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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자동차 선도기업 ‘모빌아이’ 암논 샤슈아 회장 | 사람이 운전하는 차와 자율주행차가 부딪힌다면?
기사입력 2017.11.03 10: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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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세계지식포럼 참석 연사 중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집중적인 주목을 받은 인물이 있다. 이스라엘 벤처기업 ‘모빌아이’를 창업한 암논 샤슈아(57) 회장이다.



인텔은 지난 3월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에 사겠다고 발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미 뉴욕 증시에 상장이 돼 있던 모빌아이였지만, 이스라엘의 한 스타트업에게 15조원 이상의 금액을 써낸 것은 과감한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인텔은 자신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자율주행차 관련 업무부서들을 모두 모빌아이를 중심으로 가동되도록 사내 구조를 바꾸었다.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회장은 샤슈아 회장에게 모빌아이의 최고경영자 겸 기술책임자 역할을 그대로 맡겼다. 사실상 인텔의 자율주행차 산업 관련 부문을 모두 맡긴 것이다. 그는 이렇게 자랑했다. “이로써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비한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게 됐다.”

그런데 암논 샤슈아 회장은 이번 세계지식포럼에서 자율주행차 선도기업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하게 굳히는 또 한 가지 의미심장한 진보를 발표했다. 바로 자율주행차에 있어서 필수적인 정부규제 표준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책임민감성안전(RSS) 모형’이라는 이 내용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책임소재를 완전히 없앰으로써 관련 산업은 물론 이용자들이 해당 기술을 사용할 때 불확실성을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연 샤슈아 회장이 발표한 자율주행차 규제 모형은 어떤 것일까?

▶자율자동차, 안전·경제성 문제 해결해야 대량생산 가능

자동차는 발명된 이후 지금까지 약 100년간 사람이 운전해 왔다. 과거 말이나 소 등의 가축이 바퀴 달린 객차를 끌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은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운전대를 잡은 사람에 의해 종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인간의 두뇌를 닮은 컴퓨터에 운전대가 맡겨진다.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동할 때 인간의 두 손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이는 인간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락하고,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을 부여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운전자를 내려준 차량은 스스로 집으로 복귀해 다른 가족들을 태워 줄 수도 있다. 보다 외연을 확장하면, 내가 이용하고 난 차량은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탈 수가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생산·판매된 차량의 4%만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자율주행차가 도입되고, 차량을 나눠서 쓰는 공유경제가 확산된다면 이런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사람들은 차량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바로 자율주행차가 얼마나 안전할까 하는 의구심이다. 기술적으로 완전하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설령 일부가 자율주행차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사고가 났을 때 자율주행차 기술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다. 도로 위에서 교통사고를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이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교통사고는 대부분 분쟁을 수반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인간이 운전하는 차량과 자율주행차가 충돌한다면 어떻게 될까.

샤슈아 부회장이 지난 10월 18일 세계지식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은 바로 이런 경우 어떻게 규제당국이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었다. 그는 책임민감성안전(RSS·Responsibility Sensitive Safety) 모형을 제안했다. RSS란 다른 차량의 움직임과 무관하게 자율주행차의 알고리즘에 사고책임에서 회피할 수 있는 완전한 안전상태를 입력해 두는 모형이다. 샤슈아 회장은 “(자율주행 시대에도) 사고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며 “그러나 절대적 안전이 아니라 (최소한) 자율주행차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RSS 모형을 자율주행차에 입력한다고 하여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인간 운전자의 과실이 명백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자율주행차가 신호와 규칙을 어기거나, 돌출행동을 함으로써 사고를 낼 가능성을 0%로 만드는 것이 샤슈아 회장이 제안한 RSS의 핵심 주장이다. 그는 “RSS 모형으로 자율주행차가 사고책임을 없앴다는 점을 미리 수학적으로 정해둘 수 있다”고 말했다. 모빌아이 솔루션을 탑재한 차량에는 전방 차량과의 속도, 도로 상태, 주변 환경 등의 기록이 남는다. 모빌아이 자율주행 차량이 다른 사람이 운행 중인 차량과 충돌했을 경우, 두 차량의 차선 이동 경로, 운전 속도, 안전거래 유지 여부 등이 통합적으로 계산돼 데이터로 기록되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율주행차는 안전 문제와 경제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며 “두 가지는 자율주행 시대로 가기 위한 근본적인 문제인데 아직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전성 문제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차량회사, IT회사에게 중요한 사항이다. 인간차량과 자율주행차 사이의 사고가 날 경우 정부와 언론, 그리고 여론은 모두 자율주행차 개발자들에게 책임을 돌릴 것이다. 미국 같은 경우 소송 등으로 관련 회사들 모두가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샤슈아 회장은 “산업 전체의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RSS는 모빌아이와 같은 자율주행차 개발회사들에게는 필수적인 규제방안이다. 샤슈아 회장은 “자율주행차는 모빌아이나 인텔 같은 한 두 기업의 비즈니스가 아니다. 하나의 산업”이라며 “모두가 자율주행차 산업에서 이익을 보기 위해 RSS의 알고리즘을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RSS 모형을 공개한 것은 기술 표준화를 위한 것”이라며 “표준이 없으면 자율주행차는 불가능하고, 표준이 항공 업계처럼 여러 개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에서 한 해에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3만5000여 명”이라며 “자율주행차 도입 이후 이를 1만 명 수준으로 줄인다고 해도 사회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가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자율주행차가 도입됨으로써 차량 사고가 1000배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라도 RSS같은 알고리즘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샤슈아 회장은 모빌아이가 개발한 RSS를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하겠다고 이번 세계지식포럼에서 선언함으로써 자율주행차 산업 전체를 부당한 소송전, 여론의 공격, 규제 등으로부터 구하자고 호소한 것이다.



