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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승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전미경영학회(AOM) 참관기-전 세계 경영학자 1만2000명 시카고에 모여 기업가정신·창업·혁신 3大 키워드 놓고 열전
기사입력 2018.08.30 0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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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 미국 3대 도시인 시카고에서는 호텔 숙박비가 크게 올랐다. 평상시 200달러 정도였던 웬만한 시내 호텔의 하루 숙박비가 300~400달러로 치솟았다. 여름 휴가철이라는 점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경영학회(Academy of Manage ment·AOM) 연례회의가 숙박비 상승의 근본적인 이유라고 현지인들은 입을 모았다.

AOM은 1936년 출범한 경영전략 및 인사·조직, 기업가정신 등 부문에 특화된 세계 최대 규모의 경영학회다. 전 세계 경영학자 2만여 명이 회원으로 소속돼 있다. AOM은 매년 연례회의·학술대회를 미국 주요 도시에서 개최하며 글로벌 경영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경영 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 AOM 연례회의는 8월 10~14일 시카고에서 열렸고, 1만2000여 명의 경영학자들이 모여든 것으로 추정됐다. 시카고 주요 호텔 방이 동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AOM 회의는 특정 한 호텔이 아니라 하얏트 리젠시, 세라톤 그랜드, 메리어트 등 시카고 시내 주요 호텔에서 분산돼 진행됐다.

적지 않은 숙박비, 교통비 등에도 불구하고 AOM에 경영학자들이 대거 모여든 이유는 가장 최신의 경영학 관련 트렌드를 쫓기 위해서다. 무려 2000여 개 세션에서 수많은 연구 페이퍼들이 발표됐다. 특히 저녁때는 주요 글로벌 대학들의 ‘동문 파티’가 열려 인맥 관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마련됐다. 경영학 관련해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모이다 보니 글로벌 기업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최신 경영학 흐름을 읽기 위해 AOM 주요 행사에 ‘조용히’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는 게 행사를 오래 참석했던 사람들의 전언이다.

‘삶의 질 개선(Improving Lives)’을 주제로 열린 올해 AOM에서는 기업가정신, 창업, 혁신 등이 핵심 화두였다.

세계 유수 경영학 석사학위(MBA) 졸업생들은 과거에 비해 월가 대신 실리콘밸리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석학들은 입을 모았다. 아마존, 구글 등의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혁신’ 기업의 상징인 데다 보상 역시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AOM에서는 미국 뉴욕시가 지난 8월 8일 우버, 리프트 등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의 신규 면허를 1년 동안 한시적으로 동결하는 법령을 채택한 것을 놓고 말이 많았다.

티모시 폴타 미국 코네티컷대학 교수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의미하는 ‘사회적 가치(social value)’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가치가 높다면 택시 기사 등 기득권 반발을 무마시킬 수 있는 명분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조셉 쳉 미국 일리노이대학 교수는 국가별 혁신생태계 주제의 세션에서 “기업친화적인 제도, 혁신적인 인력풀과 사회 인프라, 창의적인 기업문화와 조직이 특정 국가의 혁신을 키운다”며 “특히 규제가 없어야 혁신과 기업가정신이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업가와 기득권의 마찰이 혁신성장을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권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쳉 교수는 주장했다. 정치권 결단도 그렇지만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 세계 경영학자들은 입을 모았다. 기술 변화에 따른 다양한 기업 혁신 사례도 이번 AOM에서 소개됐다.

폴 드르네비치 미국 알라바마대학 교수는 “벤츠가 최근 ‘원할 때마다 바꿔 탄다’는 개념으로 시작한 ‘자동차 구독 서비스(Subscrip tion car service)’는 변화무쌍한 기술 발전 환경에서 기존 대기업들이 어떻게 혁신에 나서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란 매달 일정액을 낼 경우, 자신이 원하는 여러 차종을 빌려서 탈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우버, 리프트 등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급부상에 따라 ‘차 소유’에서 ‘차 공유’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적극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최신 창업 트렌드와 관련해 폴타 교수는 사업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소위 ‘하이브리드 기업인’이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이브리드 기업인’이란 직장에 다니면서 동시에 창업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직장을 바로 그만두고 창업하는 것보다 직장을 다니면서 ‘하이브리드 창업’을 거친 후 창업할 경우, 생존확률이 높다는 게 연구결과다. 폴타 교수는 “스웨덴의 경우, 창업가와 직장인이 완전히 구분되지 않고 ‘하이브리드 기업가’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국제경영 전략 분야에서는 연구·개발(R&D)까지 해외로 이전하는 초국적기업(Transnational corporation)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경 없는 기업경영(Managing across the borders)>이란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국제경영전략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크리스토퍼 바틀렛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과거 본국에서만 행해지던 R&D 등을 해외로 이전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최적의 자원 조달 이슈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한국,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서도 초국적기업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초국적기업은 다국적기업(Multinational corporation)과 성격이 다르다.

다국적기업은 본국에서 R&D, 핵심 기술 개발 등의 기능을 갖고 해외 자회사에서 이를 활용해 장사를 하도록 한다. 한마디로 본사가 ‘핵심’이고, 자회사는 ‘주변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초국적기업의 특징은 R&D 기능마저 해외로 이전시키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상 최적의 위치를 찾아 기업 활동을 재배치하고, 최적의 자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핵심과 주변부 구분이 없고, 본사와 해외 자회사들이 전문화된 핵심 자산을 각자 보유하는 특징을 지닌다.

한편 디지털 경제 시대가 가속화할수록 조직원들이 얼굴을 맞대고 소통할 수 있는 ‘대면 관계(face to face)’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IT 발전에 따라 트위터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반인들의 일상 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조직원들이 직접 대면하지 않은 채 ‘가상’으로만 연결·소통하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적 기업조직 전문가인 테레사 에머빌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조직원들은 서로 만나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는데 요즘 기업 내 인간관계가 ‘가상(Virt ual)’에만 지나치게 치중돼 있다”며 “기업 조직의 핵심 경쟁력인 ‘신뢰’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AOM 연례회의에서는 업적이 뛰어난 학자들에 대한 다양한 상이 수여됐다. 앞으로 많은 한국 경영학자들이 그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6호 (2018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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