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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역대 최장수 총리 예약한 아베 앞에 놓인 난제들
기사입력 2018.12.04 10: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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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0일.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 헌정사상 최장 재임 총리가 되는 날이다.

내년 7월 참의원 절반이 교체되는 선거가 있지만 이변이 없는 한 자민당의 우위는 유지될 공산이 높아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아베 총리의 꿈은 이뤄질 전망이다.

최장 재임이란 타이틀은 거머쥘 수 있겠지만 아베 총리의 남은 임기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여당 총재가 총리가 된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2021년 9월까지다. 아베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한 것은 2012년 12월. 2021년까지 권좌를 지킨다면 9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9년 만에 총리 자리가 열리는 셈이니 벌써부터 여당인 자민당 내 잠룡들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등 권력누수가 시작되고 있다. 여기에 정책에서도 엇박자가 나면서 아베 총리의 입지도 날로 좁아지고 있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문제 등에 유달리 강하게 반발한 것은 내부로 쏠린 관심을 외부로 돌리려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꼬여가는 헌법 개정

일본 언론에서는 개헌을 설명할 때 아베 총리의 ‘비원(悲願)’이란 표현을 쓴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사명을 전후체제의 탈피로 규정하고 있다. 그 핵심이 개헌이다. 국내외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중의원, 참의원의 표결을 거쳐 국민투표까지 가야 한다. 이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베 총리는 재집권 이후 꾸준히 작업을 진행해왔다.

첫 번째 단계인 자민당 차원의 개헌안도 얼추 확정했다. 이 안을 국회에서 논의한 뒤에 일단 표결이라도 가겠다는 것이 일차 목표였다.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던 일이다. 11월 중에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중의원에서 가결시키고 12월에는 참의원까지 통과시킨다는 시간표도 짜 놨다.

돌발적으로 튀어나온 변수들로 인해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계획이 날로 꼬여가고 있다. 자민당에서 헌법 개정 논의를 주도하는 것이 헌법개정추진본부다. 본부장은 아베 총리와 막역한 사이인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이다. 위안부 발언을 비롯해 한국민의 수준 등에 대한 망언으로 논란이 됐던 우익 성향의 정치인이다.

논란을 빠르게 진행하겠다며 시모무라 전 문부상은 야당을 압박했다. 문제는 압박 강도가 너무 강했다. 야당을 상대로 “(개헌 관련) 논의도 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직무 유기”라고 비판한 것이 화를 키웠다. 야당 반발에 시모무라 전 문부상이 사죄까지 했지만 오히려 공세만 더 받는 처지가 됐다. 결국 시모무라 전 문부상은 중의원 차원의 논의를 주도하는 헌법심사회 간사직에서 물러났다. 선장이 사라지니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헌논의는 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야당과 긴장감만 고조됐다. 잠깐 어그러진 일정이 뭐 대수일까 싶지만 내년 5월 1일부로 일왕이 바뀐다. 6월 말에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담이 오사카에서 열린다. 논의 자체가 어려운 시기들이 많아 일정이 조금만 틀어져도 틀이 깨질 수 있다.

2014년 소비세 인상 당시 개인소비 침체로 인해 2분기 연속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불만 높아지는 소비세 인상

일본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말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273%까지 올라설 것이란 게 재무성의 전망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을 좋아할 국민이 없다보니 일본 정부에선 수년간 세수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대표적인 것이 소비세다. 우리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한다.

지난 2014년 4월 5%이던 것을 8%로 끌어올렸다. 아베 총리는 ‘리먼 사태급 충격이 있지 않는 한’ 내년 10월부터 이를 10%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2014년 인상 당시엔 소비세 인상에 따른 개인소비 침체로 인해 2분기 연속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절약성향이 더 강해지는 등 부작용이 컸다.

4년 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일본 정부에서는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소비세 인상분을 포인트로 돌려준다거나 식품과 신문 등에 대해서는 소비세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 많은 문제들이 잠복해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식당에서 음식을 사서 테이크아웃으로 들고 나가면 소비세는 8%다. 식당 내에서 소비하면 세금이 10%다. 당장 식당들은 8%와 10%를 따로 계산할 수 있는 결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세율이 아리송한 경우도 많다. 길거리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산 경우만 보더라도 어떤 세율을 적용할지가 애매하다. 만약 푸드트럭에서 마련한 벤치에 앉으면 세금이 10%, 거리에 원래부터 있던 벤치면 8%란 게 현재까지의 설명이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출퇴근, 점심시간처럼 혼잡한 시간대 편의점에서 손님이 실제로 음식물을 들고 매장 밖으로 나가는지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책 의도는 좋았지만 결국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불만만 고조되고 있다.



▶오락가락 외국인 노동력 확대

이민 등에 매우 보수적인 일본사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는 것은 고급인력이 아닌 한 5년이 상한이다. 인구 부족이 심해지면서 곳곳에서 일손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일본 정부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문호를 개방했다. 일본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또 기존에 5년으로 한정했던 것도 조건을 충족하면 10년 혹은 그 이상도 가능하게 해줬다. 일정 요건을 갖추면 가족과 함께 지속적으로 일본에 머무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 정책이 알려지자 ‘사실상 이민 아니냐’는 질문들이 끊이지 않았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에선 ‘이민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차이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민 등에 부정적인 보수층이 크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아베 총리 역시 위기감을 느끼게 되자 정책을 슬그머니 조정하기 시작했다.

대상 업종을 축소하고 인원을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아베 총리가 나서 5년간 34만여 명까지만 받겠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여기에 혜택 등도 차등을 두겠다고 사족을 붙여나갔다. 인원을 줄이고 그나마 제공되는 혜택도 줄이니 이제는 ‘그렇게 해서 제도 완화의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견들이 높아졌다. 여론에 휘둘리는 사이에 정책은 방향성을 잃고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다보니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 역시 현상 유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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