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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0주년 맞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 “멀리 보고 높이 날아 ‘원대한 기업’ 향한 꿈 이룰 것”
기사입력 2017.04.13 17: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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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회사 대표이사를 맡은 지 올해로 20주년이 됐다. 지난 1997년 3월 당시 서경배 대표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사세가 기울여져 가던 회사를 무거운 심정으로 맡았다. 그때 그는 취임 자리에서 회사가 처한 상황과 자신의 심정을 ‘솔개’에 비유해 말했다. 요약하자면 솔개가 40년 정도를 살게 되면 부리는 구부러지고 발톱은 닳아서 무뎌지고 날개는 무거워져 날기도 힘든 볼품없는 모습이 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솔개는 바위산으로 날아가 둥지를 틀고 자신의 부리로 바위를 마구 쪼기 시작한다. 새로 나온 부리로 발톱과 깃털을 하나씩 뽑아버린다. 그러면 솔개는 새로운 40년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20년 전 아모레퍼시픽은 영락없이 40년을 살아온 솔개의 모습이었다. 1980년대 기업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사업 다각화 열풍에 가세했던 태평양은 계열사의 부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었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부친(고 서성환 회장)을 대신해 계열사 매각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던 그는 취임과 함께 앙상해진 회사를 이끌고 다시 날아올라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회사의 존망을 걱정하던 태평양은 전 세계 14개국에서 32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세계 12위 글로벌 뷰티기업인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 거듭났다. 30대의 젊은 서경배 대표는 중후한 50대의 회장님이 됐지만, 회사는 ‘늙은 솔개’에서 ‘멀리 높이 나는 갈매기’로 탈바꿈했다. 태평양을 최고의 화장품 회사로 만들겠다는 선대의 창업정신을 새기고 이를 넘어 글로벌 뷰티기업으로 일구겠다는 서경배 회장의 꿈과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서경배 회장의 삶과 경영 이야기를 다룬 <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라는 서적이 발간됐다. 이 책에 보면 서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갈매기의 꿈>의 한 구절인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제 ‘높이 멀리 나는 갈매기’가 된 아모레퍼시픽이 앞으로 20년을 향해 가야할 길은 어디일까 궁금해진다.

서 회장은 취임 20주년을 기해 “‘원대한 기업(Great Company)’을 향한 꿈을 이루자”고 일성했다. 아름다움과 건강을 앞세워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뷰티기업으로 도약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경영여건이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국내 화장품 회사들이 도약의 발판으로 여기던 중화권 시장에서의 성장이 사드 문제 등으로 어려워진 상황이기 때문. 서경배 회장은 위기일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선친에게서 배운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1990년대 후반 본사(좌)와 올 하반기 입주 예정인 신본사(우) 전경



▶20년간 세계 12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매출액 10배, 영업이익 21배 증가

서경배 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20년간 아모레퍼시픽이 이뤄낸 대표적인 경영성과를 살펴보면 1996년 말과 2016년 말을 기준으로 매출액은 약 10배 증가했다. 20년 전 6462억원이던 매출이 6조6976억원으로 늘어난 것. 영업이익은 522억원에서 1조828억원으로 약 21배 증가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미국의 유명 패션·뷰티 전문 매체인 WWD(Women’s Wear Daily)가 선정한 세계 100대 뷰티기업 순위 12위에 오른 바 있다. 1996년 당시 94억원이었던 수출액은 2016년에 글로벌 사업 매출액 1조6968억원을 기록하며 약 181배 규모로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전에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진행했던 해외사업들을 2002년부터 직접 진출 형태로 전환했으며, 현재 14개국에서 19개 국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외에서만 32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뷰티 회사로 탈바꿈했다.

