠.”

1992년 대학을 졸업한 김 대표는 자연스레 소프트웨어 벤처를 선택했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나 장비에 끼워 주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등 사회적 인식이 낮았다. “5~6명 정도 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었는데 주로 소프트웨어는 가격협상의 수단이었어요. 가격을 깎지 않는 대신 덤으로 주는 형태로 영업을 했거든요. 그래도 일은 참 재미있었어요. 근데 점점 회사가 어려워져 뿔뿔이 흩어지게 생겼더라고요. 그래서 손을 들고 영업을 자원하게 된 거죠.”

점차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전문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회사의 위상도 높아졌다. 5명에서 시작한 벤처(화이트정보통신)는 E-HR분야 소프트웨어 1위 기업으로 성장해 직원 수가 120명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물론 기획·마케팅·영업 등을 도맡았던 김 대표는 입사 12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매출액 1000대 기업 중에서 500개 정도는 고객사로 거쳤습니다. 업계 1위로 커졌지만 하고 싶은 게 있었어요. 한국 소프트웨어를 해외에 진출시키고 싶었죠. 그러기 위해서는 클라우드서비스(SaaS)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퇴사 직전에 시도를 해봤는데 키우지 못한 상태에서 나왔죠.”

이미 덩치가 커진 회사에서 신사업을 통해 해외진출이란 꿈을 이루기 힘들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20년간 다닌 회사를 과감히 박차고 나와 창업을 선택했다. 오랜 기간 기업솔루션 분야에서의 경험을 통해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하기로 마음먹은 직후였다. 그는 자생력과 독립심이 강한 ‘타이거’와 동료·동행이라는 뜻을 가진 ‘컴퍼니’를 합쳐 사명을 정하고 소셜그룹웨어 ‘티그리스’를 만들었다.

“요새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업무진행을 하기도 하는데 사생활 보호 문제도 그렇지만 휘발성이 강하다는 문제도 있잖아요. 네트워킹과 보안은 물론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상황에 필요한 솔루션이라고 생각합니다.”

티그리스는 메신저는 물론 이메일, 전자결재,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한 화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용 플랫폼이다. 개인 간 소통은 물론 팀별 토론과 폐쇄형 클라우드를 통한 철저한 보안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동국제강, 한국야쿠르트 등 대기업들은 물론 문화체육관광부, 검찰청, 한국에너지 공단 등 공공기관 등 80여 개의 기업들이 티그리스 고객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약 6년간 서비스를 갈고 닦으며 고객사를 늘려온 타이거컴퍼니는 올해 특히 의미 있는 해외진출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3년 전에 첫 레퍼런스가 생겼어요. 태국 1위 생명보험사인 타이생명에 티그리스를 공급했어요. 올해는 텔레콤 말레이시아라는 국영통신사가 중소기업 50만~60만 개 대상으로 운영하는 B2B마켓플레이스 VADS에 서비스 공급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계획에 비해서는 더디지만 드디어 올해 해외진출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궤도에 올라갔다고 봅니다. 동남아 시장을 필두로 중남미 멀리는 미국까지 타이거컴퍼니가 한국소프트웨어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7호 (2017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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