▶자율주행차 업계의 애플 ‘모빌아이’

샤슈아 회장이 창업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차 업계의 ‘애플’로 불린다. 그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와 바이츠만과학연구소를 거쳐 미국 MIT에서 인공지능과 인지과학을 공부했고, 이후 히브리대 교수로 있으면서 독창적인 연구 결과를 많이 발표했다. ‘모빌아이’라는 회사명에서 나타난 것처럼 그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사물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인지하는 인공지능시스템이다. 국내에서 이미지 인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 아이디어(EYEDEA)의 정종척(49) 대표는 “모빌아이는 시각인식시스템을 자율주행차에 활용한 기업으로서 독보적 위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샤슈아 회장은 어떤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고 용기 있게 도전하는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이 이런 성공의 배경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지식포럼이 열린 1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이 “후츠파 정신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늘 학자로 머물기보다는 지식과 기술로 기존 기업과 산업들에 혁신을 제공하고 싶었는데, 그런 마음의 배경에는 ‘후츠파’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이미지 인식을 통한 자율주행차 핵심 솔루션을 보유한 모빌아이를 비롯해 정밀부품의 3차원 측정 기술을 가진 코그니텐스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공비전 디바이스 기업인 오캠을 창업했다.

그는 BMW와 공동으로 2021년까지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결승선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의 기술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결승선에 가장 가까이 간 인물이 샤슈아 회장이라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모빌아이는 과거 테슬라에도 자율주행차 솔루션을 공급했었고, 지금은 아우디 A8에 현존하는 가장 선진화된 자율주행차(레벨3)를 공급하고 있다. 레벨3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차량 내에서 핸들에서 손을 떼고 독서나 운동을 할 수는 있지만, 문제가 발생할 경우 10초 이내에 운전자가 핸들을 조종할 수 있어야 하는 상태다. 아주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대부분의 주행은 자율주행차가 할 수 있는 단계를 말한다. 주차도 전방·후방 모두 자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심지어 좁은 공간에서 180도 회전도 할 수 있는 단계를 말한다. 이보다 높은 단계인 레벨4는 주행 중 문제가 생기더라도 자율주행차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는 상태다. 그러나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는 것처럼 고난도의 상황판단은 어렵다. 최고 등급의 자율주행차인 레벨5가 되면 비보호 좌회전도 가능해진다.

샤슈아 회장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도시의 모양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의 공유가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주차장이 필요 없어진다. 해당 공간은 차량에 의해 점유되는 것이 아니라 공원이나 혁신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버와 리프트, 디디추싱 등 차량공유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보편화하며 ‘마이카’라는 개념이 사라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보다 저렴한 비용에 고급차량들을 공유하면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샤슈아 회장이 우리에게 던진 것은 과연 사람들이 자율주행차를 믿고 쓸 수 있는 규제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RSS라는 알고리즘을 제시하면서 이를 채택할 것인지를 미래 자율주행차 사용자들에게 질문한 것이다.
자율주행차 시대는 이렇게 성큼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샤슈아 회장에 따르면 이미 자율주행차 기술은 레벨3를 넘어 레벨4를 향해 가고 있다. 이제 우리가 질문에 대답할 때가 됐다. 한국 시민들은 자율주행차에 완전한 면책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들을 건설해 나갈 것인가.

[신현규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6호 (2017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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