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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시진핑, 父가 터 닦은 선전서 신(新)개혁개방 시대 선언
기사입력 2020.10.27 15: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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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경제특구는 중국 굴기(崛起·우뚝 섬)의 축소판이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개혁개방의 성과를 토대로 세계가 주목하는 더 큰 기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10월 14일 신화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날 선전에서 열린 ‘경제특구 지정 40주년 기념행사’에서 진행한 중요 연설을 인용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의 선전경제특구 방문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시 주석이 10월 12일 광둥성에 도착해 시찰에 나선 행보와 14일 기념식에서 건넨 중요 메시지를 소상히 전하면서 중국 개혁개방 성과의 의미를 한껏 부각시키는 모습이었다. 홍콩 봉황TV를 비롯한 일부 중화권 매체들은 이번 시 주석의 선전 방문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에 빗대 ‘제2의 남순강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남순강화는 덩샤오핑 주석이 톈안먼 사태(1989년) 이후 후퇴한 대외개방 기조를 되살리고자 1992년 초 선전을 비롯한 화남지역을 방문한 것을 의미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14일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선전경제특구 40주년 경축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선전은 시진핑 부자(父子)에게 의미가 있는 곳이다. 시진핑 주석의 부친 시중쉰은 문화대혁명(1966~1976) 시절 투옥 생활을 한 뒤 1978년 광둥성 당서기로 복권했다. 그해 9월 시중쉰이 처음 시찰에 나선 곳이 바오안(寶安)현인데 이 지역은 1979년 선전시로 개명된다. 1978년 12월 중국 공산당은 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개최하면서 ‘개혁개방’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중국에서는 이를 기점으로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위한 새로운 장정’이 시작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당시 광둥성 당서기였던 시중쉰은 국가의 개혁개방 기조에 맞춰 당 중앙에 광둥성 일대의 자주권 제고와 경제특구 지정 아이디어를 건의했다. 이후 선전은 1980년 8월 26일 주하이, 산토우, 샤먼 등과 함께 중국의 초대 경제특구로 지정된다.

1980년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선전은 지난 40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선전시통계연감(1980~2019)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은 2억7000만위안에서 2조6927억위안으로 비약적으로 커졌다. 선전의 GDP는 2018년 말 이미 홍콩을 넘어섰다. 수출입 규모 역시 1800만달러에서 4315억달러로 급증해 연평균 26.1%씩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980년 1억위안도 못 미치던 재정수입도 지난해엔 9424억위안을 기록해 중국의 대표 부자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안팎에서는 선전을 개혁개방 일번지이자 첨단기술 허브 도시로 평가한다. 화웨이, 텐센트 등 글로벌 500대 기업 8곳이 이곳에 포진해 있다. 아울러 선전은 홍콩·마카오와 광둥성 9개 도시를 단일 경제권으로 묶는 ‘웨강아오다완취(Greater Bay Area)’ 개발 프로젝트의 중심 도시다.



아버지 시중쉰이 터를 닦은 선전에서 시 주석은 ‘신(新)개혁개방’ 시대를 선언했다. 10월 14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선전시에서 개최된 경제특구 설립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중요 연설에 나섰다. 시 주석의 연설은 크게 ▲개혁개방 성과 부각 ▲한 차원 수준 높은 대외개방 ▲쌍순환(雙循環·이중 순환) 전략을 통한 자립경제 구축 ▲당 영도를 중심으로 사회주의 현대화 목표 추진 등으로 요약된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40년 전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선전은 세계가 주목하는 상전벽해의 기적을 만들었다”며 “선전특구의 개혁개방 경험은 신시대 경제특구 건설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경제 고속 성장기를 거쳐 고품질 발전 단계로 진입했다”며 “새로운 정세를 맞아 개혁과 개방을 멈추지 말고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을 추진해야 한다”며 신(新)개혁개방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선전경제특구 지정 10주년 주기로 중국 최고지도자의 선전 방문이 이뤄졌던 만큼 이번에 시 주석이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 역시 관례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행보가 더 주목받은 이유는 방문 시점과 선전이 지닌 상징성이 대내외 정세, 중국의 향후 경제 발전 전략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무역, 첨단기술 등 영역에서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은 차기 경제발전 계획인 14차 5개년 규획(2021~2025)을 통해 대미 의존을 줄이고 자율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중국 내에선 이번 규획의 핵심 키워드로 ‘쌍순환’을 꼽는다. 쌍순환은 시진핑 주석이 지난 5월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처음 언급한 단어로, 내수 위주의 자립경제에 집중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조성하는 동시에 대외 경제도 함께 발전시킨다는 경제 전략이다. 미중 신냉전 국면에서 시 주석은 ‘선전’ 방문을 통해 ‘중국 경제 발전 모델’의 성과를 부각시키면서 새로운 경제 전략인 ‘쌍순환’ 구상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요 연설에서 “코로나19 대유행 등 여파로 중국 경제는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쌍순환 전략을 통해 새로운 발전 국면을 맞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시 주석은 미국을 겨냥해 “전 세계가 전염병과 세계화 역행, 보호주의와 일방주의 부상 등으로 혼란에 빠졌다”며 “이럴 때일수록 개혁개방과 협력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선전을 통해 얻은 발전 노하우를 중국 전역에 이식해 ‘중국식 발전 모델’의 틀을 갖춰나가겠다는 의사도 드러냈다. 그는 “선전은 경제특구의 올바른 발전 방향을 제시했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를 견지했으며 중국 발전을 위한 확실한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전방위 대외 개방과 혁신, 공정한 사법 체계, 경제 개발과 환경의 전면적인 조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제도 견지 등은 선전특구를 통해 얻은 귀중한 경험”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웨강아오다완취 개발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13일(현지시간) 중국 남부 광둥성 산터우를 방문해 구도심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현재 중국 지도부는 중장기적으로 홍콩의 금융 및 물류 허브 지위를 선전을 중심으로 한 웨강아오다완취로 흡수할 구상을 갖고 있다. 시 주석은 “선전은 첨단기술을 비롯해 금융, 연구개발(R&D), 인재, MICE 등 영역에서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 웨강아오다완취 건설에 속도를 내면서 본토와 홍콩 마카오가 융합 발전하고 상호 촉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위기를 부각시키며 내부단결을 꾀하는 메시지도 내놓았다. 그는 “선전이 지난 40년 동안 이룩한 성과는 지금껏 당 영도하에 추진된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며 “국내외 정세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과 인민이 합심해 사회주의 현대화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기념행사 전날인 지난 10월 13일 차오저우 인근 해병대 부대를 방문해 “전쟁을 준비하고 고도의 경계를 유지하는 데 모든 정신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며 최근 친미 행보를 걷고 있는 대만을 겨냥한 전쟁 준비 태세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대기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2호 (202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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