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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녀’ 매력 돋보이는 배우 유인영 | 노출연기 망설이지 않은 이유
기사입력 2017.02.23 16: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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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부잣집 딸 혹은 새침하고 차가운 느낌의 도시녀, 얄밉거나 속된 말로 재수 없는 역할을 많이 맡은 배우 모두 유인영(33)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그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러 가지 캐릭터를 맡아 연기했으나 포괄적으로 ‘악녀’로만 통했다. 한정된 이미지에 갇혀 예쁘고 세련된 이미지가 작품에서는 이렇게만 소비됐다. 시청자 반응이 나쁘지 않았기에 계속해서 ‘악녀’가 됐다.

유인영은 비슷비슷한 캐릭터 제안이 들어올 때마다 “예전에는 속이 많이 상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악녀’에도 자신만의 당위성을 부여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설정을 부여했고, 조금씩이라도 다른 모습으로 변하려고 노력했다. “사람은 역할대로 될 수 있다’고 한 엄마가, 부잣집 딸 역할을 좋아한다”는 것도 나름대로 위안이 됐다. 서운할 법도 할 것 같은데 유인영은 “기회가 오면 잘하고 싶었다. 악녀 이미지가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이미지 때문에 여러 가지 작품을 할 수 있었고, 또 기억해주는 것만도 감사할 뿐”이다.

지난해에는 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통해 평소와는 조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다. 이 드라마 초반에는 털털하고 청순한 매력이 눈길을 끌었고, 이후 비련의 여인이 됐다. 물론 지난해 최대 화제작 <태양의 후예>와 경쟁했기에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내가 나쁜 이미지에만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라는 점이 조금 어필된 것 같아 좋다”고 웃었다. 시청자들에게 다르게 다가간 점이 특히 좋았단다.

유인영의 연기 경력은 벌써 13년 차. 경력과 비교하면 인지도와 인기가 그리 높은 편에 속하진 않는다. 얼굴도 예쁘고, 키도 크기에 여타 배우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데 딱히 대표작이라고 할 것도 없다. 작품 운이 없는 걸까?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기황후> 등이 포함돼 있으니 딱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영화 <베테랑> 등은 특별출연이었음에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의 인지도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나름 인기를 끈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에서 뚱뚱해 보이는 특수 분장도 했으나 노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듯하다.

이런 이야기를 짚어나가면 기분 나빠할 줄 알았는데 유인영은 대수롭지 않게 응답했다. 이제는 초월했다고 해야 할까. 그는 “예전에는 고민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개의치 않아 했다. “사실 예전에 조금 더 빠르고 쉽게 인지도를 얻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소극적인 성격이 반영도 됐고, 내가 부족한 것도 있었죠. 특히 연기적인 면에서 특출났으면 제가 원하지 않았어도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았을 텐데 그렇진 않았거든요. 그걸 제가 알아요.”



▶여고생 때 모델로 연예계 입문

유인영은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어머니 덕이다. 너무 내성적이니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라는 차원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모델 학원을 보낸 게 시작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그 현장에서 사람들과 나름 친해질 수 있었다. “저도 놀랐어요. 성격을 보면 ‘이 일을 한다는 게 신기하다’는 말도 들었는데 또 나름대로 별 탈 없이 지내는 편이거든요. 그럴 수 있는 게 아마도 이 일을 좋아해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죠.”

모델 학원에 다니며 다양한 잡지·광고 모델로 주목을 받은 이후 소속사가 생겼고, 영화 <그녀를 모르면 간첩>(2004)으로 데뷔했다. 첫 오디션과 연기의 희열은 여전히 잊을 수 없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는 준비한 걸 해보라는 말에 “이 오디션에서 합격하면 보여드리겠다”고 하고 나왔고, ‘당연히’ 캐스팅 불가 얘기를 들었다. 서운하다기보다 창피했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요청했고, 조연 역할이었음에도 주인공 대사까지 모조리 외워갔다. 그제야 합격 이야기를 들었다.

유인영은 “그 희열감은 진짜 잊을 수 없다. 내 모든 걸 다 보여줬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때 기분 때문에 지금까지 연기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후 자연스럽게 드라마로 넘어온 그는 모나지 않게 활동했다. 그래도 성격이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기에 생각만큼 대단한 행보를 보이진 못했다. “어렸을 때에는 작품을 하고 싶은데 안 됐을 때 지인이 ‘너 다음 작품 언제 해? 뭐해?’라고 물어보면 의도 없이 말했을 텐데도 속상하더라고요. ‘나도 하고 싶어. 그런데 나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야!’라고 설명을 못하겠더라고요.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상처가 된 적도 있었죠.”



