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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지원 | 시크릿 가든 ‘길라임’ 하지원 “목숨 걸어야 할 사랑의 순간이 오면…”
기사입력 2017.01.10 14: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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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지원(38)이 최근 뜻하지 않게 정치·사회 뉴스면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가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연기했던 ‘길라임’ 때문.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병원에서 처방을 받으면서 환자 이름으로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각종 사이트에는 패러디가 무수히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영화 <목숨 건 연애> 제작발표회에서도 길라임을 연기했던 하지원에게 온통 관심이 쏠렸다.

하지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한제인(영화 <목숨을 건 연애> 주인공 이름)은 쓰지 마세요”라며 위트 넘치는 대답을 했다.

▶“길라임 뉴스 덕분에 문자 많이 왔죠”

“저도 뉴스에서 길라임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 뉴스가 나오자마자 친구, 지인들에게 문자가 많이 왔죠. <시크릿 가든>에서 함께했던 현빈 씨한테도 ‘괜찮냐?’고 문자가 왔는걸요. 전 기사를 챙겨보는 편인데 ‘하지원 제작발표회에서 길라임 언급할까?’라는 기사가 있더라고요. 매니저들과 얘기해서 소신 있게 얘기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 마음먹고 ‘나도 뉴스를 보다가 놀랐다’는 발언을 했죠.(웃음) 사실 그 뉴스를 조카들도 봤어요. 5, 6살인데 조카들은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을 전혀 모르거든요? 물론 드라마도 보지 않았고요. 이모 사진에 길라임이라는 이름이 나오니 ‘길라임이 뭐야?’, ‘왜 자꾸 이모 이름에 길라임이 나와?’라고 물어서 몹시 당황했죠.”

하지원을 새침하고 도도한 스타일로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여전사’ 이미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갑자기 눈에 힘을 주고 칼을 든 것처럼 자세를 고쳐 앉더니 “평상시에도 이렇게 있으면 이상하지 않아요?”라고 깔깔 웃었다. “전 평소에 엄청 잘 웃어요. 책상에서 뭐가 바닥으로 떨어지기만 해도 웃기더라고요. 사람들이 내가 웃으면 ‘왜?’라고 물을 정도로 웃어요. 평소 저는 이런 사람인데 도도하다거나 새침하다고 봐주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서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으니 좋은 거죠.”



▶“호러퀸·로코퀸… 퀸은 다 좋아요”

하지원은 그간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데뷔 초에는 <가위>, <폰> 등을 통해 호러퀸으로 불렸고, <다모>, <기황후>, <7광구> 등을 통해서는 여전사 이미지였으며, <코리아>에서는 마음을 울리는 탁구선수였다. 길라임 논란을 유발한 <시크릿 가든>에서는 달달한 사랑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놨다. 과정과 방법이 어찌 됐든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도 흔들어놓은 셈이니 대단한 연기자다. ‘호러퀸’, ‘로코퀸’, ‘여전사’ 등 그에게 붙은 수식어 가운데 본인은 어떤 걸 가장 좋아할까?

하지원은 전혀 도도하지 않은 투로 “퀸은 다 좋은 것 아니냐?”고 웃는다. “아직은 그런 수식어가 감사할 뿐이에요. ‘진정한 퀸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 다양한 장르를 할 때마다 그런 수식어를 붙여주시는데 앞으로도 할 작품 많으니 그때마다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지금까지 얻은 수식어를 유지해야 하니까요.”



▶“호감이 변해서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원은 연기 경력이 20년 가까이 되어 간다.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고, 결혼 적령기라는 말도 된다. 하지만 하지원은 “결혼 생각이 없다”고 했다.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지금 작품 하는 게 더 재미있고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싶을 뿐”이라며 “어서 빨리 다른 작품, 다른 장르, 재미있는 역할을 만나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살다가는 결혼은 못 할 것 같아 걱정이긴 하다”고 웃었다. 연애 스타일을 물으니 ‘남사친’(남자사람친구)을 사랑하진 않는단다. 주위 친구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이해하지 못 했다. 그렇다고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지도 않는 투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술을 모은 뒤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반응하는 사람을 만난 적은 없어요. 아마 많은 사람이 그러지 않을까요? 전 사람을 만나면 호감이 생기고 그게 변해서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최근작 <목숨 건 연애>라는 제목처럼 목숨 건 연애의 경험도 있는지 물으니 “어려운 연애는 안 해본 것 같다”며 “지금까지 가볍게 연애한 것 같다. 하지만 집안에서 반대하는 사람과 목숨을 걸어야 할 사랑의 순간이 오면 가족을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을 인지하려고 하지 않았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세기보다 작품으로 시간을 인식했다. “20년이라는 시간을 한꺼번에 느끼진 못한 것 같아요. 작품연도를 계산하기보다는 <기황후>를 한 뒤 <허삼관>을 찍은 걸 기억하죠. 조금씩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달려가는 입장이니까요. 물론 세월이 흐르니 책임감은 더 무거워요. ‘변신해서 보여 드릴게요’라는 말이 아니라 다음 작품에서 더 성숙해져야 한다는 그런 책임감이라고 할까요? 작은 변화라도 뭔가를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장 좋아하는 말은 ‘지금 이 순간’

