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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헌철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혼돈의 美 대선 시나리오 ① 대외정책 어디로 | 바이든 당선 땐 ‘미국 퍼스트’ 폐기, 리더십 회복 주력… 트럼프 역전하면 북·미 간 톱다운 방식 협상 재개될 듯
기사입력 2020.10.27 14: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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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 되지 않겠다며 고립주의 외교 전략을 선택했다. 대신에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20세기 이후 미국 외교의 근간이던 동맹 시스템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집권 4년은 역설적으로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국의 영향력을 절감하게 만든 시기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하나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그의 즉흥적 행동 방식을 분석하느라 각국 정부가 식은땀을 흘렸다.

한미 관계 역시 1970년대 말 미군 철수를 압박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시절 이후 가장 불안했던 시기로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직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압박해 미국의 이권을 관철시켰다. 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병력 축소까지 압박용 카드로 활용했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는 북한을 연결고리로 공통의 이해관계가 존재했지만 한미 관계는 때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 불안했다.

미국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객관적 데이터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일반적인 선거 예측 지표는 여론조사 결과와 현직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다.

미국 선거전문 매체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10월 17일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평균 44.8%에 그쳐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53.8%)이 더 높다. 국정 지지율이 50% 미만인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경우도 있었지만 부정적 응답 비율이 과반을 넘는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방식을 반대하는 유권자 층이 공고하게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미국을 덮친 코로나19 사태를 활용해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는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이 평균 51.3%를 얻어 42.3%에 그친 트럼프 대통령을 9%포인트 앞서고 있다. 다만 미국은 전국 득표율이 아니라 각 주에서 1표라도 더 많이 얻은 사람에게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몰아주고,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승리하는 독특한 제도를 갖고 있다. 대다수의 주들은 한쪽 정당에 쏠려 있기 때문에 6~10개 안팎의 경합주가 승패를 좌우하는 구조다. 경합주의 격차는 전국 지지율 차이보다 작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역전 기회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란 핵협상 모델, 北核 문제에 적용… 다자협상 체제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집권 1기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더욱 강력히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세계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이후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자신의 업적을 쌓기 위해 비핵화 협상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기존의 일괄타결 방식보다는 몇 차례 군축 협상을 반복 타결해 집권 2기가 마무리되는 2024년 이내에 비핵화를 완성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둘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재선에 성공한 뒤에는 북한 이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사라지고, 북한을 ‘최대 압박’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다.

그러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여론조사대로 승리를 거머쥐고 민주당이 4년 만에 다시 정권을 탈환한 경우를 상정해보자. 바이든 전 부통령은 국내적으로는 민주주의 재건, 대외적으로는 미국 리더십의 회복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스스로 외교 전문가를 자처해온 인물이다. 6년 임기의 상원의원에 7번 내리 당선된 그는 외교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했고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8년간 부통령을 하면서 외교 무대에서 경험도 축적했다. 40여 년 전인 1979년에 중국의 덩 샤오핑, 옛 소련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를 직접 면담한 올드 보이다.

바이든의 외교 철학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제도와 다자주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新)고립주의를 채택해 국제기구와 다자동맹을 경시하고 미국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양자 협상에 집중한 것과는 대척점에 서 있다. 그는 최근 ABC방송 타운홀 미팅에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왕따(America Alone)’로 끝났다”며 미국 외교정책의 전면 수정을 내세웠다.

민주당이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발표한 정강정책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바로 ‘아메리카 퍼스트’의 공식 폐기를 내세운 점이다. 민주당은 “우리는 건강한 민주주의, 공정한 사회, 포용적 경제가 미국의 국외 리더십을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이라고 믿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약속했으나 그는 미국을 홀로 서게 했고 미국의 명성과 영향력은 누더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이 내세운 최우선 과제는 ‘동맹 재창조’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동맹 폄하가 적성국들이 꿈꾸던 방식이었다면서 미국의 동맹 시스템이 냉전 종식 이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들을 공격하는 한편 러시아를 주요 7개국(G7) 체제에 포함시키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 미군을 감축하겠다고 위협한 점도 거론했다.

