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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전 美 국무장관 | 힐러리 클린턴 전 美 국무장관이 내놓은 북핵 해법
기사입력 2017.11.03 10: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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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독재국가 북한은 점점 도발적이고 위험하게 변하고 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우방을 지켜줘야 한다는 믿음, 한미동맹이다.”

지난 2009년 국무장관이 되자마자 첫 번째 해외 방문국으로 한국을 찾았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해 대선에서 떨어진 뒤 국제적인 행사 참석차 첫 공식 순방지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지난 10월 18일 제18회 세계지식포럼 특별세션 ‘변곡점에서의 글로벌 리더십’에서 강연을 맡은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는 쉬운 방한은 아니었을 것이다. 8년 전에 비하면 현재 한반도 긴장감은 최고조다. 설상가상으로 방한 직전 발가락 부상까지 입었던 터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런 상황에서도 서울을 찾아 한반도 지정학적 위기 해법을 명확하게 내놨다. 오른쪽 발엔 깁스를 하고 양팔엔 목발을 짚은 채였다. 그는 북핵 위기를 당장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만 끈기를 갖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가 강연을 마치고 연단을 내려가자 장충아레나를 가득 메운 1500여 명의 관중들이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한미동맹 강화가 북핵해법 핵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제시한 북핵 해법은 우선 북한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중국에 단호한 경고를 통해 우방국을 보호하고, 미국 내에서도 모든 외교수단을 동원하는 것 등이다.

그는 먼저 북한을 어떻게든 다자간 협상테이블에 끌어 앉혀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꼬마 로켓맨’으로) 조롱하거나 (북한의 완전한 파괴를 거론하는 식의) 엄포를 놓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사이버테러가 됐든 실제 물리력을 행사하는 일이 됐든 간에 미국을 위협하거나 우방국 한국, 일본 등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에 비례하는 대응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북한과 긴장을 키우면서 아시아·태평양 전 지역에 지정학적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의 우방국들마저 미국에 대한 신뢰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동맹 약화를 우려했다.

두 번째는 외교적인 측면에서 우방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며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6자회담을 재개하고 아태지역에서 외교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강한 미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각국이 이렇게 연대하는 동안 미국 내에서도 모든 외교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힐러리 전 장관의 주문이다. 2009년 국무장관 시절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중국과 불필요한 대립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미국을 태평양에 기반을 둔 세력으로 재정의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대변하는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었다. 당시 국무장관 취임 한 달 만에 힐러리 전 장관은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우리나라와 일본을 방문하고 지역 내 신흥강국이자 아세안(ASEAN) 사무국이 있는 인도네시아에 손을 내밀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기도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또 “한반도에서 자행되는 북한의 핵도발은 아시아 지역의 안보 문제를 떠나서 글로벌 경제에 잠재적 불안 요소”라며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대응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수백만 명의 운명이 외교적 해법에 달려 있는데도 호탕하게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위험하고 근시안적”이라며 “미국의 우방국들마저 미국에 대한 신뢰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전통적인 우방인) 한국이나 일본 등과 싸움을 벌이는 것은 북한 김정은을 도와주는 일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유럽연합(EU) 등과 분열 양상을 보이는 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호재를 제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클린턴 전 장관은 과거 이란 핵협상의 경험을 언급하며 인내심 있는 외교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그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로는 안 되기 때문에 러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를 설득해 협상해야 했다”며 “북한을 핵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의 갈등은 2002년부터 시작됐으나 2015년이 되어서야 합의가 이뤄졌다. 당시 국제사회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까지 참여해 이란의 핵협상 합의를 이끌어 냈다.



▶“韓, 중국에 할 말은 해야”

클린턴 전 장관은 북핵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한국에 무역보복을 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중국이 새로운 패권국이 됐지만 자신에게 유리하게 게임의 규칙을 바꿀 권한은 없다”고 일갈했다. 중국이 북한 문제의 중재자로 제 역할을 다했다면 과연 한국과 미국이 초고고도미사일(사드·THAAD)을 배치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지적이다. 북핵 상황이 요즘처럼 악화된 데는 중국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인 셈.

클린턴 전 장관은 “자국 안전을 추구하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폄하하고 애꿎은 민간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북핵을 방치하고 있으면서 이웃 국가의 안보 강화 노력마저 반대하는 중국의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지리적·물리적·사이버 위협을 받고 있는데 그럼에도 가만히 있어야 하냐고 중국에 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한국이 실질적으로 직면한 생명에 대한 위협은 간과할 수 없다”며 “한미 상호방위조약 덕분에 한국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 전 장관은 “어느 국가든 자국의 안전이 위협 받는다면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가 있고 사드와 같은 방어 체계를 들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더는 관심보단 신뢰받아야

“지도자가 되려면 남들의 관심을 받으려고 애쓰기보단 침착하고 안정된 모습을 통해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을 설명하는 데에서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 영부인을 시작으로 뉴욕주 상원의원, 국무장관, 민주당 대선 후보까지 대중을 이끄는 리더의 자리에서 40여 년을 보낸 그는 “리더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팩트와 증거에 기반해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해 미국 대선 캠페인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격돌했던 상황을 언급하며 “상대방에게 더 많은 모욕을 줄수록 내가 더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마치 한 편의 리얼리티 TV쇼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는 침착하고 안정된 모습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리더들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데서 균형점을 찾고 불가능한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달 대선 실패담을 담은 자서전 <무슨 일이 일어났나(What Happened)>를 내기도 했다. 대선에 패배한 후보들은 승복 연설 이후 재야에서 활동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는 좌절을 딛고 일어나 이 과정을 책으로 발간한 것이다. 그는 “살면서 누구나 실망을 하고 실패를 경험하지만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가족·친구·종교가 어두운 시기를 극복하는 원천이 됐다”며 “처음에는 모든 실패의 원인이 내 책임이라 생각해서 힘들었는데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 실패의 원인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을 가졌다”고 담담히 밝혔다.

이 책은 클린턴 전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취임식에 갈지 말지를 두고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고민하다가 막상 취임식에 참석해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픈 상처를 곱씹는다. 당시 취임식 불참을 선언하는 연사들이 나타날 정도로 트럼프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클린턴 전 장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 나가야 한다(Keep going)”고 밝혔다. 실패를 견디는 힘이 별다른 게 없고 다시 일어나 본인의 목표와 소신을 향해 계속 전진해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다.



▶어머니와 함께 한국 찾았던 인연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한국을 처음 찾았던 것은 지난 1993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 때였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도 25년 전 당시 방한을 떠올리며 “당시 어머니와 같이 와서 많은 환대를 받았다”며 “지난 2009년 국무장관 시절에도 한국을 방문해 이화여대 학생들과 만나 좋은 기억을 나눴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모교인 웰즐리대와 자매학교인 이대를 방문한 그는 “당시에 만난 이대생들과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며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며 “젊은 여성들과 사랑, 가족, 성차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특히 한국계 미국인들로부터도 많은 지지와 도움을 받았다며 전 미국 국무부 법률고문이었던 해럴드 고(한국명 고홍주)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예경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6호 (2017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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