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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특파원의 굿모닝 하노이] 이재용·최태원·김정태 회장이 베트남을 찾은 이유
기사입력 2018.12.04 10: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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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찾는 총수들의 발길이 바빠지고 있다. 연말을 맞아 집중적으로 베트남을 찾는 모양새다. 상호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베트남의 특수관계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이 같은 행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게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은 3대 교역국이다. 베트남 수출의 약 20%를 삼성전자가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은 줄잡아 7000여 개에 달한다. 한국의 다수 대기업이 직간접으로 베트남과 인연을 맺고 있어 지분인수, 공장 증설, 사업 확장 등 다양한 이슈가 베트남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장 챙기기에 나서는 총수들의 베트남 방문이 더 빈번해 질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말 총수들의 베트남 방문 테이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끊었다. 지난 10월 말 베트남에 방문해 박닌과 타이응유옌에 있는 스마트폰 공장을 돌아보고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면담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베트남 출장은 크게 두 가지 의도로 읽힌다. 우선 베트남 사업 확대 측면이다. 삼성전자는 중국에 있는 생산라인 일부를 철수하고 이를 베트남으로 옮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제조업 메카’였던 중국은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넘은 지금, 인건비가 많이 올라 생산단가가 많이 점프한 상황이다. 게다가 사드 사태 당시 중국 정부의 대응을 볼 때 한국입장에서 중국을 사업파트너로 신뢰하기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2013년 당시 중국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은 20%에 달했다. 중국에서 팔리는 스마트폰 5대 중 1대에 삼성전자 로고가 찍혀있었다. 당시 애플을 비롯한 고가 스마트폰 업체와 막 싹을 피우기 시작하던 중국 저가 업체의 공세를 이기고 점유율 순위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내 삼성 스마트폰 비중은 1%를 밑돌고 있다. 불과 5년 사이에 엄청난 하락을 보인 것이다.

최근 들려오는 얘기는 더 심각하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2018년 3분기에 스마트폰을 고작 60만 대 파는 데 그쳤다는 집계 결과가 나왔다. 중국 중상산업연구원이 발표한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추정치에 따르면 중국 업체인 비보와 오포가 스마트폰 2000만 대 이상을 팔고, 화웨이와 아너, 애플이 100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상산업연구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120여만 대로 8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판매량은 그것보다 훨씬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 것이다.

게다가 ‘반도체 굴기’를 꿈꾸는 중국은 삼성전자 반도체 반독점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 시장감독총국 반독점국은 삼성과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를 놓고 대량의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 반독점 조사는 지난 5월 시작됐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메모리 가격이 급격히 오른 데다 공급이 달려서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있다며 불만을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이에 중국 정부가 조사를 본격화하며 ‘꼬투리 잡기’에 나섰는데 이번 조사 결과 방향을 외부에 알리며 제재에 들어갈 뜻을 밝힌 것이다. 한마디로 삼성 입장에서 중국은 부담스런 나라가 됐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하며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 포스트 차이나로 베트남 점찍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포스트 차이나’로 베트남을 점찍고 인맥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연간 3억여 대의 스마트폰 중 반 가량을 베트남에서 만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철수한 공장 일부를 베트남으로 옮기며 베트남과의 밀월관계를 더 끈끈하게 할 것이란 예상을 한다. 스마트폰 외에도 다양한 제품을 베트남에서 생산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트남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설립 당시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삼성 유치에 적극 나선 바 있다. 푹 총리를 만난 이 부회장이 “삼성이 전 세계 많은 나라에 투자했지만, 베트남처럼 기업의 제안에 귀 기울이고 해결해주는 나라는 많지 않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사업을 확대할 것”이란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푹 총리는 “삼성이 사업 규모와 범위를 계속 확대해 베트남을 세계에서 가장 큰 생산거점을 넘어 전략거점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푹 총리는 “베트남 기업이 삼성의 부품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 창출과 지원 산업 확대를 위해 지원해 달라”는 얘기도 했다. 반도체 분야와 인프라, 금융, 정보기술(IT) 개발에도 착수해 달라는 요청을 곁들였다.

사실상 삼성이 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베트남에서 시도해 결실을 내달라고 말한 것이다. 특히 ‘베트남 기업이 삼성의 부품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해 달라’는 뜻을 밝힌 것은 의미심장하다. 아직까지 삼성의 1차 벤더는 한국에서 건너간 협력업체들이 꽉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여기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한국 협력업체의 수준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삼성이 요구하는 부품을 납기일에 딱 맞춰 우수한 품질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연구개발이 진행되어야 한다. 베트남 업체 중에서 이런 실력을 갖춘 곳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삼성 입장에서 베트남 협력업체 물품을 가져다 쓰려면 실력이 올라올 때까지 기나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과 위주의 ‘생산성’을 강조하는 한국기업 특성상, 깐깐하게 품질을 관리하는 삼성 문화 특성상 지금까지는 굳이 베트남 업체를 키워서 쓸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이 때문에 베트남 일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던 게 사실이고, 급기야 이 부회장을 만난 푹 총리가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하기까지 이른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베트남의 지원 산업 발전은 삼성의 바람이기도 하다. 삼성은 베트남 생산투자에만 집중하지 않고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인력, 부품 공급 분야에서 베트남 기업과 더 많이 협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 부회장의 베트남 출장의 또 다른 이유는 북한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 부회장은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기업인 자격으로 참가했다. 당시 정상회담에 참가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간부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부통령처럼 대접했다”고 발언해 주목을 끌었다. 이 부회장의 평양 방문을 전후로 베트남 현지에서는 이를 불편하게 보는 시각의 보도가 이어졌다. 큰 그림에서 보면 베트남과 북한은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베트남 투자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진 것은 한국이다. 삼성을 필두로 상당수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삼고 기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개혁개방에 성공해 해외 투자를 유치한다면 그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한국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베트남에게 잠재 위협으로 작용한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베트남에 투자해야 할 기업이 하노이 인근이 아닌 평양 인근으로 공장 설립 방향을 틀 수 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푹 총리를 만나 남북관계 호전 여부와는 무관하게 삼성이 베트남에 깊은 관심이 있으며, 앞으로도 투자 규모를 줄이지 않을 거라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었다. 이번 방문으로 이 같은 메시지는 베트남 전역에 파급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베트남 하노이국립대학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을 주제로 열린 ‘제1회 하노이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 | 마산그룹 지분 인수