민주당은 “한반도에서 핵위협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그는 방위비를 극적으로 증액하기 위해 동맹 한국을 갈취하려고 노력했다”고 꼬집었다. 또 “동맹국들이 자위능력을 강화하고 역내 안보에 더 큰 책임을 지도록 장려하겠으나 우리는 결코 동맹을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미 방위비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년 대비 50% 인상에 해당하는 13억달러를 마지노선으로 요구하면서 장기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바이든 정권이 탄생한다면 내년 봄 방위비 문제도 소폭 인상 수준에서 원만히 타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동맹 재창조와 함께 대외정책의 또 다른 축은 국제기구를 통한 주도권 회복이다. 민주당은 국제보건기구(WHO)와 유엔인권이사회(UNHRC), 유엔인구기금 등의 재가입을 공약했다. 또 트럼프 정부가 외면해온 기후변화, 난민과 인권 문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저지 등을 위해 국제공조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핵확산 방지를 위해 미국이 먼저 핵무기 실험을 중단하고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비준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란 핵협정(JCPOA)에도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주요 권역별 외교정책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정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반도 문제도 아태 전략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에 대해선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중국의 꼭두각시라고 몰아붙이는 점을 의식해 오히려 강공으로 나간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주석일 당시 최소 8차례 만났다. 2인자로서 공식 카운터 파트였을 뿐 아니라 상호 인간적 유대도 돈독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대선 국면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깡패(Thug)’라고 부르면서 자신이 집권하면 중국의 잘못된 행태를 민주주의 동맹들과 연대해 교정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당장 큰 틀에서 대중 노선이 급변하진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민주당은 “우리는 경제, 안보, 인권 등에서 중국 정부를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자멸적이고 일방적 관세전쟁이나 신냉전의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집권 초기엔 중국과 원거리를 유지하며 탐색전을 펼칠 가능성이 크지만 이후 중국과 대화를 통해 부분적 타협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북한 비핵화 방법론은 뚜렷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전략적 모호성’일 수도 있으나 바이든 선거캠프가 과거 버락 오바마 정권처럼 북한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라는 분석이 많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나는 협상단에 전권을 위임하고, 한국·일본 등 동맹은 물론 중국과 함께 지속적이고 조율된 전략을 펴겠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의 정강 초안에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강화나 군사적 압력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정부와 달리 북한 인권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우리는 북한 주민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지지하고 북한 정권이 엄청난 인권 침해를 중단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정권 말기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낸 조셉 윤은 필자에게 “바이든은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트럼프와의 가장 큰 차이는 정상회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의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 한국담당 국장은 윤 전 대표와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바이든의 대북 정책은 오바마 정권의 실패한 정책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2.0’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은 오바마 때의 외교안보 보좌관들을 대거 재기용하고, 정책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 핵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라는 전제조건을 다는 등 존 볼턴 스타일의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은 이를 항복 요구로 인식할 것이기 때문에 절대 무릎을 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바이든 집권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희망했던 것도 북미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게 만든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바이든 전 부통령을 가리켜 “집권욕에 환장한 늙다리 미치광이”라며 “미친개는 더 늦기 전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유세에서 김 위원장을 가리켜 ‘불량배’라고 지칭한 데 대한 구두 보복이었다.



▶미·중 관계는 누가 이겨도 극적 타결 기대 어려워

북한이 연말연시를 즈음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며 바이든 정권과의 협상력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집권 초기 냉각기도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은 조지 W 부시 정권 당시 6자 회담 합의를 통해 영변 핵시설 불능화에 착수했으나 오바마 정권 첫해인 2009년 5월 핵실험을 재개하며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이후 오바마 정권 8년은 외교적 노력이 중단되고 유엔 제재를 통한 압박 국면이 내내 이어졌다. 때마침 한국도 10년간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전략적 인내’는 한미 공동의 대북 정책이 됐다.

현재 바이든 캠프의 외교정책 책사들 사이에서는 ‘이란 핵협정 모델’을 북한에 차용하는 아이디어가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중국을 북핵 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오는데 이 역시 이란식 모델과 연관성이 있다.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라고도 불리는 이란 핵협정은 오바마 정권 말기인 2015년 7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체결된 협정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독일, 유럽연합(EU)이 이란을 상대로 체결했다.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포기하는 대가로 협상 당사국들은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완전한 비핵화가 담보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2018년 협정에서 일방 탈퇴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이란 핵협정 개정에 나서는 동시에 북한에도 유사한 모델을 적용하기 위해 관련 당사국들과 논의를 시작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는 이미 실패했던 6자회담 모델의 반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도 6자회담의 한계를 인식하고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선호하고 있다. 바이든 캠프에서 핵심 외교안보 참모로 활동하고 있는 토니 블링큰 전 국무부 부장관은 최근 CBS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분명한 목표로 삼고 있다”며 “힘든 문제지만 우리는 이란과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진정한 경제 재재를 함으로써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도록 압박하겠다”며 “시간과 준비가 많이 필요하겠지만 보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링큰 전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하기 전까지 이란 핵협정은 작동하고 있었다”며 “북한이 당장 내일 핵무기를 모두 폐기할 것이란 환상은 없으나 단계를 밟아가면서 집중적인 외교정책을 펼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블링큰 전 부장관은 바이든 정권 탄생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또 다른 측근인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생각은 다소 결이 다르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2017년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 거론되던 당시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예방적 전쟁에 반대하면서 북핵을 최소 수준에서 용인하되 제재 강화와 정치적 고립화를 통해 추가 핵개발을 제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정권이 표면적으로나마 주장해온 ‘완전한 비핵화’와는 지향점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리한다면 북한 비핵화 문제는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다고 보는 편이 옳을 듯하다.

[신헌철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2호 (202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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