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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문화를 파는 ‘중국의 스티브잡스’…레이쥔(雷軍) 샤오미(小米) 회장
기사입력 2014.03.05 11:06:47 | 최종수정 2014.03.21 1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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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쥔(雷軍·45) 샤오미(小米) 회장(CEO)은 지금 중국에서 가장 ‘핫’한 기업인이다. 마치 전성기의 스티브 잡스를 보는 것 같다. 그는 샤오미 스마트폰이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중국의 스티브잡스’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 스스로도 은근히 그런 시선을 즐긴다. 청바지에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 대형 스크린 앞에 선 채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이 딱 그렇다. 일각에서 그에 대해 “스티브 잡스나 따라한다”며 비아냥거리는 이유다. 애플만큼 실력을 갖추지도 못한 주제에 겉멋만 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레이쥔이 일군 샤오미의 성공스토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겨우 40대 중반인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오히려 20년 쯤 뒤에는 스티브 잡스가 ‘미국의 레이쥔’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는 게 많은 중국인들의 생각이다.

중국 20~30대가 가장 좋아하는 스마트폰

‘샤오미’라는 스마트폰 브랜드가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중국에서는 20~30대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마트폰으로 부상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꽉 잡고 있는데 샤오미가 뭐가 대수냐고? 그럴 수도 있다. 애플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같은 스마트폰이라도 애플 제품은 가장 비싸게 팔린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돈이 좀 있고, 브랜드를 잘 따지는 세련된 고객들이 애플을 찾는다. 중국인들의 평균 소득 수준을 감안할 때 평범한 사람들이 애플을 갖기는 어렵다. 그에 비해 삼성전자는 애플 못지않은 좋은 품질에 가격이 애플보다 다소 저렴하다보니 브랜드를 따지면서도 실용적인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특히 아이폰의 라인업에는 없는 대화면 제품인 노트3는 상당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중산층 이상의 비즈니스맨들은 갤럭시를 좋아한다.

중국의 대다수 국민들, 그중에서도 부모덕을 못 보는 젊은 층들은 아이폰과 갤럭시를 구입하기가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 웬만한 중국의 대기업 신입사원들이 손에 쥐는 월 급여가 대략 4000위안(약 70만원)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치 급여를 전부 쏟아부어도 살 수 없는 수준이다. 레노버와 화웨이 등 중국 토종업체들이 내놓은 스마트폰이 저가를 무기로 중국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처럼 고가품과 저가품으로 분화돼 있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지난 2010년 처음으로 샤오미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샤오미는 역사가 가장 짧은 스마트폰 업체다. 그러나 성장 속도가 무섭게 빠르다. 샤오미는 지난해 187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이는 지난 2012년에 비해 160%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3분기에는 중국에서 510만대를 팔아 380만대에 그친 애플을 2개 분기 연속으로 앞서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시장점유율 6.4%로 중국 스마트폰 판매 순위 5위권에 들었다.

샤오미는 올해 4000만대 정도 판매를 예상한다. 지난해의 2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설립된 지 이제 4년 정도 된 샤오미의 기업가치가 벌써부터 100억달러(약 10조6000억원)로 평가되는 배경이다.

이처럼 무서운 샤오미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레노버나 화웨이 같은 다른 토종 스마트폰에 비해서 단순히 품질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애플과 삼성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일까. 두 해석 모두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샤오미의 최대 강점은 기존 스마트폰 업체들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것에 있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샤오미는 피 튀기는 스마트폰 전쟁에서 안정적으로 몸을 숨긴 채 화력을 뿜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스마트폰을 구매한 고객에게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잘 제공하는 데 더 심혈을 기울인다. 샤오미가 자체 운영하는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건수가 현재 누적으로 10억 건을 넘어섰다. 앱스토어를 지난 2012년 말부터 운영한 점을 감안하면 1년 남짓한 시간에 얻어낸 결과다.

중국에서 운영되는 200개 이상의 앱스토어 중에서 샤오미는 이미 ‘톱5’에 들었다. 더구나 새로운 앱을 개발할 때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시장 요구에 맞추는 것이 샤오미의 강점이다.

얼마 전 레이쥔을 만난 자리에서 “샤오미가 다른 스마트폰 기업과 차별화되는 성공 비결이 뭐냐”고 직접 물어본 적이 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인터넷 중심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경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을 설계할 때부터 고객의 수요를 감안하고, 끊임없이 고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면서 일을 진행한다. 직원들 모두가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제품을 출시한 뒤에도 고객의 수요가 있을 때마다 끊임없이 하드웨어를 업데이트한다. 샤오미와 고객은 마치 친구 사이 같다. 스타와 팬의 관계처럼 고객들은 샤오미에 열광한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열혈 팬이 많은 것이 샤오미의 최대 강점이다.”

입소문 마케팅 4000만대 판매 예상

초창기 샤오미는 ‘짝퉁 애플’로 더 유명했다. 하지만 레이 쥔 CEO는 샤오미가 애플과 전혀 다른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솔직히 제품을 만드는 자세는 애플에 많이 가깝다. 하지만 제품 개발 방식이나 사업 모델은 완전히 다르다. 오히려 아마존과 더 비슷하다”고 역설했다. 애플은 위에서 결정한 대로 따르는 톱다운 방식인데, 샤오미는 소비자 반응을 철저히 분석해 스마트폰 기능과 디자인에 반영한다. 크라우드 소싱으로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매주 목요일 소프트웨어를 신속하게 업데이트한다. 그는 “우리는 하드웨어를 주요 수입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전체 스마트폰 생태계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를 이길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삼성의 휴대전화 매출액을 뛰어넘는 것은 우리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레이 쥔은 “삼성은 훌륭한 기업이다. 대규모 생산공정이나 글로벌 마케팅 부문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며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우리가 삼성보다 앞선다고 생각한다. 갤럭시 소비자는 삼성 휴대전화를 사면서 서비스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샤오미 소비자는 우리 제품을 사면서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본다. 샤오미와 삼성의 본질적인 차이다”라고 말했다.