이 부회장의 하노이 방문 직후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하노이를 찾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1월 8일 하노이에서 푹 총리를 만나 30분 가량 면담했다. 이번 최 회장의 출장은 지난 9월 SK그룹이 베트남 마산그룹 지주회사의 지분 9.5%를 약 5300억원에 매입한 직후여서 더 큰 관심을 끌었다. SK그룹은 마산그룹 지주회사 지분 인수 당시 마산그룹과 함께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마산그룹은 베트남 식음료분야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이 약 16억6000만달러(약 1조90 00억원)에 달한다. 소스, 라면, 커피 등 여러 식품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다. 최 회장이 푹 총리와 면담하며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 등 주제를 놓고 논의한 것은 당연한 행보였다. 최 회장은 “SK그룹은 마산그룹 투자를 시작으로 민간기업과의 협력 증진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 공기업 민영화 참여 등 다른 분야에서도 협력이 가속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베트남 4차 산업혁명 기회를 이용해 혁신센터를 세우는 것에도 관심이 있다. 베트남 맹그로브 숲 복원사업 지원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트남 맹그로브 숲은 전체 면적 44만㏊ 중 30%만 남아있어 복원사업이 절실한 상황인데 SK이노베이션이 지난 5월부터 짜빈성 롱칸 지역 맹그로브 숲 조성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푹 총리 역시 “중앙정부 차원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에너지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 독보적 역량을 보유한 SK와의 협력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화답했다.

공기업 민영화 추진 로드맵을 설명하고 관련 투자 등에 SK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11월 9일부터 이틀간 하노이국립대학에서 열린 ‘제1회 하노이 포럼’에 참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포럼은 한국과 베트남 간 학술 및 교류협력 등을 위해 창립됐다. 올해 주제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을 삼았다. 행사에서 최 회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베트남도 올해 태풍 피해를 입었다. 환경문제는 특정 국가가 차원이 아닌 글로벌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축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환경보존에 더 적합한 새로운 사업모델과 해법을 찾아야 한다.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환경 보호·개선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SK의 ‘딥 체인지(Deep Change)’ 경영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차원에서 베트남 환경 보호에 이바지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적극 발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난 11월 13일에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베트남을 찾았다. 김 회장은 레밍훙(Le Minh Hung)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 등 현지 금융계 고위관계자를 잇달아 만났다. 이번 김 회장 방문은 최근 하나금융그룹 측이 베트남 4대 국영 상업은행중 하나인 BIDV(베트남 투자 및 개발은행) 지분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그룹은 BIDV가 증자를 통해 새로 발행한 주식을 인수하기로 했다. 딜이 종료되면 하나금융그룹이 소유하는 BIDV지분은 전체 주식의 15%에 달한다. 베트남에서는 다수의 한국은행이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KEB하나은행 등이 활동 중이다. 내년 초에는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의 영업도 본격화된다. 한국계 은행 입장에서는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막대한 국내 기업 영업망의 일부만 유치해도 꽤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지금까지는 신한은행이 사실상 이 시장의 상당부분을 독점해 왔지만 향후 거센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 특히 김 회장은 베트남을 필두로 하나금융그룹의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여 향후 활약이 기대된다.

하나금융그룹이 베트남 4대 국영 상업은행중 하나인 BIDV(베트남 투자 및 개발은행) 지분을 매입했다.

▶하나금융그룹 | 베트남서 글로벌 사업 확장 열 올려

하나금융그룹은 2025년까지 그룹 내 글로벌 부문 이익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기 위한 판을 깔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전략인 신남방정책의 주요 국가인 인도와 베트남, 필리핀을 거점지역으로 키울 각오다. 이 지역에 아시아 벨트를 만들어 해외 사업 중심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김 회장은 BIDV 지분 매입을 위해 올해 초에도 베트남을 방문한 바 있다.
1년여간 끈질긴 공을 들여 베트남 정부의 승인을 얻어낸 것이다.

하나금융그룹 측은 BIDV 인수 딜이 완전히 종료된 이후 이를 기반으로 현지 영업에도 본격 나설 방침이다. 이외에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10대 그룹 총수 중 한두 명이 연내 베트남 출장일정을 소화할 계획을 저울질 하고 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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