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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LG전자 부회장 | “제조회사의 본질은 제품, 품질은 타협할 수 없다”
기사입력 2017.08.03 16: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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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난 4월 초, LG전자가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그야말로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올 1분기 성적표는 영업이익 9215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82.4%나 증가한 수치였다. 1분기 매출액은 14조660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9.7% 늘었다. 영업이익은 1분기를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 모든 분기를 통틀어도 2009년 2분기(1조2438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매출 역시 1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다.

당시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당초 주식시장은 매출 14조4010억원, 영업이익 5873억원을 예상했다. 깜짝 실적을 견인한 건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는 LG전자의 전략이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우선 가전부문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최대 수천만원에 달하는 초프리미엄 통합 브랜드 ‘LG 시그니처’와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일반 드럼세탁기보다 두 배나 비싼 ‘트윈워시 세탁기’, ‘매직스페이스 냉장고’ 등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다. TV부문에선 프리미엄 제품인 ‘올레드TV’와 ‘나노셀TV’가 실적을 이끌었다. 최고가 제품군인 올레드TV의 판매 비중은 2015년 5%에서 2016년 10%로 올랐고 올해는 1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2분기부터 7분기 연속 적자를 냈던 MC사업본부도 적자 폭을 줄였다. MC사업본부는 지난해 인력 조정과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포함돼 작년 4분기에는 무려 467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 1분기 실적은 지난해 12월 조성진 부회장이 LG전자를 총괄하는 단독 CEO에 취임한 뒤 받은 첫 성적표였다. 조 부회장은 취임 이후 ‘수익에 기반한 성장’을 강조하며 사업부별로 과제를 던져 줬다. 가전 부문은 고객의 생활 패턴에 맞춰 주방공간, 생활공간으로 나눠 고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융·복합과 프리미엄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소형가전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일 수 있도록 디자인과 성능을 차별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다시 현재로 시간을 돌려 보자. LG전자의 올 2분기 성적표는 어떠했을까. 매출 14조5552억원, 영업이익은 6641억원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3.9%, 영업이익 13.6% 각각 증가한 수치다. 1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가전이 실적 상향을 이끌었다. 에어컨을 중심으로 한 H&A(생활가전)사업부 성수기 진입과 가전 시장 트렌드로 자리한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이에 따라 다시금 조성진 부회장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상반기 매출 역대 최대, 영업이익 역대 두 번째

업계에선 조성진 부회장 취임 후 LG전자의 눈에 띄는 변화로 주가를 말하곤 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30일 4만4900원이던 주가가 올 7월 19일에는 7만500원에 마감됐다. 올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9조2124억원과 1조5856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6.8%, 45.5% 증가했다. 상반기 영업이익 기준 역대 2번째, 매출 기준으론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이미 지난해 영업이익(1조3378억원)을 넘어섰다.

조 부회장은 취임 이후 품질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기본 준수 및 약속 이행’ ‘임의 개발일정 단축 금지’ ‘신기능, 신기술, 신공법, 신재료에 대해 부품 자체 검증은 물론 제품에 적용해서 성능과 연결된 검증도 반드시 할 것’ ‘컴플라이언스 이슈는 양산단계부터 철저히 관리’ ‘신뢰성과 양산성이 검증되지 않은 부품은 절대 사용 금지’ 등 품질 지침 실천을 강조하고 전사로 확대시켰다.

현장을 중시하는 행보는 이미 업계에선 유명한 조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다. ‘Mr. 현장’이란 별명으로 불릴 만큼 발로 뛰며 트렌드를 익히고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 올랜도에서 열린 ‘KBIS(Kitchen & Bath Industry Show)’를 비롯해 2월 말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통신 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 2017’에 처음으로 참석하며 일일이 현장을 챙겼다. LG전자 관계자는 “조 부회장은 CEO 부임 이후 3분의 1가량을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보내고 있다”며 “최일선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찾아가며 현장을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올 초 CES 현장에서 전시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조성진 부회장(왼쪽 두 번째)

