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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범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혼돈의 美 대선 시나리오 ② 갈림길에 선 경제 | 신규 부양책 공회전, 코로나19 재확산 경기회복 직격탄… 백신개발 지연, 트럼프 대선불복이 최대 리스크 될 수도
기사입력 2020.10.27 14: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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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갈림길에 섰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대선을 치르며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이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는 크게 향후 수개월간 코로나19 재확산 여부, 신규 부양책 규모와 실행 시기,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보급 속도 등 3가지다. 우려되는 것은 이 중 어느 것 하나도 긍정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선 결과가 불투명해질 경우 경제는 더 큰 혼란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맨해튼 타임스퀘어 일대 모습. 늘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이곳이 여전히 한산한 편이다.



▶정치 싸움에 밀린 신규 부양책

가장 시급한 신규 부양책 논의는 계속 공회전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를 맞이한 해에 대선까지 겹친 것은 미국 경제 회복에 큰 걸림돌이 됐다. 백악관과 민주당이 신규 부양책 협상을 놓고 정치적인 계산을 앞세운 ‘샅바 싸움’만 해왔기 때문이다. 거론되는 신규 부양책은 약 2조달러 안팎으로 우리나라의 1년 GDP 규모보다 크다. 2018년 미국 GDP가 20조4900억달러였음을 고려하면 GDP 대비 10%에 해당하는 부양책이 갈 길을 잃고 떠다닌 것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정지원책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미국은 이미 지난 3월 세 차례에 걸쳐 2조3083억달러를 지원했고, 4월에 4840억달러를 추가했다. 이후 6개월 이상 새로운 재정지원책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미국 경제를 환자에 비유하면, 갑작스런 ‘쇼크’로 중환자실에 실려 갔다가 일반병동으로 이동해 집중 치료를 기다리다가 다시 중환자실로 실려 가는 모습이다.

가을 들어 미국 경제는 회복 탄력성을 잃어가고 있다. 추가적인 부양책 없이는 4분기에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다. 워낙 예측이 힘든 시기지만 골드만삭스의 전망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9월 초 전망에서 미국 경제가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35%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시장 컨센서스는 21%였고, 이보다 무려 14%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한 달이 흐른 후에 대부분의 분석 기관이 3분기 성장률과 관련, 골드만삭스 전망치와 비슷한 예상치를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9월 말에 다시 4분기 성장률에 대해 선제적으로 하향 조정에 들어갔다. 전 분기 대비 4분기 성장률을 6%로 제시했던 골드만삭스는 이를 3%로 하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4분기 성장률을 전 분기 대비 5%에서 3%로 내렸다. 2분기 성장률이 -31.7%를 기록한 기저효과가 있지만 4분기는 3분기에 비해서 회복속도가 크게 둔화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시장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4분기 성장률이 1.5%로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퍼런스보드는 대선 결과가 불투명해지고, 신규 부양책이 공회전하며 향후 수개월간 코로나19가 재확산되지만 백신 개발, 보급이 지연될 경우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제2의 금융위기 출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는 인위적인 경제활동 봉쇄에서 비롯된 것으로 경제 시스템 자체의 문제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백신 개발 등이 진행되면 빠른 시일 내에 경제가 회복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비관적 예측이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2의 금융위기 출현 가능성이다. 미국은 주별로 구체적인 조치가 다르지만 소득이 급격하게 감소한 세입자를 위해 집 렌트비 납부를 몇 개월간 유예시켜준 곳이 많다. 주택 소유주는 대부분 모기지(장기주택담보대출)로 주택을 구입했고, 세입자에게서 받는 렌트비로 모기지를 갚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에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부동산 시장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대규모 부실채권은 금융기관의 목을 죄게 된다.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봤듯이, 연쇄적인 부동산발(發) 신용위기는 금융 시스템 위기를 초래한다.

세계은행(WB)의 카르멘 라인하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경제위기로 모습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융위기 출현 가능성을 경고했다. 라인하트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와 금융위기를 연구해 펴낸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라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지난 6월부터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를 맡았다.

라인하트는 “이번 위기는 금융위기로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금융부분에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큰 경제위기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라인하트는 이런 위기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라인하트는 “지금은 전시 상황이다. 전시에는 정부가 전시 예산을 어떻게든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은 그런 끔찍한 요청이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회복세를 멈추고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미국 일자리 시장이다.

