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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승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글로벌 금융위기 10년 빚 폭탄에 글로벌 리더십 공백이 새 리스크
기사입력 2018.10.11 15: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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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뒤집혔다(The World Turned Upside Down).’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10년을 맞아 발행한 특집호 제목이다. 9월 15일은 세계 4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충격으로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하루 만에 500포인트 넘게 추락하며 2001년 9·11 테러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WSJ의 지적대로 월가가 통째로 흔들리면서 금융위기 공포는 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됐다.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대침체(Great Recession)’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위기에 빠져들었다.

10년이 지난 현재는 많은 변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진원지였던 미국은 지난 2분기에 4.2%(전기대비 연율 기준)를 기록하며 약 4년 만에 최고 성장세를 나타냈다. 미국 경기 회복세로 인해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제로금리’ 정책을 펼쳤던 연준은 지난 2015년 12월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착수했다.

미국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찾는 동안 유럽경제도 회복세가 강해지는 등 세계경제 회복세가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 2008년 3%를 기록한 이후 리먼브라더스 충격이 본격화한 2009년 -0.1% ‘마이너스 성장률’에 빠졌다가 그 이후 차츰 안정세를 찾았다. 세계 경제는 지난해 3.7%에 이어 올해 3.9% 성장세가 예상된다.

여기까지는 지난 10년 동안 나타난 긍정적인 모습이다. 그 이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남긴 상흔으로 또 다른 위기의 불씨를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지구촌 빚더미가 불어난 것이 향후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로 꼽힌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총 부채는 237조달러에 달해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전인 2007년보다 70조달러 불어났다. 저금리로 정부, 기업, 가계들이 차입을 늘린 영향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은 지난 2008년 65%에서 지난해 105% 이상으로 급등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지역)에서는 이탈리아의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은 130% 정도로, 30%포인트 상승했다. 신흥국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신흥국 부채규모는 68조9000억달러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23조2000억달러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GDP대비 부채규모는 147%에서 211%로 확대됐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가 그랬던 것처럼 ‘막대한 글로벌 부채’로 인해 세계 경제가 또 다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저금리로 많은 기업과 공공 부채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며 “금리 상승 과정에서 부채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신흥국에서는 통화가치 하락, 외국인 자금 이탈 등 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던 미국이 다시 돈을 거둬들이는 긴축에 들어갔고, 이에 따른 충격으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신흥국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터키, 아르헨티나 등에서 나타난 금융시장 불안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 일부 취약 신흥국으로 전염되고 있는 양상이다.

국제금융센터는 “강달러 등 대외조달여건이 악화되고 글로벌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외화부채 상환부담이 큰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채무불이행에 대한 우려가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리더십 부재’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미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불안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리더십 부재’ 현상을 몰고 왔다.

과정은 이랬다.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난 직격탄을 맞은 ‘없는 자’들의 분노는 기성 정치권을 향했고, 이러한 틈을 타 대중영합주의 정치세력이 정면에 부상했다. 경제난이 ‘이민자’ 때문이라는 포퓰리스트들의 선동에 문호를 꼭꼭 닫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Brexit)다. 지난 2016년 6월 진행된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서 영국 국민들은 EU 탈퇴를 선택했다. ‘EU에 낼 분담금이 아깝다’는 주장이 영국 국민들에게 먹힌 것이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유럽에선 EU를 떠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반(反)난민 정서도 확산됐다.

기성 정치권의 몰락은 미국에서도 나타났다. 미국 정치권에서 비주류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워 당선됐다.

미국은 그동안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 왔지만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국제질서가 미국에 불리하다며 ‘새 판 짜기’에 나섰다. 세계 1위 경제국인 미국의 이러한 ‘일방주의’로 인해 ‘글로벌 각자도생 시대’를 몰고 왔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각자도생 시대는 세계경제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문제가 심각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인해 시장에서는 1930년대 세계 경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촉발된 무역전쟁이 과거 대공황 때와 비슷하게 ‘미국의 관세 폭탄→교역 상대국의 보복 관세→국제 교역 및 세계 경제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통화정책이 무력화됐다는 것도 새로운 리스크로 지적된다.
블룸버그뉴스는 “전 세계가 새로운 위기에 처할 경우, 중앙은행이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할 여력이 줄어든다”고 평가했다.

‘제로’ 금리정책은 물론 기준금리 수준이 너무 낮아 금리 인하를 통화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국채 등을 사들여 시중에 통화공급을 하는 양적완화(QE) 정책을 써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금융위기가 불어닥칠 경우, 대처할 ‘카드’가 마땅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세계는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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