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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美,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한 노림수는… ‘제2 플라자합의’로 미래 라이벌 견제
기사입력 2019.09.02 13: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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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일본에게서 이끌어냈던 플라자합의를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중국에게 강요하려 한다. 중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일은 없을 것이다.”

지난 8월 5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예고 없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자 중국 경제매체 시나차이징에서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환율조작국 지정을 한 것은 1994년 이후 25년 만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무역전쟁에 이어 통화전쟁으로 확전을 감행한 것을 놓고 미국이 궁극적으로 중국으로부터 ‘제2의 플라자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플라자합의는 지난 1985년 9월 미국 뉴욕에 위치한 플라자 호텔에서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5개국(G5)의 재무장관들이 외환시장 개입으로 야기된 달러화 강세를 시정하기로 합의한 조치를 의미한다. 당시 미국은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 가치를 끌어올려 미국의 대일본 적자 규모를 줄이는 동시에 일본 경제를 약화시킬 구상을 하고 있었다. 1980년대 초 미국 경제는 달러 강세 기조 속에 쌍둥이 적자(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의 늪에 빠져있었다. 특히 1985년 미국의 대일 적자 규모는 429억달러를 기록하며 미국 안팎으로 일본과의 무역불균형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플라자합의로 미국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 플라자합의 이후 일주일 만에 엔화 가치는 8.3%가량 올랐고, 점진적으로 50% 가까이 치솟았다. 반면 미 달러 가치는 합의 이후 2년에 걸쳐 약 32%가량 떨어졌다. 환율 변동을 놓고 양국의 희비는 엇갈렸다. 일본은 수출 경쟁력을 잃으며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기 시작했고, 이를 막기 위해 일본 정부가 금리 인하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에 나서자 부동산 시장과 증시에 심한 버블이 끼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하게 된다. 반면 미국 경제는 달러 약세에 힘입어 1990년대 뚜렷한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플라자합의를 연상시켰다. 무역전쟁에 이어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는 양국 현황은 1985년 플라자합의 당시 미국과 일본 간 상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미국은 현재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에게 인위적인 환율 조작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중국을 ‘제2의 플라자합의’의 틀 속에 가두려는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다.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1년 전에도 미국은 ‘환율’ 이슈를 가지고 중국을 압박했다.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는 대목은 중국의 달라진 태도다. 지난해 7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중국이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미국은 금리를 올리면서 달러화가 갈수록 강세를 띠고 있다”며 “그동안 불법적인 환율 조작과 나쁜 무역협정 탓에 (미국이) 잃었던 것을 되찾아야 한다”고 중국을 겨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곧이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고의로 위안화 가치를 절하시키면서 줄기차게 대미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자 중국 인민은행은 작년 7월 23일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내리면서 위안화 가치를 절상시켰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위안화 가치가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중국은 무역 갈등이 환율전쟁까지 격화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탓에 위안화 약세에 다소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올 8월 미국이 실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자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0위안’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용인하는 ‘포치(破七) 전략’을 꺼내들며 1년 전과 사뭇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지난 8월 8일 인민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5월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위안화 기준환율을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7.0위안’ 위로 고시한 이래 4거래일 연속 위안화 가치를 내렸다.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미국을 겨냥한 반격 차원에서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공교롭게도 8월 9일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평가가 나왔다. IMF는 중국 경제에 대한 연례 평가보고서에서 “위안화는 다른 통화와 비교할 때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며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시장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진단했다. IMF는 이어 “위안화 가치가 중국 경제의 중기적 기초여건(펀더멘털)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며 “위안화 환율은 현저히 고평가되지도 저평가되지도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미국의 행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평가였다.

그러자 중국은 위안화 환율 조작 가능성을 거듭 부인하는 동시에 위안화 약세 기류의 원인을 ‘미중 무역전쟁’으로 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8월 9일 논평을 통해 “미국의 관세 부과와 환율조작국 지정은 국제금융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을 겨눠 방아쇠를 당겼지만 자신도 총알에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춘잉 중국 외환관리국 대변인도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국의 정치적 조작”이라고 비난했다. 판공성 인민은행 부행장은 8월 12일 중국금융신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배경에는 미국이 일으킨 무역전쟁의 여파가 크다”며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고의적으로 낮추기 위해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환율을 무역전쟁의 도구로 활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의 주장과 달리 중국은 미국의 눈을 피하면서 티 나지 않게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는 수단을 갖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부터 ‘관리변동환율제도’를 다시 도입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이 제도를 ‘복수통화 바스켓을 참고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라고 표현한다. 인민은행은 현재 달러, 유로, 엔화 등 24개 통화를 바스켓으로 묶은 뒤 이들 통화의 환율 움직임을 반영해 가중평균하는 방식으로 기준환율을 고시한다. 인민은행이 매일 오전 발표하는 기준환율은 ‘β·SDR 바스켓 + (1-β)·독자 바스켓 + α(시장, 정책조정변수)’라는 공식에 의거해 산출된다. SDR 바스켓은 SDR의 달러화 환율을 의미하고 독자 바스켓은 중국에서 선정한 주요국 통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 변동을 가중평균한 수치다. α(알파)와 β(베타)는 통화 가중치다.
인민은행은 전날 역외환율 등 시장 변수가 기준환율에 반영되기 때문에 외환시장 자율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위안화 기준환율 산출 시 바스켓에 적용되는 통화와 가중치는 사실상 인민은행이 시장 상황에 따라 임의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목표 환율 밴드 내에서 위안화를 티가 나지 않게 절상 또는 절하할 수 있다. 미국이 통상분쟁을 하는 와중에 중국이 환율을 조작했다며 중국을 맹비난하고 있는 이유다.

[김대기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8호 (2019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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