▶모바일 사업 재천명, 제품은 늘 곁에 두고 공부

조성진 부회장은 지난해 말 CEO 취임 직후 서울 구로구 가산동에 위치한 MC사업본부를 방문해 취임 후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후 해외 일정이 없을 땐 일주일에 한 번 이상 MC사업본부 경영진을 만나 개발, 생산, 제조, 구매, 품질,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 대해 빠짐없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조 부회장은 그동안 “모바일은 당장의 어려움이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모바일 사업 재도약을 위한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 연장선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G6’ 공개 행사에선 직접 무대에 올라 CEO로서 G6와 모바일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CEO 부임 이후 약 3개월 정도 됐는데 50% 정도를 모바일 쪽에 할애했다”며 “스마트폰 30대 정도를 곁에 두고 수시로 살펴보고 분해 조립하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의 조 부회장 집무실 바로 앞 공간에는 올 초 제품 전시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올레드TV, 냉장고, 세탁기, 가습공기청정기 등 LG시그니처 제품을 비롯해 스마트홈에 사용하는 스마트씽큐 허브, 코드제로 무선청소기, 스마트폰, 그램 노트북, 모니터 등 주요 사업본부의 최신 제품들이 전시된 이 공간은 주요 인사들이 방문할 때 한 번씩 들러 제품을 만져보고 사용해 보는 곳이다. 조 부회장이 직접 제품 소개에 나서곤 한다고 알려졌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변화된 조직문화

조성진 부회장은 최근 실적 개선 등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는 임직원들에게 ‘1등 방정식’을 강조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임직원들의 열정과 비전을 바탕으로 스피드, 실행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최근 ‘f(x)=(구성원의 열정, 비전)×(효율, 스피드, 실행력)’이란 함수로 이를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부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도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문했고, 최근 이를 쉽게 풀이한 수식으로 만들었다. 효율을 강조하면서 지난 3월부터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회의를 없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은 월요일 회의가 없어지면서 주말을 제대로 보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평일에 집중해 근무할 수 있도록 효율을 높이자는 게 조 부회장 생각이다. 매주 금요일에 진행 중인 ‘캐주얼 데이’도 정착하는 모습이다. LG전자는 금요일마다 청바지, 티셔츠 등 편안한 복장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도입했다.

스피드를 강조하면서 도입한 ‘음성결재 시스템’도 편리함이 알려지면서 직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음성결재는 전자결재를 할 때 음성을 문서에 간단히 첨부하는 방식이다. 결재자도 코멘트를 음성으로 남길 수 있다. 이를 통해 보고 내용을 요약해 파악할 수 있고 업무의 정확성과 효율성도 높아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외에도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30분 정시에 퇴근하는 ‘가정의 날’, 팀별로 돌아가며 한 달에 하루는 팀장 없이 팀원들끼리 자유롭게 근무하는 ‘팀장 없는 날’ 등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를 ‘인공지능(AI) 가전 원년’으로 선언하고 AI 에어컨·냉장고·로봇청소기·세탁기를 선보였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가진 노하우를 모든 가전에 적용해 프리미엄 가전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기존의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효율을 높이고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등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사업 형태도 바꿔야 한다는 비전을 임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급 개편한 LG전자의 수평적 조직문화 만들기◆

LG전자가 지난 7월 1일부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5단계 직급체계를 사원·선임·책임 등 3단계로 단순화했다. 경영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조치다. LG전자 관계자는 “직급 파괴가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데다 여러 단계를 거쳐 승진하면서 인사 시기마다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업무를 맡길 때 서열을 따지는 문화 역시 이번 단순화를 통해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LG전자는 사원 직급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지만 대리와 과장은 선임으로, 차장과 부장은 책임으로 전환했다. 사무직 직급 체계뿐만 아니라 연구원 체계도 기존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어들었다. 기존에는 연구원·주임·선임·책임·수석으로 구분했지만 연구원은 동일하게 유지하고 주임과 선임은 선임연구원으로, 책임과 수석은 책임연구원으로 바뀌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3호 (2017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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