▶주인공 아닌 두 번째 배역으로 13년 연기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에서 두 번째로 큰 배역을 맡았던 유인영은 이후 늘 두 번째였다. 주인공이 아니라 두 번째 역할로 13년을 연기해왔다. 슬럼프라면 슬럼프다. 이것 역시 속상하고 고민이 됐으나 이제는 통달했다. 최근 작품에 특별출연이지도 연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주인공이라는 목표도 있긴 하지만 다른 역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욕심도 있거든요. 특별출연에서 다른 모습을 본 관계자분들이 저를 캐스팅해 줄 수도 있으니까요.”

유인영은 “예전에는 한 명이라도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모임에 가지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물론 요즘도 “어떤 자리에 가 그렇게 살갑게 얘기하지는 못하고 쭈뼛거리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다”며 웃었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이런 성격의 나를 불편해한다는 걸 많이 알게 됐다”며 바뀐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그런 성격이 내재해 있다. 여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혼자 영화 보고 책 보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건 혼자만 있으려고 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같이 작품을 했던 배우 김지석, 조동혁, 김태우, 박성웅, 김상중, 정유미 등 선배들 덕에 변한 것도 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시며 자극을 주시거든요. 성격은 이래도 옆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아요. 또 나이를 먹다 보니 생각도 조금 여유로워졌고요. 여러 가지가 섞여서 제가 생각해도 예전보다 유인영이 나아지는 것 같아요.(웃음)”

유인영은 과거에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나 사생활 노출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과거에는 긴장되고 무서웠다”며 “드라마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실제 나의 모습은 갭이 큰데, 예능에서 내 모습을 보여줬을 때 ‘거부감이 들어 나를 싫어하고 배신감을 느끼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했다. 그래서 거절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사실 세련되고 멋져 보이는 건 만들어진 모습”이란다.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해 여배우 역할을 하며 “디스패치는 요즘 뭐하나 몰라?”라는 대사로 화제가 됐고, 그 대사 덕에 수수한 대학생활이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인영은 ‘셀카’ 못 찍기로 유명한 배우 중 하나이기도 하다. SNS에 올린 ‘셀카’ 얘기를 하면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많이 나아지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좋기에 전도연 선배가 롤모델”이라고 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은 아닐까.



▶나쁜 남자 스타일은 싫어요

유인영에게 최근작 <여교사>는 변화이자 도전이었다. 교사와 제자의 사랑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는 유인영의 노출이 담겼다. 하지만 유인영은 그리 망설이지 않았단다. 이전에도 노출이 있는 작품 제안이 들어왔다. 외모적으로 탁월하니 몸매가 주목받는 역의 제안을 꽤 받았지만 일부러 피했다. 그랬던 그인데, 이번에는 생각이 달라진 걸까. 그는 “이 선택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작품을 택할 때 100 정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치자면 이 작품에서 노출 부분에 대한 걱정은 10 정도였을 뿐이었다”고 웃었다. “많이 망설이지는 않았어요. 고민하는 날도 짧았던 걸요. 여성 위주의 작품이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은데 그 작품 중 하나를 제가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죠. 예측하지 못한 결말도 좋았고요.” 이번 영화에 참여해 좋았던 건 자신감 회복이기도 하다.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에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내 모습을 좋아해 주셔서 너무 놀랐고, 신기하고 감사했다”며 즐거워했다. 행복하긴 하지만 여전히 예능은 두렵다.
“또 출연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직도 어렵고 무섭거든요. 여전히 아직 순발력 있게 치고 들어가는 건 못하겠어요. 제게 이야깃거리도 그리 많지 않고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할 얘기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사람들이 예능을 볼 때는 즐겁고 행복한 느낌이어야 하는데 제가 나오면 아닌 것 같거든요. 왠지 민폐가 아닐까 해요. 말도 느릿느릿하니까요. 몸으로 하는 건 잘할 수 있겠는데… 헤헤. 그래도 이번에 제가 출연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아서 행복해요. 좋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느새 결혼 적령기가 됐다. 유인영은 “아직”이란다. “일단 36세로 정했어요. 20대 때는 30세였는데….(웃음) 36세가 되면 뭔가 정리가 되지 않을까요? 이상형요? 나쁜 남자는 싫어요. 9번 못해주다가 1번 잘해주는 남자는 별로죠. 상대를 존중해주는, 착하고 배려심 많은 남자가 좋아요. 직업은 중요하지 않고요. 그래도 제가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네요.”

[진현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7호 (2017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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