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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헌철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GM, 65년 역사 美 공장까지 폐쇄키로… ‘전기차로 변신 선언’ 트럼프 견제가 변수
기사입력 2019.01.09 16: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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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가 택시업계와 정치권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에선 전기차로 옮겨가겠다는 자동차 회사의 ‘뒷덜미’를 트럼프 정부가 잡아끌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미국 1위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10년 만에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른바 ‘러스트 벨트’ 표심에 목을 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한 달 가까이 구조조정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GM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중심으로 대대적 변신을 예고하자 아예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겠다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면 테슬라나 GM보다는 미국 전기차 시장 진입을 시작한 현대기아차나 폴크스바겐, 포드 등에 더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매년 강화하기로 했던 승용차와 소형트럭 연비 기준을 2020년 이후 동결하기로 하는 등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전기차로 초점을 이동시키겠다는 GM 전략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전체 라인업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메리 베라의 전략은 실수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표심이 공화당과 민주당을 오가는 스윙스테이트로 알려진 오하이오주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GM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 곳 민심이 이반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는 2020년 대선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하이오주 의원들도 여야 할 것 없이 메리 베라 GM 최고경영자(CEO)에게 몰려가 공장 문을 닫아선 안 된다고 압박했다. 단체교섭권을 내세운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반발도 거세다. 반면 크라이슬러는 디트로이트에 신차 공장을 짓겠다고 나섰고 독일 자동차 3사도 미국 내 추가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GM와 정부의 갈등을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늘려보겠다는 심산이다.

GM은 지난 11월 말 “구조조정을 통해 2020년 말까지 매년 약 60억달러의 현금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며 “북미지역 5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다른 차종으로 임무를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미 폐쇄키로 한 한국GM 군산공장 외에 해외에서 두 곳의 공장 가동을 추가로 멈추겠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근로자 감원과 평균 15%에 이르는 임금 삭감도 병행한다. 현지 언론들은 북미지역에서만 1만4800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GM은 생산직뿐 아니라 사무직도 줄이고 있다. 지난 11월 초부터 사무직 직원 1만8000명을 상대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GM은 내부적으로 사무직 8000명 이상의 감원을 목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율주행차, 카쉐어링 등 사업 다각화 박차

‘러스트벨트’ 고용위기에 트럼프 격노… “마음대로 안 될 것”


GM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파산 신청까지 했다가 미국 정부의 막대한 구제금융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부활한 전력이 있다. 10년 만에 다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지금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장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미래 경쟁력을 영원히 확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다. GM은 쉐보레·뷰익·GMC·캐딜락 등 4개 브랜드를 통해 2017년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17.6%)를 고수했다. 2018년 3분기에도 매출액 368억달러, 영업이익 32억달러 등으로 전년대비 실적이 개선된 데다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하지만 유럽이나 일본 자동차회사에게 친환경차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 미국 내에선 테슬라에게 이미 시장을 선점 당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19년 610만 대 수준에서 2025년 2200만 대, 2030년 3600만 대 등으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GM이 북미 지역에서 폐쇄 또는 조정할 예정인 3개 조립공장과 2개 부품공장은 대부분 사양길에 접어든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오샤와 공장은 1953년, 오하이오주 워렌에 위치한 로즈타운 조립공장은 1966년 문을 열었다. GM과 유구한 역사를 함께한 공장들이지만 오샤와 공장의 주력 제품은 쉐보레 임팔라, 캐딜락 XTS 등이다. 로즈타운은 소형 승용차인 쉐보레 크루즈만을 조립 생산한다. 함께 문을 닫는 디트로이트 공장은 쉐보레의 소형 전기차 ‘볼트’를 일부 조립하지만 역시 주력은 쉐보레 임팔라, 뷰익 라크로스, 캐딜락 CT6 등이다. GM은 2019년 3월 1일 크루즈를 시작으로 CT6, 라크로스 등을 영구 단종할 계획이다. GM은 대신에 2023년까지 20개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복안이다. GM은 자사 홈페이지에 ‘탄소배출 제로(0)를 미국이 이끌 시점’이라는 공개 제안서를 올렸다. 미국 정부를 향해 전기차 충전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고, 전기차 구매 고객에게 세금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미국의 전기배터리 제조업체들에게도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지할 몫은 크고 시간은 없다”며 “미국이 시장을 선도할 기회는 바로 지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통 내연기관 차량은 자국 내 판매량이 늘고 있는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SUVs) 등에 집중하면서 비용절감으로 확보한 자금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쏟아 붓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GM은 1년 전에 이미 자율주행차 법인인 ‘GM 크루즈’를 세웠고 직원 수도 1000여 명으로 늘렸다. 비용 절감으로 창출한 현금은 대부분 미래기술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으로 투입할 전망이다. GM의 변신은 비단 자동차 생산 자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카쉐어링 시장에도 ‘메이븐(MAVEN)’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직접 뛰어들었다.

이미 뉴욕, 시카고 등 미국 10여 개 도시에서 차량 1만여 대로 서비스를 하고 있고 회원도 벌써 20만 명 가량 확보했다.
2019년에는 해외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카쉐어링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변화에 둔감하고 미래형 차량 개발에 굼뜬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GM의 변신 선언은 한국 자동차 업계가 이제 유럽·일본뿐 아니라 미국 업체와도 무한경쟁을 해야 한다는 신호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0호 (2019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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