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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중국 경제에 짙게 드리운 ‘회색 코뿔소’ 그림자
기사입력 2019.01.10 10:30:57 | 최종수정 2019.01.10 10: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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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2일 베이징 소재 중국 온라인 개인 간(P2P) 대출 업체 A사 사무실. 중국 5대 상업은행 출신인 이 회사 왕 모 대표(40)를 어렵게 설득해 이날 정오에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그는 정작 해질 저녁 무렵에서야 수척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고객들과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고 회사 재무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라는 공안의 요구에 응대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고 털어놨다. 11월 15일 중국 공안, 국가세무총국 등 정부 부처 7곳 소속 공무원 15명이 회사로 불쑥 찾아와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2018년에만 벌써 세 번째다. 현재 A사는 신규 고객 모집과 투자금 환급이 전면 중단됐고, 대출 사업 역시 스톱됐다. 왕 대표는 “P2P 업계에 구조조정의 피바람이 불고 있다”며 “당국에서 조부모를 포함한 친인척의 재무 현황 정보까지 낱낱이 조사했고, 혹시 해외로 도주할까봐 출국정지까지 해놓은 상황”이라며 현재 자신의 처지를 ‘생불여사(生不如死)’라고 표현했다. 우연히 보게 된 A사 대출 고객 명단에는 학생, 주부뿐만 아니라 창업가, 상장사 대표, 부동산 개발업자 등 1200여 명의 정보가 빼곡히 담겨있었다. 왕 대표는 “불법 모집 후 도주(먹튀), 부실 대출 등으로 강제 폐업당하는 P2P 업체들이 늘면서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과 선의의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P2P 자금이 가계와 민영기업, 부동산, 증시 등과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향후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의 잠재적 시한폭탄인 회색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가 올해 들어 뚜렷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중국 시장 곳곳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기업 부채·그림자금융·부동산 거품으로 대두되는 3대 회색 코뿔소는 그동안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로 꾸준히 제기돼오다 최근 경제성장률 둔화 우려 심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과 맞물리면서 잠재적 위험이 가시적 부채 공포로 발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예측하기 힘든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 속에서 ‘부채’와 밀접한 관련이 깊은 회색코뿔소가 국내 금융 부실을 실물 경제로 전이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어 중국 당국의 경계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급기야 중국 금융 당국은 이례적으로 잠재적 금융 위험을 공식 인정하며 ‘회색코뿔소 잡기’에 나섰다. 11월 27일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이상 일행양회)는 공동으로 ‘금융기관 감독 체계 개선에 관한 지도의견’을 발표했다. 일행양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복잡한 금융 환경에 따른 체계적 위험(분산 불능 위험)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발생했다”며 “지금 중국은 금융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이 ‘2008년 금융위기’까지 언급하며 금융 리스크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한 것은 자칫 회색코뿔소로 인해 ‘중국발 금융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간접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회색코뿔소 위기는 기업 부채 등 부문에서 증폭됐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윈드(Wind)에 따르면 11월 발생한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규모는 204억위안을 기록했다. 2018년 1~11월 중국 회사채 디폴트(1005억4400만위안)의 20%가 11월 한 달간 발생한 것이다. 회사채 디폴트 현상이 처음으로 나타난 2014년부터 2018년 11월까지 집계된 디폴트 누적 규모 1865억2900만위안 가운데 54%가 지난해 1~11월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에는 11조7800억위안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도래 예정이어서 디폴트 우려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의 부채 가운데 표면적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기업 부채다. BIS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말 기준 중국 기업 부채 규모는 138조7000억위안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164.1% 수준이다. 이는 미국(74%)의 2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고, 신흥국(108%)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다. 주목할 점은 기업 부채 규모의 증가 속도다. 2008년 금융위기 전인 2006년 12월 당시 해당 비율은 106.5%였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중국의 부채 증가 추세는 파괴적인 위험 수준”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그림자금융이자 민영기업의 자금조달 루트 중 하나인 P2P 대출 업계는 줄도산과 폐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P2P 조사기관인 왕다이즈찌아에 따르면 2013년 이후 한때 6426개에 달했던 P2P 업체는 2018년 11월 기준 1181개사로 급격히 줄었다. 특히 2018년 1~11월 퇴출된 업체는 1115개에 이르고, 이로 인해 확인된 투자자 손실만 1288억6000만위안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1조5000억위안에 달하는 P2P 시장에서 약 26% 수준인 4000억위안을 부실로 추정하고 있다. 가계 부채의 69.2%가 몰려있는 부동산 시장도 부채 위기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향후 1년 내 갚아야 할 위안화 채무는 3850억위안, 달러화 표시 채무는 145억달러에 이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부채 공포가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11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을 기록해 2016년 7월(49.9) 이후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확장, 낮으면 경기위축을 의미하는데 임계점을 찍은 것이다. 민영기업 비중이 높은 ‘소기업 제조업 PMI’는 49.2로 이미 경기 위축 단계에 진입했다. 소비와 투자 증가세도 꺾였다. 10월 중국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6% 늘어나는 데 그치며 지난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고,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5.7%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올 1월 증가율(7.9%) 수준에는 못 미친다. 홍콩 봉황TV는 “중국 경제가 질적 성장을 위해 2016년부터 부채 감축 정책과 산업 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하는 과도기 과정에서 기업 부채와 그림자금융 문제가 터져 나오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이 와중에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될 경우 2018년 3분기 6.5%를 기록했던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새해에는 5.5%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아시아태평양 신흥국 성장률은 2년 뒤 0.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웨이제 칭화대학 경제관리학원 교수는 “2018년 3월부터 P2P 등 그림자금융의 부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민영기업의 자금난과 부채 가중 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금융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조치를 강하게 취하고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중국 경제는 2020년까지 혹독한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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