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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창의성학회 공동회장 박남규·신종호 | 창의성 교육의 핵심은 자기지향성
기사입력 2017.05.04 09: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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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는 한국의 일그러진 교육시스템을 바꾸고자 서울대 교수들이 한데 모였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입시지옥에 제대로 된 토론이나 글쓰기 한번 못하고 들어와 시간 낭비를 하다가 취업 공부에 몰두하는 잘못된 현실에 대해 각성하자는 차원이기도 하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를 주축으로 전공을 불문하고 80여 명의 교수들이 모여 이른바 ‘한국창의성학회’를 창립한 것. 지난 3월에 열린 창립기념 겸 학술세미나에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창의적인 인재의 요건을 비롯 창의적 인재개발을 위해 대학에서의 노력과 기업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등에 대해 심도 있는 강연과 토론이 진행됐다. 공동회장직을 맡은 박남규 교수와 신종호 교수를 만나 창의성 교육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한국창의성학회에 대해 개괄적인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박남규 교수) 궁극적인 목표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창의성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는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학술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죠. 사실 기존 학회는 연구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또 활동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에 현장과 유리되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창의성학회는 창의성 그리고 창의성 교육에 대한 연구 결과가 세상으로 나갈 수 있을 때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대학교수는 물론 초중등교사, 기업의 인재개발 담당자, 초중고 학생 등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아우를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보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통해 산학연이 통합적으로 활동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 국내 창의성 발전의 구심점이 되고자 합니다.

▷한국창의성학회는 어떤 활동을 합니까.

-(신종호 교수) 우리 학회의 최종적인 목표는 우리나라 창의성 연구와 교육의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얼마 전 창립기념 학술 대회와 총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창립기념 학술대회는 세계적인 HRD 협회인 ATD와 공동으로 진행했지요. 앞으로도 매년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창의성과 관련한 학문적 발전의 기초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한 이러한 학술활동의 결과물을 유통시키는 채널로서 학술 저널 발간과 일반교양 서적, 초등학교, 중학교 교과서 등의 발간 역시 계획 중에 있습니다. 이외에도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창의성 캠프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다소 원론적인 질문입니다만, 창의성 교육이 과연 무엇인가요.

-(신종호 교수) 창의성교육의 핵심은 자기 지향성이예요. 즉, 나의 색깔을 찾는 겁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주변을 의식하고 타인과 비교를 합니다. 남과의 비교가 중요한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요. 사실 어떤 계획을 실현할 때는 남과의 비교가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꾸 타인을 바라보면서 내가 완벽해져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정말 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이 제대로 계발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박남규 교수) 한마디로 창의적 정체성을 찾자는 거죠. 이 단어가 멋진 게 일등부터 꼴등이 없다는 것이죠. 누구나 저마다의 창의적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존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창의성 교육은 기존 교육과 어떻게 다른가요.

-(박남규 교수) 창의성 교육이 과연 창의적인 결과물을 갖고 얘기하는 거냐, 아니면 창의적인 사고역량, 창의적인 프로세스를 얘기하는 건지를 따져볼 수 있지요. 저마다의 관점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게 바로 ‘창의적인 사고력’입니다. 사고력은 주어진 많은 정보를 종합하고 추론하고 통합할 수 있는 수렴적 사고와 반대로 작은 정보를 줬을 때 그것을 얼마나 크게 키워나갈 수 있느냐는 발상적 사고가 있습니다. 창의력 사고력에선 이 두 가지, 수렴적 사고와 발상적 사고를 얼마나 화학적으로 결합을 해낼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에 적합한 창의적인 인재의 요건은 무엇인지.

-(박남규 교수)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주어진 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요. 하지만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과 수많은 영역과 사물들이 연결되는 초연결로 특징지어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남들이 보지 못한 문제를 잘 만들어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즉, 새로운 문제를 남들보다 먼저 찾아내어 초지능 또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혁신적인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위한 대학에서의 노력은 무엇이 있는지요.

