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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돌연 회장직 내려놓은 마윈 ‘전자상거래 황제’ 둘러싼 음모론과 알리바바 파트너십에 숨겨진 비밀
기사입력 2018.10.11 15: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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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사퇴 발표가 있었던 9월 10일 공교롭게도 중국 전직 관료였던 A씨를 비롯한 중국인 지인들 여럿이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공교롭게’라고 표현한 이유는 A씨가 중국 3대 IT 공룡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에 대해 관리감독 업무를 담당했던 인사였기 때문이다. 식사 도중 A씨가 순간순간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가 알리바바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A씨는 “마윈 회장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전부터 회장직을 장용 최고경영자(CEO)에게 승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알리바바의 지배구조상 마윈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은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알리바바와 마윈 회장에 대해 물으면 물을수록 A씨는 중국 관료 출신답게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대응했다. 헤어질 무렵에 그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묘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같은 날 오전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 커뮤니케이션팀을 통해 “2019년 9월 10일 알리바바 이사회 의장(회장) 자리를 장융 CEO에게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은 마 회장이 만 55세가 되는 해이자 알리바바 창립 20주년이 되는 해다. 마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10년 동안 깊은 고민을 했다”며 “내 인생에서 가장 정확한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마 회장의 내년 퇴진 소식에 중국 재계 안팎에서 보인 첫 반응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중국 인터넷 기업 창업가 1세대 가운데 마 회장과 같이 50대 중반에 조기 사퇴를 하는 경우는 무척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마 회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교사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사’를 콕 짚어 언급한 이유는 그의 과거 이력과 관련이 있다. 마 회장은 1999년 항저우 소재 허름한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창립하기 전 5년 넘게 모교인 항저우사범대학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한 바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당신의 결단에 찬사를 보냅니다. 알리바바가 102년 동안 건강하게 발전해 나가길 기원합니다’와 같이 마 회장을 지지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102년’은 마 회장이 공공연하게 밝혀온 알리바바의 생존 희망 기간이다. 마 회장은 “1999년 설립된 알리바바가 102년 동안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20세기부터 22세기까지 세 번의 세기에 걸쳐 생존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회장인 나부터 뛰고 또 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가 지배하는 알리바바의 장수(長壽)를 간절히 원했던 이유일까. 마 회장은 평소 그룹에 대한 ‘통제권’에 집착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에서 5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샤오리(가명) 씨는 기자에게 “마 회장은 거의 모든 사업을 손수 챙기고, 심지어 바쁜 시간을 쪼개 신입 직원 면접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할 만큼 그룹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중시했다”며 “그러다 최근 3년간 회사 경영에서 점차 손을 떼고 외유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회사 내부에서는 마 회장의 사퇴설이 돌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실제 마 회장은 지난해 영화 <공수도>를 촬영했고, 국제 행사 등에 자주 참석하는 등 대외 활동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회사 경영에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그룹 통제권에 애착을 보였던 마 회장이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퇴진 선언을 놓고 일각에서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마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란 징조가 전혀 없었다”며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말 못 할 속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대만 자유시보는 ‘비명횡사(非命橫死)’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마 회장이 자신의 신변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퇴의 길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비명횡사란 ‘예기치 못한 재앙이나 사고로 제 수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는다’는 뜻이다.

자유시보의 논리는 ‘장쩌민 계열’로 분류되는 마윈 회장이 시진핑 정권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마 회장은 장쩌민 전 주석의 손자 장즈청, 류윈산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 류러페이, 원자바오 전 총리의 아들 윈윈쑹 등 장쩌민 계열 인사들과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인사들이 시진핑 정권 들어 ‘부패 척결’의 미명 아래 하나둘씩 제거됐다는 사실이다. 류러페이는 지난 2015년 10월 외화유출 및 불법 자금 수수 등 혐의로 체포됐고, 장츠청은 권력 남용을 통해 1000억위안대 재산을 모았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안 당국에 붙잡혔다.

지난 3년 동안 시진핑 정권이 반부패 사정 칼날을 겨눈 장쩌민 계열 기업인에는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 등도 포함돼 있다.

자유시보는 “마윈 회장이 정치적 암투를 의식한 나머지 최근 중국 공산당과 정부에 대한 충성 발언을 자주 해왔다”며 “이번 그의 사퇴 선언은 정황상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음모론의 사실 여부를 떠나 마 회장은 자신이 공언한 대로 회장직에서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그는 원활한 경영 승계를 위해 향후 12개월간 현 회장직을 유지할 예정이다. 또 2019년 9월 10일부터 2020년 알리바바 주주총회까지 이사회 의장이 아닌 이사회 구성원 신분으로 활동한 뒤 이사회에서도 완전히 물러날 계획이다.

다만 주목할 점이 있다. 마 회장이 이사회 의장(회장)에서도 물러나고, 현재 11인으로 구성된 이사회 멤버에서도 탈퇴하는 수순을 밟겠지만 알리바바 파트너십의 ‘종신 파트너’ 직책은 영원히 유지한다는 사실이다.

알리바바는 ‘알리바바 파트너십’이라는 합의체를 이사회 위에 두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알리바바 파트너십은 조직의 비전 설정과 경영 전략을 짜며, 이사회 후보를 직접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알리바바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8월 말 기준 알리바바 파트너십 구성원은 총 36명이다. 회원의 80% 이상이 1970년 이후 출생자이며, 12명이 여성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알리바바 관계자는 “알리바바 파트너십은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이라며 “이사회 회원 선정, 경영관리, 조직 문화 설정 등 그룹의 핵심 운영사항 모두를 알리바바 파트너십에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알리바바 파트너십이 ‘X+Y’>‘60’이라는 퇴직 공식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X는 본인의 나이, Y는 알리바바에서 근무한 연수를 의미한다.
이 공식에 따라 X와 Y값을 더한 수치가 60을 넘으면 합의체에서 떠나 명예 고문으로 활동하거나 완전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다만 마윈 회장을 비롯한 창업자 5명은 ‘종신 파트너’로서 퇴직 공식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마윈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지분 6.4%(8월 말 기준)를 보유한 대주주이자 알리바바 파트너십의 종신 파트너로서 그룹에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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