10월 들어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80만~90만 건이 발생하고 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월 넷째 주에 700만 건에 육박하며 정점을 찍은 뒤 계속해서 감소해왔고, 감소폭이 둔화돼 왔다. 이런 추세가 멈췄다. 주간 단위로 전주보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10월 중순 이후 확진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어 주별로 경제 봉쇄 해제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리게 되면 실업자는 다시 양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다시 늘어나는 ‘역주행’이 예상된다. 최소 2주간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000만 건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자리 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미국 경제를 떠받드는 소비 회복은 요원해지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 불복 시 대혼란

시장은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과감한 정부지출에 나서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에 이런 정책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이든 캠프 경제자문인 재러드 번스타인 전 오바마 행정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를 단순히 팬데믹 이전으로 정상화하는 것은 목표를 지나치게 낮게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4년간 2조달러 규모 그린뉴딜 정책을 예고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필요로 해서 총요소생산성을 떨어트릴 것이라는 후버연구소의 분석도 나왔다. 바이든 후보가 내세운 법인세율 인상과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이 미국 기업들의 일자리 확대와 투자 의욕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 이보다 더 현실적으로 큰 문제는 대선 결과가 애매하게 나올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수차례 우편투표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본인이 패배할 경우 결과에 불복할 태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경우 수개월간 미국은 전례 없는 사태로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이고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초기 바이든 후보 당선을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선거 결과 불복이 가져올 더 큰 리스크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늦어지는 백신 개발, 경제 회복 발목 잡아

치료제·백신 개발 지연은 미국 경제 회복을 상당히 지연시킬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선 전 백신 접종 시작을 호언장담했지만 처음부터 무리한 정치적인 일정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존슨앤드존슨(J&J)은 최근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일시 중단했다. 백신 임상시험 중 접종자 한 명이 예기치 않은 이상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J&J 측은 9월부터 6만 명을 대상으로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 3상 단계를 추진해왔다. J&J는 2021년 초까지 백신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며, 내년 말까지 10억 접종분의 백신을 생산한다는 계획이었다.

백신 개발에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화이자는 현재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승인 신청을 11월 셋째 주에 미국 식품의약국(FFA)에 제출할 예정이다. 임상시험이 예정대로 마무리되는 것을 감안한 일정이기 때문에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은 연말께 3상 임상시험을 마친 뒤 대량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모더나(Moderna)도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지나치게 촉박한 일정에 따라 백신 개발이 추진되다보니 초기에는 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약효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백신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올 경우 성능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3상 단계를 최대한 압축적으로 진행하다보니 뒤늦게 부작용이 나타나 전면 회수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치료제 개발 역시 첩첩산중이다.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치료제 3상 임상시험이 최근 안전 문제로 중단됐다. 완치된 환자의 혈액 샘플을 이용해 개발된 항체치료제는 약효가 좋아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단일클론 항체치료제와 길리어드사이언스에서 개발한 렘데시비르의 안전성과 효험을 점검하는 ‘액티브-3(Active-3)’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전망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높다. 게이츠는 최근 WSJ(월스트리트저널) CEO 카운슬에 참석, “내년 말쯤이면 일들이 정상에 아주 가깝게 돌아갈 것이고 그게 최선의 경우”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이 (임상시험 단계의) 백신들이 성공할지 모른다”며 “백신생산 능력 증대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소 1년 이상은 백신으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하고 그 기간 동안 경제 역시 상당기간 암흑기가 될 것이 불가피하다는 예측이다.



▶준, 역할 확대 나설 듯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변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거취다. 숱한 정치적 논란 속에서도 파월 의장은 묵묵히 할 일을 하며, 이번 위기 대응 시 소방수 역할을 하고 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2년 2월에 끝난다. CNN비즈니스는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파월 의장을 연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파월 의장은 월가에서 좋은 평판을 받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바이든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트럼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을 일부 등용할 의사를 내비친 적이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을 유임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바이든 후보가 파월 의장에게 이런 공개적인 의사를 표시한 적은 없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때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인 충돌을 빚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성공적으로 대처해왔다는 점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 의장이 연임된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2008년 당선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이지만 공화당 출신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임명된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을 연임시켰다. 연준은 2023년까지 제로금리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이 같은 통화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파월 의장은 연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시장의 요구다. 파월 의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최근 미실물경제협회(NABE) 연례회의에서 “현재로서는 과할 정도로 하는 것(부양책을 쓰는 것)의 리스크가 더 적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결과적으로 정책 수단들이 필요보다 더 컸다고 밝혀지더라도 낭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완전히 위기를 벗어났음이 확실해질 때까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계속해서 경제를 떠받드는 역할을 해야 회복이 강하고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대선 다음날인 11월 4일 열리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주목된다. 추가적인 자산 매입 조치에 대한 연준의 계획이 처음 공식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럴 가능성을 이미 예고해왔다.

지난 9월 15~16일 열린 연준의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향후 회의에서 어떻게 하면 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연준의 목표를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도록 할지에 관해 추가로 평가하고 대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늦어도 12월까지는 연준이 추가적인 국채 또는 주택저당채권 매입 물량 확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달 1200억달러 어치를 사들이던 규모를 늘릴 것이 유력하다. 신규 부양책 논의가 그 때까지 지지부진하면 이럴 가능성이 더 커진다.


연준 위원들은 “새 패키지가 무산되면 4분기 성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감속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어떤 회복 경로를 그릴지는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전례 없는 위기를 미국이 대선 이후 어떻게 돌파해 갈지 더욱 주목된다.

[박용범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2호 (202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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