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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신재생 vs 원전, 기로에 선 日 에너지정책
기사입력 2018.10.30 10: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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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전

# 10월 13일 오전 11시. 일본 규슈지역 전기 공급을 담당하는 규슈전력에서는 태양광발전소와 연결된 송전 설비를 껐다.

특정 발전소를 대상으로 전력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출력제어’다. 규슈지역 7개현 중 구마모토를 제외한 6개현에서 진행된 이번 출력제어로 지역 내 태양광발전 2만4000여 곳 중 9759개소와 연결이 끊겼다. 규슈 같은 대규모 지역에서 출력제어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14일 이틀간 출력제어가 이뤄진 것은 넘쳐나는 전력 공급으로 수요와 균형이 맞지 않을 경우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지난 9월 홋카이도 지진 당시 진앙지 인근의 화력발전소가 가동 중단된 경우와 정반대 상황이다. 당시엔 홋카이도 전력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화력발전소가 멈춰서면서 ‘공급 부족’으로 인한 균형 붕괴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일본 정부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탈원전과 함께 재생에너지를 키우겠다고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10년도 지나지 않아 이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일부러 멈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은 원전을 둘러싼 정책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전력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앞으로 혼선이 커질 공산이 크다. 일본의 에너지정책이 기로에 섰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작은 동일본대지진 이후 시작된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이었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원전 폭발에 놀란 일본정부에서는 2012년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 원전이 멈춰서면서 줄어든 전력 생산량은 일단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소로 긴급 융통했다. 일본의 LNG수요 급증으로 당시 전 세계 LNG값이 급등하기도 했다. 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여긴 일본 정부에서는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을 내세웠다.

2012년 7월 시작된 것이 ‘전력고정가격구매제도(FIT)’다. 태양광, 풍력, (중소 규모) 수력발전, 지열, 바이오매스라는 5대 에너지원을 활용한 친환경 발전에 대해서 10~20년간 정부에서 정해진 가격으로 구매를 보증해 주는 제도다. 첫해엔 1킬로와트시간당(kWh) 40엔에 사들였다가 매년 낮아져 올해엔 18엔까지 떨어졌다. 전기 생산이 이뤄진 시점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은 해당연도의 가격이 적용된다. 가격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을 염려해 재생에너지 사업 참여를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예를 들어 A 기업이 태양광발전소를 짓겠다고 2012년에 신청을 해서 허가를 받았다면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이 기업이 받게 되는 전기요금은 2012년의 kWh당 40엔이란 얘기다.

일본 돗토리현 요나고시에 건설된 태양광발전소 돗토리 요나고 솔라파크.

최대 20년까지 수익을 확정할 수 있다 보니 사업의 위험이 크게 줄었고 너나 할 것 없이 태양광발전 사업에 뛰어들어 일본 전역에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급증했다. 건설인가를 받은 시점의 구매가가 적용되는 탓에 일단 허가만 받아놓은 곳도 상당하다. 태양광발전을 위해 필요한 태양광패널 등의 가격이 떨어진 뒤에 건설에 나서면 수익을 더 높일 수 있어서다. 초기 3년간 허가를 받은 곳 중에서 작년 말까지도 가동이 안 되는 곳이 40%에 해당한다. 이들 설비의 발전용량만 23GW에 달한다.

일본에서도 남단에 위치한 규슈는 햇볕도 많아 태양광발전소가 크게 늘었다. 규슈의 지난해 최대 전력 소비량은 15.85GW(1기가와트는 100만 킬로와트)였다. 이 중 올 8월 말 기준으로 태양광 발전으로 인한 전력 생산량이 8GW에 달할 정도가 됐다. 이 정책이 유지됐다면 이번과 같은 문제는 없었겠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재집권 후 원전 정책을 재조정하면서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 주도로 2014년엔 ‘원자력은 에너지 수급에서 중요한 기저 전원’이란 내용이 포함된 에너지기본계획이 나온다. 원전을 다시 돌리자는 정책이다. 물론 일본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공포가 여전한 상황이다 보니 원전 재가동 승인이 이뤄지는 곳은 후쿠시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원전 재가동이 시작된 대표지역이 규슈다. 후쿠시마와 멀어서다. 규슈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가고시마현과 사가현의 원전 4기가 가동을 다시 시작했다. 이들 4기의 생산량이 얼추 4GW 정도 된다. 갑작스럽게 전력 생산량이 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냉방 수요가 많았던 여름철은 화력·수력 발전소를 줄여서 대응했지만 가을이 되면서 전력 수요가 크게 줄었다. 원전을 가동하고 태양광발전을 다 가동하면 전력이 과도하게 남는 수준이 돼 버린 것. 규슈전력에서 태양광 가동을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에선 전력이 남을 경우 수력·화력발전을 먼저 줄인 뒤 재생에너지, 원자력순으로 가동을 중단토록 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원전 재가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태양광발전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장 20년 가격을 보증했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전기료 지불의 재원은 전력소비자들이 내는 ‘재생가능에너지발전촉진부과금’(재생에너지부과금)에서 나온다. 전력 사용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사용량에 맞춰 부과금을 내고 있다. 부과금은 매년 달라지며 올해엔 kWh당 2.9엔이다. 지난해 2.64엔에서 소폭 올랐다. 산정에는 가동중단 시 지급해야 하는 보조금 등도 반영된다. 태양광발전소가 한번 가동을 시작하면 20년간은 어떤 형태로든 부담이 된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된 대로 현재 허가는 받았지만 가동이 안 된 곳도 적지 않다. 아사히신문 계산에 따르면 일본 태양광 발전설비들의 일시에 생산을 시작할 경우 이들 전력을 사들이는 데 1조2000억엔(약 12조원)이 연간 필요하다. 이렇다 보니 일본정부에서 FIT제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보조금이 대폭 삭감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자 이미 허가를 받은 쪽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장기 에너지원별 전력조달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재생에너지를 통해 총 소비전력의 15% 정도를 생산하고 있는 일본에선 이 비율을 2030년까지 22~24%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를 더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지원을 줄일 경우 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결국 장기 에너지 정책자체를 바꿔야 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8호 (2018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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