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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家 전진, 여성임원 주춤…젊어진 재계, 3세 경영 본격화
기사입력 2017.02.23 16:50:21 | 최종수정 2017.02.24 09: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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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과 2017년, 대한민국 재계에 오너家 3세 경영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2세 경영체제가 시작된 1990년대 중반 이후 20여 년 만이다.

우선 재계 맏형 격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후계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오너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됐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도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등 글로벌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효성그룹은 조홍제 창업주의 33주기 기일이던 지난 1월 16일, 조석래 전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회장이 공식 취임했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말 조석래 전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을 회장으로,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3세 경영을 선언했다. 조 회장은 취임식에서 “임직원들이 만든 기술과 제품이 세계 최고라는 긍지를 갖게 되길 바란다”며 “기술경쟁력이 효성의 성공 DNA로 면면히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7년 효성 전략본부 부장으로 입사한 조 회장은 이후 현장 경영을 중시해왔다. 2007년부터 맡아 온 섬유PG는 현재 효성그룹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할 만큼 회사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주력 사업인 스판덱스 부문의 경우 2010년 세계시장 점유율 23%로 세계 1위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시장 지배력을 높여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지난 1월 11일 취임식을 갖고 경영전면에 나섰다.

대한항공 제7대 사장으로 취임한 조원태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띄운 취임사를 통해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러강세, 유가상승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기존의 성장 방식에 안주해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변화와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조원태 신임 사장은 2003년 8월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해 오랜 기간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2004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경영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겨 항공사업 핵심 분야인 화물, 여객, 경영기획 등 업무를 맡았고, 2009년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상무), 2011년 경영전략본부장(전무), 2013년 화물사업본부장(부사장), 지난해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분위기 쇄신을 위해 조원태 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해 경영전면에 배치했다”며 “조직 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글로벌 항공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의 경영성적은 일단 합격점이다.

지난해 조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진에어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대내외 리스크가 산적해 있어 대한항공의 실적이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항공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환율, 유가, 금리의 변수가 만만치 않다. 당장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로 달러 대비 원화 가치의 하락이 우려된다.

국내 항공업계의 숙명적인 라이벌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8월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사장이 그룹의 새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 등기이사로 선임되며 후계 입지를 공고히 했다. 한진과 금호는 각각 조양호 회장과 박삼구 회장이 그룹 전반을 지휘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은 3세가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 자연스럽게 업계의 시선은 토끼띠 동갑내기인 조원태 사장(1976년 1월생)과 박세창 사장(1975년 7월생)의 보이지 않는 경쟁에 몰리고 있다.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사장은 지난해 11월부터 4차 산업혁명 태스크포스(TF)팀장도 겸하고 있다. 여기에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서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그룹은 연말 인사를 통해 허용수 GS에너지 사업본부장(부사장)을 민간발전사인 GS EPS 대표이사에 발령했다. 허용수 대표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막내 사촌 동생이다. 지난 12월 초 허 대표는 GS지분율을 4.73%(448만 주 보유)로 높여 허 회장(4.66%)을 제치고 그룹의 1대주주가 됐다. 현재 허 대표의 보유 주식 수는 488만9000여 주로 지분율 5%를 넘겼다. 이러한 움직임에 재계 일각에선 GS그룹의 경영권 변화를 점치기도 했다. GS그룹 측은 “지분율과 회장자리는 별개”라며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란 입장을 내놓고 있다.

LS그룹도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구동휘 LS산전 부장을 임원(이사, 전력국내사업부장),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외아들 구본규 LS산전 상무는 전무로 승진시켜 산업자동화사업본부장에 임명하며 3세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박카스 신화 강신호 회장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제약업계에서도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김정균 보령홀딩스 상무가 올해 인사를 통해 승진했다. 모두 오너가 3세다. 우선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해 구순(九旬)을 맞은 박카스 신화의 주인공 강신호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며 공식적인 3세 경영체제가 시작됐다. 강신호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강 명예회장은 피로회복제 박카스로 연 매출 2000억원 이상을 달성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강 명예회장은 1950년대 독일(당시 서독)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유학하다 함부르크 시청 지하홀 입구에 있던 술과 추수의 신 ‘바커스’의 석고상을 보고 박카스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바커스를 보고 타우린이 함유된 박카스의 효능을 연상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탄생한 박카스는 현재 동아쏘시오그룹을 성장시킨 자양분이 됐다.

강 명예회장은 올 시무식에서 “우리 모두 리더가 되지 않으면 동아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며 “가슴속의 불씨를 여러분이 가진 열정과 가능성으로 잘 키워 글로벌 동아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강정석 회장은 강신호 명예회장의 4남으로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경영관리팀장, 메디컬사업본부장, 동아오츠카, 동아제약,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를 지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계열사의 경영진도 강 회장의 취임에 맞춰 세대교체에 나섰다. 한종현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과 민장성 동아에스티 사장은 모두 68년생으로 만 49세다. 최호진 동아제약 사장(51)과 양동영 동아오츠카 사장(55), 채홍기 DA인포메이션 사장(53) 역시 1960년대생이다.

