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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AN Trend] 블록체인에 빠진 태국 세계 첫 당대표 투표 실전에
기사입력 2018.12.04 10: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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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표에 선출된 아피싯 웨차치와 전 태국 수상이 지코인 관계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지코인 홈페이지

지난 11월 10일 태국에서 들려온 한 블록체인 관련 뉴스가 세계 이목을 끌었다. 태국 야당인 민주당이 새 대표를 선출하는데 있어 블록체인 시스템을 활용했다는 소식이었는데, 이는 규모 있는 단일 선거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 세계 첫 번째 사례였다. 이보다 조금 앞서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이 됐지만 부분적으로만 활용됐다.

태국은 이처럼 선거제도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앞다퉈 과감히 도입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는 암호화폐 관련 규제 정비에도 적극 나서면서 친 블록체인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태국의 행보는 현재 군부가 집권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다소 역설적인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블록체인은 중앙화를 거부하고 분권형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부 치하에서도 국가 경쟁력을 위해 과감히 글로벌 신조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태국의 행보는 블록체인 글로벌 허브를 꿈꾸는 싱가포르 못지않게 발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먼저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태국 민주당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중앙집권적 방식의 대표 선출에서 탈피하고자 블록체인 선거를 시도했다. 그동안 태국 대부분의 정당은 당 대표를 뽑을 때 정당소속 의원과 당 의장 등이 결정권을 주로 행사했다.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태국 민주당은 출마 후보를 상대로 전국 당원들이 직접 참가해 투표를 하는 경선제를 실시했다. 지난 11월 1~9일 진행된 투표에서 총 12만7479명의 민주당원이 전국에서 투표를 했고, 그 결과 아피싯 웨차치와 전 태국 총리가 새 대표로 선출이 됐다. 이처럼 태국 정당 사상 밑에서부터 민의가 모아져 대표를 선출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태국 민주당이 활용한 블록체인은 지코인(Zcoin)이었다. 이를 활용해 투표시스템을 만들었고, 지난 1~9일 투표가 진행됐다. 진행된 투표는 지코인 블록체인상에 기록됐다. 보통 선거시스템은 관리자에 의해 통제되는 중앙집중식 데이터베이스 체제로 운영되지만, 민주당 블록체인 선거는 지코인상의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용함으로서 관리자를 두지 않았다. 그만큼 개입의 여지를 줄여서 공정성을 담보케 한 것이다. 선거 시스템은 각 후보와 그들의 IT 조언자들이 합의하고 동의한 소스 코드로 이뤄졌다.

태국 중앙은행

투표는 2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나는 투표를 위해 만든 시스템이 깔린 초소형 컴퓨터 라즈베리 파이를 전국 투표소에 설치해 진행했고, 또 다른 하나는 D-Elect라는 앱을 통해서 이뤄졌다. 이 앱을 이용하면 모바일로도 투표가 가능했다. 이 앱을 설치할 때는 사용자의 사진이 요구됐다. 신원확인용인 셈이다.

블록체인 기록 데이터는 신원 확인과 투표 기록 2가지로 구성됐다. 이 데이터는 암호화돼 분산형 파일 스토리지 시스템인 IPFS에 저장되었고, IPFS 해시는 지코인 블록체인에 저장됐다. 암호화 키는 샤미르의 비밀 공유라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는데, 투표 데이터는 각 후보자, 선거 관리위원회 관계자등 애초 합의된 이해 당사자간의 합의가 없으면 절대 해독할 수 없도록 했다.

지코인측은 “이같은 시스템으로 투표 수가 많았지만 단 12시간 이내에 최종 선거 결과를 도출해 냈다”면서 “블록체인을 이용해 규모 있는 선거를 문제없이 치러냈다는 것은 블록체인의 상용화와 관련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016년 만들어진 지코인은 익명성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송금 시 거래기록도 남지 않는다.

김홍구 부산외대 태국어과 교수는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전 같지 않은 지지세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이런 가운데 전략적으로 블록체인을 사용해 당 대표 선거를 치른 것은 혁신과 변화의 측면에서 보면 잘 한 선택”이라면서 “세계 어느 정당이라도 현재에만 안주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태국의 블록체인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는 가상통화공개(ICO) 관련 행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연초만 해도 태국은 우리처럼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민간에서 투자 분위기를 저해한다며 반발 분위기가 거세자 규제를 확실히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와 관련해 태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 7월부터 마련돼 있던 ICO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또 태국에서 ICO를 진행한다면 해당 업체는 90일 이내에 태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를 해야 한다. SEC가 만든 ICO포털도 이달에 출범할 예정이다.

앞서 6월에는 일부 가상통화 거래소와 중간 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면허를 발급하기 시작했고, 지난 3월에는 가상통화 거래로 인해 얻은 이득이 발생시 15%의 원천징수세를 부과하는 세금 징수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태국 시중은행들도 가상통화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다. 태국 중앙은행이 시중은행들이 자회사를 설립해 가상통화를 발행하거나 관련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만 중앙은행이 직접 가상통화 사업을 하는 것은 여전히 허용치 않고 있다.

정부 부처의 행보도 발빠르다. 태국 국세청은 납세액 검증 및 세금환금 절차 속도 개선 등 과세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도입하려 하고 있고, 상무부는 지식재산권과 농업 및 무역금융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관련 기업들도 태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빗썸이 현지 법인을 만들었고, 업비트와 코인원도 현재 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다. 또 일본인이 태국 방콕에서 현지인과 손잡고 세운 오미세고란 스타트업도 활발히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은 지난 9월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18’ 기조연설에서 “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동남아시아가 상당한 (블록체인) 가능성을 갖고 있다”면서 “동남아 여러 국가들이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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