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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특파원의 굿모닝 하노이] 베트남 민영기업 투톱 ‘빈그룹·마산그룹’ 한화·SK그룹이 지분 참여한 이유는
기사입력 2018.10.30 10: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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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기업을 사들이는 한국 기업의 ‘바이(BUY) 베트남’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바이 베트남’ 행렬을 이끌었던 것은 주로 부동산 투자 영역이었다. 미래에셋그룹이 베트남 하노이 소재 ‘베트남 랜드마크 72’ 빌딩 투자에 비중 있게 참가하는 것을 전후로 개인투자자들이 잇달아 베트남 아파트를 사들이며 ‘코리안 머니’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 대기업들이 전략적인 협력까지 내다보며 베트남 기업 지분투자에 속속 나서면서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이 점차 거세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8월 한화그룹은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 1위 빈그룹(Vingroup JSC) 기업에 4억달러(약 9조3000억동)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급성장하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배경이다. 4억달러를 들여 전환우선주 8400만주를 발급받는 구조다. 발행가격은 주당 11만976동인데, 훗날 이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하면 한화그룹이 빈그룹 발행주식 2%를 넘는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딜은 한화자산운용이 직접 모집해 굴리는 사모펀드 형태로 이뤄졌다. 다수의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했는데, 돈의 상당수는 한화그룹 내부에서 투자된 것으로 보인다. 즉 형태는 사모펀드지만 실제로는 한화그룹 측이 빈그룹과 손잡기 위해 만든 전략적 투자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추후 빈그룹 주가가 현재보다 훨씬 오르더라도 한화자산운용 사모펀드가 섣불리 차익을 실현하기보다는 지분 형태로 투자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빈그룹은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현지 최대 민간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이 10조원, 매출이 4조2000억원에 달한다. 베트남 시총 1위가 빈그룹 지주사다. 2위는 빈그룹 자회사 중 하나인 빈홈즈다. 빈그룹이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이유가 꼭 시총이 큰 대기업을 여럿 거느리고 있어서는 아니다. 기업의 탄생과정부터 성장하는 과정까지 삼성과 썩 닮아있는 편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하노이 도심



▶빈 그룹은 베트남의 삼성

한국에 살면 삼성이란 브랜드를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베트남에 오면 빈그룹의 첫 글자인 ‘빈(Vin)’이라는 글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베트남 마트 시장 1위가 빈마트다. 빈그룹 자회사 빈홈은 현지에서 가장 잘나가는 아파트 건설사다.

베트남에서 가장 좋은 병원 중 하나로 꼽히는 빈멕국제병원도 있다. 빈스쿨은 베트남에서 커리큘럼이 우수한 학교로 꼽힌다. 빈그룹의 모체 중 하나라 볼 수 있는 빈펄리조트는 베트남에서 가장 알아주는 리조트 브랜드다. 삼성 역시 래미안 브랜드로 아파트를 짓고 있고 에버랜드 이름으로 리조트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병원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과 빈그룹은 창업 과정도 꽤 닮은 편이다. 삼성의 시작은 1938년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이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창립한 것에서 시작한다. 한국산 과일과 해산물을 수출해 돈을 벌던 삼성상회는 제분기와 제면기를 설치해 ‘별표 국수’를 팔아 회사의 기틀을 세운다. 빈그룹 회장인 팜 느엇 브엉(Pham Nhat Vuong) 역시 우크라이나에서 베트남 식당사업을 하다가 ‘테크노컴’이란 라면 회사를 통해 대박을 친다. 우크라이나 ‘라면왕’에 오를 정도였다. 라면 사업으로 번 돈을 베트남에 투자하면서 그는 리조트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 2003년 냐짱에 초호화 리조트인 ‘빈펄 리조트 냐짱’을 연 것이다. 냐짱과 다낭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해변 관광지로 많은 한국인이 휴가를 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직 냐짱이 본격 개발되기 이전 해변의 가치를 알아본 팜 느엇 브엉 회장이 고급 리조트를 지으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빈그룹은 이외에도 빈컴빌리지를 비롯한 고급 빌라를 세우고 토지를 개발해 주거·상업 복합단지를 만들고 있다. 사업의 모체가 됐던 테크노컴은 2009년 네슬레에 1억5000만달러에 매각했다. 국수사업으로 시작한 빈그룹과 삼성그룹 모두 지금은 식품 사업에서 발을 뺐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이에 더해 빈그룹은 스마트폰과 자동차 산업에 진출할 뜻을 밝히며 제조업 시장에 뛰어들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역시 삼성과는 닮은 행보다. 삼성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최고 강자다. 지금은 ‘르노삼성’이란 브랜드 안에서만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지만 1995년 3월 삼성그룹은 삼성자동차를 본격 출범하며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바 있다. 약 20여 년의 시차를 두고 빈그룹이 삼성그룹 발자취를 따라가는 셈이다. 첨단 제조업에 진출할 만큼 그룹 차원의 역량이 축적됐다는 뜻이다.