보령제약그룹은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의 장남인 김정균 전략기획실 이사(31)가 보령홀딩스 상무로 승진하며 오너가 3세 후계구도가 확고해졌다. 지난 1월 1일 출범한 지주사 보령홀딩스 대표에는 안재현 보령제약 전략기획실장이 임명됐다. 안 대표는 보령제약 전략기획실에서 회사 차입금 상환 및 재무전략을 통솔한 재무통이다. 1987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경영지원실장으로 재직했고 2012년 보령제약으로 자리를 옮겨 운영지원본부장과 그룹 전략기획실장을 거쳤다. 오너가 3세인 김 상무는 삼정KPMG를 거쳐 2013년 보령제약에 이사대우로 입사했다. 안 대표와는 전략기획실에서 함께 근무했다.



▶임원인사도 오너가 약진, 기술통 전진

지난 연말 SK, LG, 한화, GS 등 주요 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를 살펴보면 세대교체 바람 속에 무엇보다 오너가의 약진이 눈에 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현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의 승계를 준비하는 수순”이라며 “오너가의 젊은 경영진에 맞춰 임원들의 연령대도 젊어졌는데, 반면 신규 여성 임원의 주목도는 낮아져 아쉽다”고 상황을 전했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신성장사업추진단장에 이어 그룹 주력사업의 경쟁력·수익성을 주도하는 경영회의체를 주관하기로 했다. LG전자 이사회 의장과 LG화학 등기임원도 계속 맡기로 했다. LG는 “자회사들이 사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변화와 혁신을 지원하고 가속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GS그룹은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허진수 회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은 GS글로벌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허대표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으로 GS그룹 4세 중 가장 먼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허 부사장은 2007년 GS칼텍스에 입사했다. 싱가포르법인장, 생산기획공장장 등을 거쳐 현재 석유화학·윤활유사업 본부장을 맡고 있다.

동국제강은 그룹인사에서 4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장세주 회장의 장남 장선익 전략팀 과장을 임원(이사)으로 승진시켜 신설되는 그룹 비전팀장에 선임했다. 장 회장의 구속 후 그룹을 이끌고 있는 장세욱 부회장은 장 이사의 작은아버지다. 장 이사는 청운중, 경복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와는 중학교와 대학교 동기로 알려졌다. 2007년 동국제강 전략경영실에 입사해 미국법인, 일본법인에서 후계 수업을 받았고, 2015년 귀국해 법무팀, 전략팀을 거쳤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비전팀장으로 선임된 장 이사가 장 부회장을 보좌해 그룹의 비전 수립과 실행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두 딸인 임세령, 임상민 상무도 나란히 전무로 승진하며 3세 경영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대상은 임원승진과 함께 사업부문 조직도 개편했다.

단일 대표가 총괄하던 사업을 식품BU(Business Unit)와 소재BU로 분리하고 이를 총괄하는 직급을 사장급으로 격상해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임세령 전무는 식품BU 마케팅담당 중역을, 동생 임상민 전무는 식품·소재BU 전략담당 중역을 맡는다. 새롭게 개편된 식품·소재BU 사장에는 이상철 전 대상 식품BU장과 정홍언 전 대상 소재BU장이 각각 승진했다. 이상철 사장은 2011년 대상FNF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종가집 김치의 할랄·코셔 인증으로 김치의 세계화에 앞장섰다. 정홍언 사장은 1982년 세원의 부산사업본부 특판과에 입사해 대상에서 전분당영업본부장과 전분당사업총괄 중역을 역임했다.

LG그룹의 세탁기 신화를 쓴 조성진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LG전자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말 그대로 원톱이다.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1976년 금성사에 입사한 후 세탁기로 한 우물을 판 조성진 부회장은 H&A(가전·에어컨)사업본부장을 맡은 뒤 실적 개선을 주도한 것은 물론 브랜드 파워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그룹은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SK하이닉스 사상 첫 부회장이다. 박 부회장은 울산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학파가 즐비한 반도체 업계에 성공한 지방대 출신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삼양그룹에선 김영환 삼양홀딩스 CTO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은 듀폰 중앙연구소와 삼성종합기술원을 거쳐 2014년 삼양그룹에 합류했다.

올해 대기업의 여성임원 발탁은 예년보다 다소 시들해졌다. LG그룹은 초경량 노트북 ‘그램’ 개발에 기여한 박경아 LG전자 부장을 상무로 승진시키는 등 4명의 여성을 신규 임원에 선임했다. 코오롱그룹은 김수정 코오롱생명과학 부장을 상무보로, GS그룹은 파르나스호텔의 김연선 부장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반면 SK, 한화 등의 임원인사에선 여성이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17년 경영화두 ‘변화’와 ‘혁신’ 신년을 맞아 각 그룹의 최고 경영자들이 신년사를 통해 경영목표와 비전을 밝혔다. 우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추진해 나가자”며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변화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길을 개척한다는 각오로 우리의 사업 구조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정도 경영의 문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새 생각, 새 정신으로 무장하고 새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을 실천해야 한다”며 “새 시대에 부응하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새로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모든 임직원이 신뢰를 바탕으로 똘똘 뭉쳐 하나 됨을 실천하는 허들링(Huddling)으로, 장애물을 뛰어넘는 허들링(Hurdling)에 성공하자”며 올해의 경영방침으로 허들링 경영을 전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규정과 매뉴얼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충분한 이해와 반복 훈련을 통해 규정을 생활화해야 한다”며 기본 원칙을 강조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품질은 사소한 문제도 타협해서는 안 된다”며 “공정개선과 검증강화를 통해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자”고 독려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 환경은 더는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며 “올해 기업인들이 의견을 구할 곳은 이제 대한상의밖에 없을 것”이라고 대한상의의 역할을 강조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7호 (2017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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