-(신종호 교수) 중·고등학교 때까지 길들여진 교육 때문에 대학교육은 정말 무기력한 상황들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치열한 경쟁을 해서 대학에 와서는 이제는 공부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 다음에 정신 차리고는 취업 공부를 합니다. 이래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장될 수 없는 거죠. 대학 교육이 정상화되려면 교수부터 교육에 대한 철학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것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을 자극하는 쪽으로 가야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듣는 수동적인 교육이 아니라 과제를 주고 질문을 던져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창의적 교육이 대학 내 확산되어야 합니다.

▷창의적인 인재 개발을 위해 기업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요.

-(박남규 교수) 기업이 교육하는 것과 학교에서의 교육은 달라야 합니다. 그런데 기업교육을 지켜보면 학교 교육하고 굉장히 비슷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바로 자유입니다. 직원들에게 자유를 주는 동시에 기업이 성과를 끌어내야 하는 시대로 가고 있는 겁니다. 자유를 줘야 하는 인재들한테 획일적인 교육을 한다는 게 참 맞지 않는 거죠. 이제 기업들은 개개인에 맞는 교육과 함께 다양한 곳에서 새로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두 분 모두 창의성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 오셨습니다. 과연 창의성은 선척적인 역량이 아니라 교육과 개발을 통해 육성될 수 있을까요.

-(신종호 교수) 타고나는 거라는 생각은 유명한 천재들만 봐서 그래요. 아인슈타인이나 모차르트처럼요. 사실은 창의성이라고 하는 게 아주 뛰어난 위인들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사람들 또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롭게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창의력의 생각과 고민을 하거든요. 역사적으로 남겨지지 않았을 뿐이죠. 창의성은 모든 사람들이 배워야 하고 자기 능력으로 개발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박남규 교수) 제가 강의하는 창조와 혁신이라는 수업에서 학생들을 사고적 역량을 끌어올리는 연습들을 계속 시킵니다. 10주 정도 지나면 굉장히 달라집니다. 실제로 사람들에게 창의적 사고 역량을 진단해보면 16세부터 23세까지 그래프가 굉장히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창의성은 얼마든지 길러줄 수 있고 길러주는 시점이 중요한 거죠.

창의성학회 창립행사

▷지금까지 하셨던 창의력 연구 중에 공유하고 싶은 사례가 있다면요.

-(박남규 교수) 사람들이 실제 어느 정도 창의력이 있는지 분석을 해보면 주관적 평가와 객관적 평가 차이가 굉장히 달라요. 자기가 얼마나 창의적인지 객관적 평가를 안 받아보고 자기가 굉장히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이 얘기를 다른 말로 바꾸면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 노력을 안 하고 있을 수 있고 굉장히 창의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신종호 교수) 저는 예술분야하고 공학분야에서 특출한 결과를 내놓은 사람들을 연구해본 적이 있어요. 그 사람들은 목표의식이 남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죠. 그들은 성공을 지향하기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를 지녔는지를 생각하고 중요하게 여긴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작은 부분이라도 내가 맡아서 하는 일이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변화를 일으킨다는 생각을 갖고 임하는 거죠.

▷기업에서는 창의성 개발을 위한 도구 개발과 활용도 중요하지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남규 교수)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죠. 조직문화의 변화를 꾀하는 기업들이 흔히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겉으로 보이는 ‘빙산’에 대한 오해입니다.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보고 겉으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이 그 성공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드러난 부분만 피상적으로 도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일부 기업들이 구글의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배우겠다는 취지로 직급을 포함하는 호칭을 부르지 않게 하는 ‘호칭 파괴’ 제도를 실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철회하는 기업들이 생겨났습니다.
우리나라의 잘 나가는 기업의 성공적인 사례를 피상적으로 도입하는 것만으로 기업문화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조급한 마음으로는 근본적인 변화를 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의 수장에서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조직 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공감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김지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0호 (2017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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