이미 빈그룹 산하 ‘빈패스트’는 자동차 시장 진출 선언을 하고 올해 파리모터쇼를 통해 자동차 디자인까지 공개한 바 있다. 빈패스트는 태국 자동차 부품 제조사 ‘아피코(AAPICO)’와 합자 법인을 설립하고 항구도시 하이퐁에 생산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세계 1위의 자동차 부품 기업인 보쉬와도 손을 잡았다. 세단과 SUV 모델의 예비 디자인을 각각 10개씩 사전 공개해 인기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식 출시 이전에 입소문을 내 회사 홍보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빈그룹의 스마트폰 제조 자회사는 ‘빈스마트(Vinsmart)’로 이름이 붙었다. 확보한 자본금만 1500억원에 달한다. 스마트폰이 처음 한국에 소개됐던 2009년 전후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은 첨단 기술 혁신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사뭇 다르다. 웬만한 기술이 다 공개된 상황이기 때문에 돈과 인력만 있으면 누구든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다.

특히 빈그룹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은 삼성그룹이 하노이 인근에 거대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구축해 놓은 것과 관련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베트남 내수 시장을 쥐락펴락할 역량을 갖춘 빈그룹이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 삼성 스마트폰 중저가 라인에 타격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의 맹주로 올라서고 있는 베트남이 자국이 생산한 스마트폰을 동남아 시장 인근으로 유통시킬 여력도 남아있다. 삼성그룹이 국수로 시작해 첨단 제조업 최강자로 떠오른 것처럼 베트남의 빈그룹 역시 여러 방면에서 사업 확대 가능성이 충만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화그룹의 이번 베팅은 한화그룹의 베트남 시장 확대 가능성을 내다본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이미 계열사 별로 빈그룹과 속속 줄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첨단소재,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한화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화첨단소재가 빈패스트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화리조트는 빈그룹의 리조트 사업 계열사 빈펄과 공동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이외에도 한화그룹 소속 여러 계열사가 빈그룹이라는 지렛대를 십분 활용해 최대한의 결실을 맺으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과 베트남 기업간 ‘화학적 결합’ 시도가 앞으로도 계속될 거란 얘기다.

2018 파리 모터쇼 빈페스트 부스



▶SK, 마산그룹과 신사업 발굴 나서

지난 9월 SK그룹이 베트남 대기업 마산(Masan)그룹 지분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그룹은 9월 19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마산그룹 지주회사의 지분 9.5%를 4억7000만달러(약 53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베트남 시장에서 신규사업 발굴과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공동 추진한다는 각오다. 마산그룹은 지난해 약 16억6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식음료, 축산, 광물, 금융업 등 베트남에서 고성장 중인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상황이다.

지금까지 주력은 소스를 비롯한 식음료 분야다. 베트남에서 종합 식음료 분야 1위 기업이다. 각종 소스와 라면, 커피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시장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샘표 청정원 같은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사료 사업 분야에서도 일가견이 있어 대규모 투자를 통해 현지 축산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마산그룹은 1억 명에 육박하는 베트남 인구를 바탕으로 식품 분야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베트남 음식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돼지고기 위탁 사육 시장 점유율은 35%에 달한다. 베트남 소비자 중 98%가 지난해 적어도 한 번은 마산그룹이 생산한 식음료를 먹어봤을 것이란 통계가 있을 정도다. 음식에 들어간 간장, 액젓 등 소스를 간접 섭취한 비율까지 합하면 사실상 비율은 100%에 가깝다는 게 현지 시장 분위기다. 올해 마산그룹이 목표로 한 매출은 47조동(약 2조2700억원), 순이익은 4조동(약 1900억원)에 달한다. SK그룹의 마산그룹 지분투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단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에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베트남과 SK가 함께 성장하는 협력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룹 차원에서 베트남 투자를 적극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 이번 지분 투자는 최 회장의 ‘베트남 구상’이 본격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최 회장은 응우옌당꽝 마산그룹 회장과도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했는데 결국 이번 투자를 통해 결실을 이룬 셈이다.

