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홍장원 특파원의 굿모닝 하노이] 베트남 빈그룹의 폰 디자인 도용 논란
기사입력 2019.09.02 14:34:11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베트남에서 빈그룹이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다. 괜히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먹고 생활하고 숨 쉬고 공부하고 치료받는 인간의 모든 동선에 빈그룹이 숟가락을 얹고 있다. 빈그룹은 아파트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건설업체(빈홈)이면서 국제병원(빈멕국제병원)을 보유한 사업자이고 학교(빈스쿨)를 보유한 사학이기도 하다. 유통(빈마트)을 장악하고 있고, 리조트(빈펄리조트) 1등 사업자인 데다 최근에는 자동차(빈패스트), 스마트폰(빈스마트) 산업까지 도전장을 내밀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당한 기술력을 요하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산업에 빈그룹이 진출하자 향후 행보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로 건설·유통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본을 축적했던 빈그룹이 제조업 분야에서 승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빈그룹이 생산하는 스마트폰을 놓고 불미스러운 뉴스가 나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빈그룹 스마트폰이 중국 경쟁업체의 것을 베낀 게 아니냐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빈스마트는 자사 스마트폰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2시간쯤 달리면 나오는 하이퐁에서 생산한다고 소개해왔다. 최근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이 있는 하노이 서쪽 호아락 산업단지에 두 번째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빈스마트는 자사 기술력으로 ‘메이드 인 베트남’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에 홍보 포인트를 집중해왔다. ‘애국 마케팅’을 펼친 것이라 볼 수 있다. 베트남의 실력으로 스마트폰을 만들고 팔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관심 끌기에 나선 것이다. 빈스마트가 내놓은 스마트폰이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를 놓고 왈가왈부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메이드 인 베트남’ 스마트폰을 내놓는다는 것을 놓고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이 믿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스캔들이 발발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한 스마트폰 마니아의 ‘스마트폰 해체 쇼’가 논란의 불을 지폈다. 올라온 동영상은 빈스마트가 최근 내놓은 스마트폰 ‘브이스마트 라이브(Vsmart Live)’와 중국 업체인 메이주(Meizu)의 ‘메이주 16X(Meizu 16X)’를 분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메이주와 빈스마트



그런데 두 제품은 사양부터 디자인까지 거의 모든 스펙이 판에 박은 듯 비슷했다. 메인 CPU로 스냅드래곤 675칩을 쓰고 있고 전면에는 아몰레드(AMOLED) 6.2인치 패널을 달았다. 지문 센서 위치, 카메라 성능, 배터리 모양 등도 다를 게 없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각각의 세부 부품이 들어가 있는 모양새다. 메인보드, 나사 위치까지 쌍둥이처럼 똑같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두 제품 분해 결과 다른 점은 메이주 제품에는 한자가, 빈스마트 제품에는 영어가 쓰여 있다는 점 정도였다. 이에 베트남 빈스마트가 메이주 제품을 똑같이 베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빈스마트 측은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빈스마트 관계자는 “두 제품 모두 같은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모양새가 비슷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두 회사가 같은 곳에 OEM 주문을 했다는 설명이다. 빈스마트와 메이주가 디자인에 대해 공동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하지만 대중들은 여전히 의혹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이 베트남이 중국의 우회 수출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직후라 사건의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말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은 중국보다 훨씬 더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작지만 가장 나쁜 착취자”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베트남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무려 395억달러(약 46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흑자를 낸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되자 베트남이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잇속을 차리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무렵 소위 ‘아산조 사태’가 터지며 의혹의 목소리는 더 커져갔다.

아산조 사태란 베트남에서 TV를 만드는 아산조란 회사가 중국에서 부품을 대거 수입해 조립하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스티커를 ‘메이드 인 베트남’으로 바꿔 달았다는 폭로가 터져 나온 것을 말한다.

아산조는 베트남 농촌을 주 무대로 최근 급격히 TV 판매를 확대해온 베트남 내 TV 시장 4위 업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농촌에서 TV 점유율 70%를 기록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 전반을 팔고 있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당국의 조사를 받는 상황에 처했다. 팜반떰(Pham Van Tam) 아산조 회장은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고 나섰지만 의혹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베트남 북부 하이퐁에 위치한 빈스마트 공장의 모습.



빈그룹은 최근 한국의 SK그룹, 한화그룹을 상대로 대거 지주사 지분을 매각하며 자금을 충당하기도 했다. 단기간에 사업을 크게 확장한 탓에 내부적으로 자금이 달린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빈그룹이 ‘대마불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여러 방면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대규모로 외자 유치를 받아놓아 사업을 키우면 베트남 정부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대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설사 베트남 정부가 빈그룹을 고깝게 보더라도 경제 전역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 빈그룹을 건드리지 않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번 사태가 빈스마트 스마트폰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아직까지 베트남 국민 사이에서 생각만큼 ‘애국 마케팅’ 효과가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전망이 많다.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마트폰은 단연 ‘아이폰’이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공장에서 세계에서 생산하는 삼성 스마트폰의 약 절반(연 1억6000만 대)을 생산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큰 약발을 받지 못한다.
베트남인 정서에는 ‘아이폰은 수입품, 갤럭시는 국산품’이란 기묘한 속내가 있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품질이 우수한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물 건너서 만들어진 아이폰이 더 세련되었다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빈스마트의 국산 스마트폰이 스마트폰 인기 열풍을 주도하는 20~30대 젊은 층의 호감을 얼마나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홍장원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8호 (2019년 9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SEAN Trend] 관광도시 다낭, 첨단산업도시로 꿈틀

[정욱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10월 소비세율 인상 놓고 삐걱거리는 日

[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치솟는 돼지고기 가격에 비상 걸린 中, 아프리카돼지열병 탓 공급 10년..

[장용승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 대선 출마 포기 선언… 출마 시사 8개월..

[신헌철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신종 마약 오피오이드에 병드는 美, 오남용 사망자 年 5만 명… 총기 사..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