사실 정상의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전문화되면서 배우들은 더 힘들어졌다. “시나리오를 보고 선택하지만 선택이 쉬운 것만은 아니에요. 전 신중하고 고민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선택했을 때 부담을 느끼기보다 ‘이건 행복한 고민’이라는 생각을 해요. 끝까지 잘하려고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힘들어. 힘들어’ 하면 더 힘들게 느껴지니까 그런 단어조차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죠. 내가 결정했으니 ‘오케이! 그럼 가자!’ 그런 뒤 즐거워지려고 해요. 이미 결정했으니 다시 뒤로 갈 순 없잖아요.(웃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말이에요. 이 제목으로 에세이도 하나 썼어요. 지금 이 순간은 돌아오지 않잖아요. 최대한 그 순간을 느끼려고 노력해요. 지금 내가 마시는 커피, 함께 있는 사람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말 한마디 등 매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순간을 생각하니 그 시간을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죠.”

하지원은 현실에 충실하기 위해 본인의 회사를 차렸다. 해와 달이라는 소속사의 대표 연기자다. 물론 전문 경영인은 따로 있다. 약 5년간 이어가고 있다.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어요. 회사가 크진 않지만 월요일마다 회의하고 토론도 하고요. 제가 잘 모르는 법률적인 부분은 경영 대표님이 해주시고, 매니저들은 열심히 일하고 신인배우들도 조금씩 들어오고요. 저도 제 연기만 열심히 하면 돼요. 제 편이 많이 생긴 것 같아 좋아요.”

하지원은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단다. 특별히 외국 진출을 노리는 건 아니지만 팬 미팅이나 해외 일정에서 요긴하게 쓰인다고 좋아했다.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니 재미있기도 하다”고 만족해했다. 본인을 “게으른 학생”이라고 했으나 연기할 때를 제외하고 틈나는 대로 영어와 중국어 공부를 할 만큼 성실하다. 몇 해 전 하지원에게 외국 작품 제의가 들어와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배우 이병헌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기였지만, 정상의 한국 여배우가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걸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국 스케줄과 맞지 않아 불발됐다. 하지원은 “언젠간 좋은 기회가 또 있을 테니 틈나는 대로 공부해 놓을 거예요. 기회가 있으면 열심히 준비해서 가고 싶어요”라며 바람을 비췄다. <목숨 건 연애>에서 영어 대사로 중화권 스타 진백림과 펼치는 로맨스가 잘 어울려 할리우드에서도 통할 것 같다고 하니 “좀 보내주세요”라고 배시시 또 웃었다.



▶“뉴질랜드 집 너무 멀어 팔았어요”

귀여운 미소로 웃더니 ‘여전사’로 돌아오는 순간을 맞닥뜨렸다. 취미를 물었을 때다. “운동을 좋아한다”는 그는 칼을 휘두르며 추는 춤인 ‘검무’로 몸과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긴장감에 몸도 풀리고 재미있다”는 말을 듣자 진짜 칼을 들고 춤을 추는 모습이 떠올랐다. “진짜 칼로?”라는 말을 건네자 하지원은 “풋”하고 웃으며 “진짜 칼로 검무를 하면 너무 위험하잖아요. 몸이 더 경직될 것 같은데요? 목검이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레 스트레칭도 한다”고 덧붙였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도 엄청나게 좋아해 TV를 보며 여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또 “자연을 좋아한다”는 그는 “친구나 가족들과 별을 보며 바비큐 파티를 한다. 음악을 틀어놓고 일상을 즐기는 것도 좋다”고 행복해했다. 하지원에게 뉴질랜드 집이 있는 것도 화제가 된 바 있는데 그 집은 팔았단다. “신발을 벗고 다녀도 되는 바다가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거리가 너무 머니 자주 갈 수가 없더라고요. 엄마도 힘들어하시고요”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하지원을 만난 날 첫눈이 내렸다. 눈이 오니 이제 진정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원에게도 한 해의 마무리 소감을 부탁했는데 뭔가 잘못됐다. 밝고 웃음 가득했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하지원에게 2016년은 가장 큰 시련의 해였기 때문이었다. 2016년 새해가 되자마자 부친상을 당한 그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애써 참으며 “올 한해는 시작부터 힘들었지만 그 뒤에 좋은 일도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인터뷰 장소에 올 때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는데 봤느냐고 하니 “몰랐어요. 눈이 오면 따뜻해 보여서 좋아요. 오늘 눈이 왔다고요?”라고 미소 지으며 금방이라도 뛰어 나갈 듯한 자세로 바뀌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인터뷰룸에서 나가는 뒷모습은 밝았다. 다시 씩씩하고 밝은 하지원으로 돌아온 셈이다. “사람들에게 하지원이라는 배우를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어요. 어떤 작품에서든 기대할 수 있도록 계속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싶어요.(웃음)”

[진현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6호 (2017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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