특히 SK그룹 측은 식품분야와 함께 마산그룹의 광물사업 분야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마산그룹은 2010년 세계에서 가장 큰 텅스텐 광산 중 하나인 누이파오 광산 경영권 지분을 사들였다. 이후 자원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텅스텐 등이 매장된 누이파오 광산은 중국을 제외한 텅스텐 공급 시장의 33%를 차지할 정도의 대형 광산이다. 텅스텐은 SK그룹 주력인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필수적이다. SK그룹이 마산그룹과 시너지를 낼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 밖에 마산그룹은 베트남의 민영 1위 은행을 보유해 베트남 금융상품 시장에도 발을 넓힌 상황이다. SK그룹은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를 3대 중점지역으로 정하고 그중 동남아에서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를 거점 국가로 지목한 바 있다. SK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고성장이 예상되는 베트남에서 유력한 현지 사업 파트너를 확보했다”며 “앞으로 전략적 대형 M&A 등도 공동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마산그룹 하나를 끝으로 베트남 투자를 접지 않을 거란 강한 의지다.

한국의 기업이 거의 동시에 지분투자를 감행한 기업이 빈그룹과 마산그룹인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빈그룹과 마산그룹은 베트남 시가총액 10위 안에 드는 기업 중 민간자본에서 시작해 글로벌 그룹이 된 몇 안 되는 회사 중 하나다. 베트남의 큰 회사 상당수는 공산주의 시절 공기업 독점 회사에서 출발해 사기업이 된 회사가 많다. 이런 역사를 가진 기업은 회사 성격상 외부 지분투자를 받기 쉽지 않다. 결국 한국 기업들이 틈새시장을 잘 노려 최적의 투자를 진행한 셈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베트남 타이어코드 공장 전경



▶한국은 이미 중국을 제치고 베트남 최대 투자국

이미 한국기업들은 중국을 제치고 베트남 기업을 최대 투자 대상으로 점찍는 분위기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베트남 직접투자액은 19억7081만달러에 달해 지난해(9억4253만달러)에 비해 2배 넘게 늘어났다. 그만큼 베트남 투자를 위해 집행한 자금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반기기준으로 사상 최초로 중국 투자 액수를 넘겼다.

LG화학 역시 베트남 하이퐁시 트란두 공업지대 내 편광판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베트남 정부로부터 생산법인 설립 인가를 받은 바 있다. LG화학은 빈패스트와 함께 베트남 전기차 시장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빈패스트가 전기차, 전기 스쿠터 등을 만들면 여기 쓰이는 배터리를 LG화학이 공급하는 구조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베트남 빈증성에 새롭게 타이어코드 생산 공장을 준공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증설로 기존 생산량 7만7000t에서 1만6800t이 늘어나 총 9만3800t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금융사들 움직임도 활발하다. KB금융지주는 KB증권의 현지법인인 KBSV(KB Securities Vietnam) 증자 등에 1억1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카드가 지난 3월 테크콤 파이낸스(Techcom Finance)의 지분 100%를 1조7000억동(약 809억원)에 사들였고 신한카드는 올해 1월 푸르덴셜베트남파이낸셜(PVFC)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전국에 총 30개의 영업망을 구축하며 외국계 1위 은행의 입지를 굳힌 상황이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최근 하노이, 호치민, 박닌에 이어 추가로 6개 지역에서 영업망을 확충하고자 1조6000만동(약 476억원)을 증자하기도 했다. 기업 금융 위주에서 신용대출, 보험 등 소비자 금융으로 사업 영역 역시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8호 (2018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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