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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대륙판 ‘배달의민족’ 쑥쑥 30조원대 시장으로 급부상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 1인 가구 증가로 배달 수요 급증
80허우 엄지족의 모바일 결제 습관도 배달 서비스 성장에 한몫
기사입력 2018.02.02 1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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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사모펀드(PEF) 화파그룹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는 샤오후(26) 씨는 배달음식 마니아다. 지난달 그의 음식배달 일상을 살펴보기 위해 아침부터 퇴근 때까지 그와 동행했다.

샤오후 씨는 매일 오전 8시 요우티아오(추로스 형태의 튀김류)와 도우지앙(두유)을 시켜먹고, 점심에는 소고기탕면와 차오판(볶음밥)을 배달 주문했다. 그가 주로 오후에 즐겨 마시는 커피와 과일주스도 전부 배달로 해결했다. 업무 특성상 야근이 많은 그는 직장 동료들과 이날 저녁 회식으로 훠궈(중국식 샤브샤브)와 한국식 치맥(치킨과 맥주)을 시켰다. 모든 음식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한 뒤 30분 정도 지나자 사무실로 배달됐다.



▶30조원 돌파한 中 음식배달 시장

중국판 배달의민족인 ‘메이퇀디엔핑’이 발표한 ‘2017년 음식배달 발전 연구보고’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의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23% 커진 2046억위안(33조7600억원)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음식 배달 서비스 이용자 수는 3억 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18% 늘어난 수치다.

음식배달 서비스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2013년에는 시장 규모가 502억위안(8조2800억원) 정도였으나 2015년 1250억위안(20조6250억원)으로 뛰어오르더니 2017년에는 2000억위안을 돌파했다. 2013~2017년 4년간 성장률은 무려 307%에 달한다.

홍콩 매체 펑황왕은 “2017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음식배달 서비스는 질적 성장 단계로 들어섰다”며 “배달음식의 다양화(공급), 소비계층의 확대(수요), 음식 맛을 보존하는 신속 배달(운송) 3대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시간을 자원으로 여기는 인식의 확산 ▲1인 가구 등 신(新)경제 주체의 등장 ▲모바일 결제 등 기술적 환경의 지원 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선 ‘시간’에 쫓기는 중국 직장인들이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요식업협회가 발행한 ‘2017년 요식업 소비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요식업 산업규모는 3조9000억위안(643조원)을 기록했다. 이 중 패스트푸드와 간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1조140억위안(167조원) 규모인데, 배달을 통해 소비한 금액은 811억위안(1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요식업협회에 따르면 811억위안의 70%인 568억위안(9조3600억원)은 80허우(80後·1980년대 출생자)와 90허우(90後·1990년대 출생자) 직장인들이 배달 주문한 금액이다. 중국 온라인 매체 시나차이징은 “많은 중국 기업들이 성과와 효율을 중시하기 시작하면서 20~40대 젊은 직장인들이 ‘시간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배달음식은 바쁜 직장 생활에서 빠르게 배고픔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에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이퇀디엔핑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간 야근 근로자 수는 8000만명을 넘어섰다. 1인 가구가 음식 배달 시장의 새로운 경제주체로 자리매김했다는 점도 관련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에 힘을 실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해 중국 1인 가구는 전체 인구의 10% 수준인 1억3000만 명을 돌파했다”며 “매년 5~7%씩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는 음식 배달 서비스 시장에서 엄청난 구매력을 자랑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 가구와 연관성이 높은 의료기관 종사자 역시 음식배달 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한다. 중국의 1인 가구는 젊은 직장인, 도시에서 근무하는 외지인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만 독거노인 계층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독거노인과 환자를 이들의 집 근처 병원에서 돌보는 의사, 간호사, 간병인 등도 불규칙한 업무 탓에 배달음식 소비가 높다.

모바일 결제 기술이 일상생활에 완전히 녹아든 것도 음식배달 시장의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카카오페이 등 모바일 결제 수단이 이제 막 확산되기 시작한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알리페이(즈푸바오), 위챗페이(웨이신즈푸)와 같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이미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중국지불청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양대 산맥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52%·39%로, 양사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두 서비스를 통해 결제된 금액은 지난해에만 40조위안(6600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모바일 결제 규모(130조원)보다 무려 51배 많다.

중국지불청산협회는 “지난해 모바일 결제 이용자의 80%가 30대 이하로 나타났다”며 “엄지족으로 통하는 80허우 이후 젊은 세대들이 모바일 결제를 통해 음식배달 주문, 각종 물건 및 여행 상품 구매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음식배달 주문 1위에 오른 이용자는 저장성 원저우에 거주하는 ‘20대’였다. 그는 지난 한 해에만 1639차례 배달 앱을 통해 음식 주문을 하고 16만위안(2640만원)을 썼다.

▶中 음식배달 서비스 장악한 BAT…

데이터 기술 시대 선점이 목표

현재 중국의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은 ‘양강다약(兩强多弱)’ 구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어러머’는 시장점유율 55%로 1위를 달리고 있고, 2위 사업자인 ‘메이퇀디엔핑’(38%)이 그 뒤를 쫓고 있다. 나머지 7%는 각 성에서 그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하는 중소 음식배달 업체들과 전문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나눠먹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3위 사업자인 바이두 와이마이가 어러머와 메이퇀디엔핑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으나 같은 해 8월 어러머가 이 회사를 전격 인수하면서 지금의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음식배달 업계의 양대 강자 뒤에 중국의 대표 IT공룡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있다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어러머의 지분 37%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다. 텐센트는 메이퇀디엔핑의 모기업인 신메이다의 지분을 20% 소유하면서 메이퇀디엔핑에게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굴지의 IT 대기업들이 음식배달 업체에게 지분투자 형식으로 지배를 하고 있는 궁극적인 이유는 앞으로 활짝 열릴 데이터 기술(DT·Data Technology)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다. 수많은 이용자가 앱을 통해 음식배달 주문을 하게 되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각종 데이터가 쌓이게 된다.
특정 개인의 식생활 패턴, 주문 시간 등 관련 데이터가 모이면 신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개인 맞춤형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중국에서 BAT로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음식배달을 비롯해 공유자동차(디디추싱), 공유자전거(모바이크 등), 부동산 중개(리엔찌아, 알리주팡 등) 등 다양한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각종 오프라인 시장과의 연계형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세상은 지금 정보기술(IT) 시대에서 DT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고, 데이터야말로 인공지능(AI), IoT(사물인터넷), 머신러닝 등 새롭게 뜨고 있는 신기술의 핵심”이라고 언급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9호 (2018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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