샤오미는 마케팅 방식도 아주 독특하다. 기존 업체들과 달리 TV 광고나 옥외광고, 통신사 마케팅을 전혀 실시하지 않는다. 오로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을 통해 퍼지는 입소문 마케팅에 집중한다. 더구나 일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샤오미폰을 구경조차 할 수 없다. 모든 제품을 인터넷 사이트에서만 판매하기 때문이다. 유통비용 절감만으로도 20~30%의 가격 인하가 가능하다는 게 샤오미의 설명이다.가격이 저렴한 것은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다.

샤오미 스마트폰은 1000위안(약 17만5000원)을 넘지 않는다. 47인치 TV 가격도 3000위안(약 52만원 선)이면 구입 가능하다.

모델을 자주 출시하지 않는 것도 원가 절감에 일조하고 있다. 샤오미는 보통 1년에 1개 정도의 모델을 출시한다.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원가를 낮추는 것이다. 지난해 처음 출시한 스마트TV도 47인치 한 가지 모델뿐이다. 모델은 1년에 1개씩 내놓지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매주 최소 1건 이상이다. 일주일마다 새로워지는 소프트웨어에 맛을 들인 고객들의 충성심이 자연스레 높아지는 구조다.

자신감을 얻은 샤오미는 서서히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대만과 홍콩 등 중화권 시장에서 가능성을 엿본 샤오미는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첫 단계로 싱가포르 시장을 선택했다. 레이쥔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줄곧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

1969년 후베이성 셴타오에서 출생한 레이쥔은 대학 2학년을 마칠 때 쯤 대학 졸업에 필요한 학점 대부분을 이수할 수 있었다.

2년간 컴퓨터에 빠져 살았던 그는 3학년 때부터 컴퓨터 관련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첫 사업은 당시 컴퓨터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필수 교재였던 ‘DOS프로그래밍’ 책을 친구들과 공동 저술해 출간한 것이었다. 레이쥔은 이를 신호탄으로 암호화프로그램, 백신프로그램, 재무프로그램, CAD프로그램, 중문워드프로세서 등 실용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했다.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에도 재능이 많아 회로기판 설계와 용접을 직접 하기도 했다. 다른 컴퓨터에 접속해 기밀을 빼낼 수 있을 정도로 해커로서의 실력도 뛰어난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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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투자가로도 일찌감치 명성

대학 시절부터 컴퓨터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그는 이미 우한시내 전자상가에서는 유명 인물이 됐다. 컴퓨터업체 경영자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레이쥔은 결국 졸업을 앞둔 4학년 때 급우들과 함께 중문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 회사인 산써(三色)공사를 창업했다.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는 좋았지만 대형 업체들이 그가 개발한 제품을 모방해 만든 뒤 시장에 저가로 내다판 탓에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레이쥔은 이 시절 친구들과 함께 BITLOK이라는 암호설정 프로그램을 만들고, 파스칼 프로그래밍 언어로 개발한 백신 프로그램 ‘면역90’을 개발해 호평을 받았다. 실패를 맛본 레이쥔은 1992년 킹소프트(金山)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입사했다.

그가 킹소프트를 떠난 것은 16년간 벤처기업을 일구면서 심신이 지쳤다고 스스로 판단한 때문이었다. 회사 밖으로 나온 그는 당시 애플 아이폰의 등장에 큰 충격을 받았다. 곧바로 자신도 스마트폰 회사를 만들어야 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사업의 큰 줄기가 확정되자 그는 스마트폰 사업을 함께 이끌어나갈 인재들을 세계 각지에서 끌어 모았다. 구글 출신의 린빈 중국공정연구원 부원장과 모토롤라 출신의 저우광핑 베이징연구개발센터 고급연구원 등 6명이 그들이다. 레이쥔은 이들과 함께 2010년 4월 샤오미의 깃발을 올렸다.

샤오미(좁쌀)라는 이름은 동업자들과 뜻을 모은 날 함께 먹었던 좁쌀죽에서 힌트를 얻어 지었다. 이들은 첫 제품으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소프트웨어(OS)를 장착한 스마트폰 100대를 만들어 인터넷으로 판매해 스마트폰 마니아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샤오미는 이에 힘입어 2011년 8월 첫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 샤오미1을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샤오미1S, 샤오미2, 샤오미2S, 샤오미2A, 샤오미3, 샤오미 훙미, 샤오미 스마트TV 등을 잇달아 내놨다.

이제 샤오미의 꿈은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일이다.
지난해 3분기 샤오미3를 일반에 공개하는 행사장에서 레이쥔은 “샤오미3가 품질 면에서 갤럭시 노트3를 이겼다”고 선언했다. 신제품 발표회 날짜도 일부러 노트3와 맞추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도발이었다. 10년 뒤에는 레이쥔이 어느 위치에 가 있을 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혁훈 매일경제 베이징 특파원·손유리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2호(2014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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