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신헌철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밥 우드워드는 어떻게 카운터펀치를 날렸나 “백악관은 공포(Fear) 그 자체” 생생한 폭로에 트럼프 휘청
기사입력 2018.10.11 15:21:50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지난 9월 미국 워싱턴 정가는 한 권의 책으로 한동안 떠들썩했다. 9월 11일에 발매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 얘기다. 전설적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그야말로 ‘대형 사고’를 쳤다. 이 책은 최근 3년래 성인 대상 서적으로는 가장 빠른 속도로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발매 첫날 75만 권이 팔려 나가자 출판사는 115만 부를 더 찍기로 했다.

트럼프정부 백악관의 뒷얘기를 담은 책은 이미 몇 권 출간됐다. 먼저 지난 1월 마이클 울프가 펴낸 <화염과 분노>가 대선 과정부터 정권 출범 초기의 뒷얘기를 공개했다. 이어 7월엔 백악관 전 직원인 오마로자 매니골트 뉴먼이 <언힌지드(Unhinged·혼란)>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이들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왔지만 밥 우드워드의 압도적 폭발력엔 미치지 못했다.

그 배경에는 저자에 대한 신뢰도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 75세인 우드워드는 워싱턴포스트에서 부편집인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지만 지금도 발로 뛰는 ‘영원한 현장 기자’다. 그는 1971년 워싱턴포스트에 입사해 초년병 시절 동료인 칼 번스타인 기자와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했다.

1972년 6월 공화당의 비밀 공작반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몰래 들어가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우드워드는 ‘익명의 제보자(deep throat)’를 통해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는 것을 폭로했다. 결국 닉슨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자 상원 의결에 앞서 사임했다. 33년이 흐른 2005년에야 윌리엄 마크 펠트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 사망 전 스스로 밝히면서 제보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이 보도로 우드워드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2003년에도 9·11 테러사건 연속보도로 또 한 번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았다.

워싱턴포스트가 반트럼프 성향인 것은 맞지만 우드워드의 무게감은 보수진영에서도 무시하지 않는다. 그는 미국 정치와 관련해 18권의 저서를 집필했는데 12권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언론인으로서 9명의 대통령을 겪었고 이 가운데 리처드 닉슨, 조시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4명의 대통령에 관한 책을 썼다. 물론 인생 최고의 히트작은 이번에 펴낸 ‘공포’가 될 것 같다. 한때는 일부 정치인에 대해 우호적인 글을 썼다가 “한물갔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이번엔 제대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미국 정치에 관심이 있는 국내 독자들은 이미 아마존 등에서 e북을 구입했겠지만 아직 읽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책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책 제목 ‘공포(Fear)’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16년 3월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에서 우드워드와 만나 “이 단어를 쓰고 싶진 않지만, 진정한 권력은 공포”라고 말한 데서 착안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 캘리포니아의 한 매장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쓴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가 진열되어 있다.



▶워터게이트 보도로 닉슨 하야시킨 전설적 언론인

취재원 철저한 보호로 신뢰 쌓아

책 서문부터 한미 FTA 뒷얘기로 시작

한반도 이슈가 트럼프정부 난맥상 상징

책은 ‘딥 백그라운드(Deep background)’ 방식으로 쓰였다. 기자들은 ‘딥백’이라고 줄여서 부른다. 취재원을 추정할 수 없게 쓴다는 약속하에 모든 정보를 기사화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400여 페이지 분량의 책에서 한반도 관련 부분이 총 50여 페이지에 달한다. 서문부터 2017년 9월 초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통보하는 서한을 빼돌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콘 전 위원장은 서한을 ‘보류’라고 쓰인 파란색 폴더에 넣어 버렸다. 우드워드는 이 일화를 트럼프 정부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인식한 듯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사위인 재러드 큐슈너 백악관 수석고문에게 폐기 서한을 다시 구술했다. 위기를 감지한 콘 전 위원장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SOS’를 쳤다. 매티스 장관이 백악관으로 달려와 “김정은은 국가안보의 최대 위협”이라며 “FTA는 한미동맹의 중심”이라고 설득한 뒤에야 재협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합참의장을 불러 북한 선제타격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것부터 김정은 ‘참수작전’을 검토했다는 얘기 등 적나라한 폭로가 담겨 있다. 우드워드의 책 출간과 함께 뉴욕타임스에 익명의 고위 관리가 보낸 기고문도 논란이 됐다. 백악관을 난감하게 만드는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책 내용은 사기”, “기고자는 반역을 꾀한 것”이라며 반발했지만 정치적 내상을 입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워싱턴 정가에선 우드워드의 책에도 과장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드워드를 만나 녹음까지 허락한 취재원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낮은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또 백악관 ‘복도통신’을 통해 들은 얘기를 전달하는 와중에 과장은 끼어들게 마련이다. 설령 직접 경험한 것이라고 해도 완전히 객관적일 수 없다. 물론 지금의 백악관이 정상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 같은 통치 방식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19세기 초 미국의 7대 대통령이던 앤드루 잭슨이 떠오른다고 한다. 잭슨은 전쟁영웅이었으나 13번의 결투를 하는 등 격정적 성격의 소유자였다. 반대 진영이나 기득권층을 무시하고 지지층에게 호소했던 대중 정치인의 시초로도 불린다. 허세와 극단적 나르시시즘(자기애)이란 면에선 리처드 닉슨과 닮았다는 얘기도 있다. 어찌 됐든 미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는 불안한 트럼프 시대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끝으로 책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그는 책 서두에 1페이지를 별도로 할애해 에블린 더피 한 사람에게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에블린 더피는 우드워드의 보조원으로 2007년부터 일해 왔다. 우드워드는 그녀를 가리켜 실상의 ‘공저자’라며 감사를 표했다. 우드워드의 취재원이 누구였는지, 누가 어떤 뒷얘기를 전했는지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용승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글로벌 금융위기 10년 빚 폭탄에 글로벌 리더십 공백이 새 리스..

[신헌철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밥 우드워드는 어떻게 카운터펀치를 날렸나 “백악관은 공포(Fear) 그 자..

[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돌연 회장직 내려놓은 마윈 ‘전자상거래 황제’ 둘러싼 음모론과 알리..

[정욱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간격 좁히는 中·日 vs 어색한 韓·日

[홍장원 특파원의 굿모닝 베트남] CGV베트남 상장 예비심사 통과…베트남 영화관 점유율 1위… CJ CGV 주..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