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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일 정계 돌풍 ‘야마모토 타로’ 빈부격차 카드로 反아베 선봉
기사입력 2019.09.02 14: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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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어떤 분께서 저를 향해 ‘좌익 XX 죽어라’라고 말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죽고 싶을 정도의 세상을 바꿔보기 위해 입후보했습니다. 모두가 살아갈 의미를 찾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죽고 싶어지는 세상입니다. 왜 매년 2만 명 이상이 자살을 하고 자살미수가 5만 명을 넘어설까요. 살아가는 게 지옥입니다. 생산성이란 이름으로 항상 내가 도움이 되고 있을까 자문하고 상처받는 시대가 지옥입니다. 좌익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제게 좌익, 우익은 무의미합니다. 왜 사람을 분류합니까. 저는 저일 뿐. 당신은 당신일 뿐입니다. 전 우익, 좌익 어느 쪽도 아닌 프리스타일입니다.”



최근 일본 정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 야마모토 타로 레이와신센구미 대표가 한 가두연설에서 한 말이다. 비슷한 시기 아베 신조 총리의 유세 중 야유하는 청중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과 겹치면서 야마모토 대표의 인기가 급격히 상승하게 된 일이었다.

레이와신센구미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2석을 얻었다. 전체 242석의 참의원에서 존재감은 미약할 수밖에 없다. 자민당과 공명당의 참의원 의석수가 각각 113석과 28석인 것을 보면 지금은 갈 길이 멀다. 여기에 정작 본인은 이번 선거에서 의석을 확보하지도 못한 전직 참의원 의원이다.

낙선한 전직 참의원 의원이 이끄는 2석짜리 정당이지만 그가 받는 관심은 주요 야당 대표급이다. 폭발적인 인기 때문이다. 선거 후로도 그가 등장하는 유세 현장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일본 언론에서도 놀라워할 정도다. 40대 이상에서 지지가 많고 그의 연설을 동영상으로 찍어 공유하겠다며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본 언론은 아예 ‘야마모토 타로 현상’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1974년생으로 올해 44살인 야마모토 대표가 정치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부터다.

15살 때인 1990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2010년까진 배우로 활동했다. 재일교포 청소년의 방황을 그린 영화 <고(Go)>에 출연하기도 했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였다. 원전의 대안을 찾겠다며 친환경에너지 회사에서 잠깐 일하기도 했다. 2012년 중의원(하원 해당) 선거에 탈원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반대 등을 내걸고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당시 자민당이 큰 승리를 거둔 것을 두고 “여러분 이제 일본은 끝입니다. 모두 일본을 탈출하시는 게 낫습니다”라고 말하는 등 단련되지 않은 정치인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기도 했다.

2013년엔 참의원(상원에 해당)에 출마했다. 이후 2019년 초까지 참의원에서 생활밀착형 정치를 표방했으나 ‘신선하다’ 정도의 느낌 외에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참의원 임기가 끝난 올해 그는 ‘레이와신센구미’를 창당해 본격적으로 세 불리기에 나섰다. 연예인 활동을 통해 익힌 대중과의 소통법, 지난 6년간 배운 현실정치 감각 등으로 무장한 그는 신당 창당 후 예상외의 돌풍을 불러왔다. 그의 정견발표 방송 조회수가 130만 회를 넘고, 가두연설 등이 SNS 등을 통해 폭넓게 공유되면서 ‘레이와 피버’란 이름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야마모토 대표와 레이와신센구미가 관심을 끈 것은 아베 총리에 대한 일본 내 불만이 반영됐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레이와신센구미란 당 이름 역시 이러한 기조를 반영한다. 레이와는 지난 5월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의 연호다. 신센구미란 막부시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자객을 뜻한다. 아베 정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정계의 평가다.

그의 정책 대부분이 아베 총리와 반대되는 탈원전, TPP 탈퇴, 소비세 폐지, 개헌 반대, 무라야마·고노 담회 계승,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국민 1인당 3만엔 지급 등이다.

유일하게 겹치는 부분이 임금 인상이다. 여기서도 아베 총리에 비해 훨씬 과감한 정책을 내놔 선명성 부각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매년 3%가량의 최저임금 상승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전국 평균 901엔을 내걸었다. 일본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다르다. 올해 10월에 확정될 최저임금의 경우 가장 높은 도쿄와 인근지역이 1013엔 수준이다. 이것만으로도 기업들이 높다고 아우성인데 야마모토 대표는 전국 일률 1500엔 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아베 공약의 핵심으로 야마모토 대표가 내건 것이 빈부 격차 해소다. 아베노믹스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에서 심화되는 빈부격차에 대한 높아진 불만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에 가장 비판적인 매체로 평가받는 도쿄신문은 일하는 사람의 34%인 2256만 명이 연봉 200만엔(약 2200만원) 미만이라고 전했다. 민간부문에서 일하는 직장인 중에서만 따져도 2017년까지 12년 연속으로 1000만 명이 넘는 상태다. 비정규직 등이 늘면서 경제발전과 자신의 임금 사이에 괴리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이들 정책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는 일본 내에서도 회의적이다. 야마모토 대표가 나름 재원 조달 방법 등까지 설명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을 납득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이런 비판이 널리 퍼져있지만 야마모토 대표의 지지율은 크게 영향 받지 않았다. 신생정당의 특성상 다들 현미경을 들이대고 정책검정에 나서지 않아서다.

정책으로만 따지면 더 격한 신생정당들도 있지만 레이와신센구미에 가장 인기를 끌게 된 데는 야마모토 대표의 개인기가 한몫했다.

지극히 단순화된 도표 등을 활용해 어려운 이슈를 듣는 사람의 귀에 쏙쏙 들어오게 만들었다. 오랜 기간 연예인 생활을 하며 각종 TV프로그램 등 사회를 본 덕분이다.

빈부격차를 설명할 때도 흔히 정치인들이 말하는 임금이나 건보료, 연금 등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월세’를 문제삼았다.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부동산 관련 비용을 제기해 뻔한 주제의 뻔한 얘기로 관심을 끌어냈다고 아사히신문은 평가했다. 그가 방송에 출연할 때 자신이 사용할 설명 자료를 직접 만들어 들고 나오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유세뿐 아니라 정당 전략에서도 대중의 인지도를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야마모토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당 비례대표 3순위로 나섰다. 폭발적인 인지도를 배경으로 야마모토 대표 개인이 99만 표를 얻었고 레이와신센구미는 야마모토 대표의 표를 포함해 총 228만 표를 얻었다. 레이와신센구미는 이 득표로 2명의 비례대표가 국회입성에 성공했지만 야마모토 대표는 낙선했다. 레이와신센구미의 당선자는 루게릭병(ALS·근 위축성 측삭경화증)을 앓고 있는 후나고 야스히코 씨와 중증 장애가 있는 기무라 에이코 씨다. 장애인이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다는 점에서 당선 직후부터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덕분에 레이와신센구미나 야마모토 대표가 언론에 노출되는 횟수도 더 늘었다.

야마모토 대표는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는 100명의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물론 혼자서는 쉽지 않다며 다른 야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높은 인지도 덕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서도 의원 2명의 레이와신센구미에 관심을 가질 정도다.

야마모토 대표의 열풍은 과거의 수많은 정치 유망주들처럼 일순간 꺼질 공산도 크다. 한일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는 요즘 레이와신센구미 돌풍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정욱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8호 (2019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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