이 과정에서 설화수는 2015년 국내 뷰티 단일 브랜드 최초로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으며, 국내 백화점 매출액 순위 1위를 10년 넘게 지켜오고 있다. 5대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화와 넥스트 글로벌 브랜드를 통한 사업 기반 조성 또한 함께 진행 중이다. 중화권과 아세안, 미주 3대 축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여 년 동안 회사의 글로벌 역량을 집중했던 중화권에 이어 앞으로 아세안과 미주 시장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특히 아세안 시장 중에서도 성숙시장인 싱가폴, 말레이시아, 태국은 브랜드를 구축하는 기점으로 삼고, 신흥시장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는 메가시티 위주로 확산을 이어갈 예정이다. 미주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에 이니스프리를 추가로 론칭하여 기존의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라네즈와 더불어 미국 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해 두바이에 법인을 세우고 현지 최대 유통기업과 협업을 시작했으며, 올해 안에 메이크업 브랜드 에뛰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최근 메이크업과 향수 중심에서 건강한 피부와 스킨케어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는 유럽 시장에 대해서도 올해 하반기에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제주 녹차밭 속 서경배 회장



▶과학과 기술에서 우위 확보에 노력

‘과학과 기술에서 우위를 확보해야만 세계 선두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창업자의 신념을 이어받아 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개설한 이래, 아모레퍼시픽은 연구 개발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서 이어왔다. 연구개발비용은 1997년 179억원에서 지금은 1308억원으로 약 7배 증가했으며, 2010년제 2연구동 ‘미지움(美智um, Mizium)’을 설립, 최초와 최고를 향한 연구 개발 노력을 바탕으로 여러 브랜드의 대표 제품을 비롯해 세계 최초로 ‘쿠션’ 카테고리를 탄생시키는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까지 용인시에 기존 연구 시설을 확장한 ‘뷰티산업단지’를 건립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기술과 제품 개발을 지속해서 이어갈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뷰티사업장

기초과학 연구의 중요성 및 장기적·지속적 지원의 필요성에 주목한 서경배 회장은 2016년, 공익 재단인 ‘서경배 과학재단(SUH Kyungbae Science Foundation)’을 설립했다. 서경배 이사장의 사재 출연금 3000억원을 바탕으로 하여 과학과 세상의 발전,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운영 중인 서경배 과학재단은, 현재 생명과학 분야의 기초연구 분야에서 새로운 활동을 개척하고자 하는 신진 과학자 접수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취임 당시 7600여 명이었던 방문판매 경로의 아모레 카운셀러는 여러 차례의 경로 혁신 및 확장을 거쳐 현재 총 3만5000여 명으로 약 5배로 늘어났다. 설화수, 헤라 등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브랜드는 당시 글로벌 브랜드들의 각축장이었던 백화점 경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며, 현재까지 주요 매장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그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아리따움,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등을 브랜드숍 경로에 성공적으로 진출시킨 결과, 현재 국내에서만 총 31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제조판매업으로의 사업 확장 또한 이뤄낼 수 있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이 뷰티 파트너 고용 확대를 통해 사회 전체의 선순환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제주 오설록 티스톤 전경



▶지속가능경영과 사회공헌활동 강화

아모레퍼시픽은 책임 있는 기업시민의 소임을 다함으로써, 세상의 아름다운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또한 지속해서 확장해 왔다. 지난 20년간 아모레퍼시픽이 사회공헌활동에 집행한 금액은 약 62배(4억원→240억원) 증가했다.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Makeup Your Life) 캠페인, 핑크리본 캠페인, 희망가게 등 여성의 삶을 아름답게 하기 위한 대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했으며, 여러 공익재단을 설립하여 운영 및 후원해 왔다. 2007년에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가입했고, 2009년에는 대내외에 지속가능 경영비전을 선포하여 기업활동 전반에 환경·사회친화적 활동을 적용 및 개선해 왔다. 이와 같은 성과를 매년 발간하는 지속가능성보고서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원대한기업(Great Company)으로의 비전 달성을 위한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글로벌 사업 확대, 제품 및 업무방식 혁신, 임직원과 사회를 위한 가치창출, 글로벌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전 2025’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안 뷰티로 세상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원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은 1945년 창업했지만, 20년 전 다시 태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고, 그 결과 현재의 아모레퍼시픽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며, “태평양 너머를 꿈꾼 창업정신을 계승하고, 현재의 여러 위기를 극복해 아름다움과 건강으로 인류에게 공헌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이어가자”는 뜻을 밝혀, 비전 달성을 위한 의지를 강조했다.

[김지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9호 (2017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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