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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명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중국 상대 무역전쟁 이미 시작 철강·태양광 패널 수입 전방위 압박
기사입력 2018.02.02 11: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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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시작됐다. 총격이 오가는 전쟁이 아니다. 이른바 무역전쟁이다. 한발의 총성도 들리지 않았지만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공세는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전쟁은 예고된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중국의 반격 등이 얽히면서 조금 늦춰졌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자신이 백악관에 입성하는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했었다. 물론 그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았지만, 새해 들어서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중국에 대한 압박은 그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의 대표 스마트폰으로 화웨이를 꼽을 수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회사다. 미국 2위 통신사 AT&T가 화웨이와 손잡고 화웨이의 스마트폰 신제품 ‘메이트10’을 미국에서 판매하기로 했었다. 화웨이는 AT&T를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었다. AT&T는 이 거대한 계약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전미가전박람회)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CES 개막 직전 AT&T는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 합의를 백지화했다.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제동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이용해 미국 관련 첩보를 입수한다고 믿고 있다. 미국 연방하원이 실제로 그런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안보이슈를 中 업체 견제에 활용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금융계열사 앤트파이낸셜이 미국의 외화송금서비스 기업인 머니그램을 인수하려던 계획도 불발로 끝났다. 앤트파이낸셜은 중국 최대의 모바일 결제서비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회사다. 이미 지난해부터 12억달러에 머니그램을 인수해 미국과 중국 간 송금 및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내놓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외국인 투자 심의위원회(CFIUS)는 앤트파이낸셜의 머니그램 인수는 불가하다고 최종 판정했다. 미군의 금융정보가 중국 정보당국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 캐니언브릿지캐피털파트너스의 미국 래티스세미컨덕터 인수에 대해 CFIUS가 승인 거부 결정을 내렸다. 캐니언브릿지캐피털파트너스가 중국 국영기업인 차이나벤처캐피털펀드의 지원을 받고 있어 지적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를 ‘악덕업체’로 지정했다. 짝퉁 제품을 판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USTR가 악덕업체로 지정한 쇼핑몰은 전 세계 온라인마켓 25개와 오프라인시장 18개뿐이다. 그중에 알리바바의 타오바오가 포함된 것이다.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훼손하고 근로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중국 업체에 대한 견제 성격이 강하다.



▶美, 철강·태양광 패널 등 다각도 압박

미국 상무부는 수입산 철강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수입 철강의 대부분이 중국산인 만큼 이는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중국산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보고서도 제출했다. 상무부에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미국 산업에 실질적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만장일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조만간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율의 관세 부과 또는 수입물량 제한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백악관은 “머지않은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서도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을 검토 중이다. 이미 ITC가 태양광 패널 수입 증가로 미국 업체들이 손해를 받았다고 판정, 35% 추가 관세 부과를 제안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는 3월에는 USTR가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불공정무역을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4월에는 재무부가 연례 환율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인지 여부를 심사한다. 8월에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도용 여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다.

경제·무역 공세가 전부가 아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정치적인 압박도 만만치 않다. 핵·미사일 개발을 추구하는 북한에 물자와 자금을 공급한다는 이유로 미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보이콧’ 제재를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연방의회 하원이 미국과 대만 정부 관리의 상호 방문을 허용하는 ‘대만여행법’ 등 2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발끈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대만 정부 관리에 대해 미국 방문과 미국 관료 접촉을 제한해 왔다. 그런데 이번 대만여행법은 단순히 관료들의 상호 방문을 허용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공식기구 설립과 고위층 회동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대만을 지렛대로 중국을 압박하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에 앞서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고, 중국이 대만을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새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민주주의 질서와 자유시장경제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의 경쟁국가라고 명시했다. 중국을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대결의 대상으로 분명히 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국방부는 중국을 겨냥한 핵무기 확대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저강도 핵무기 개발의 필요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무부는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아시아-태평양’이라는 기존의 외교 용어 대신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를 등장시켜 중국에 대한 견제 의사를 전 세계에 공언했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외교전략은 중국과의 협력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으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인도와 손잡고 중국을 봉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9호 (2018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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