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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외인 노동력에 의지하는 日
기사입력 2018.08.30 08: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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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의 대표적 오피스가의 한 곳인 심바시. 이곳 식당가에 흰색 국물이 특징인 나가사키 짬뽕으로 유명한 일본 식당체인 ‘링거헛’의 매장이 있다. 일본 전역에 600여 개 매장을 지닌 링거헛 중에서도 유명한 지점이다. 가격이나 맛 때문이 아니다. 심바시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 25명 중 80%에 해당하는 21명이 외국인이라서다. 도쿄 한복판이지만 일본인 중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일손 부족이 날로 심해지면서 최저임금보다 조금 많은 정도로는 일본인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 히로시마현 히가시히로시마 시의 항구인 아키코마치. 일본 전역에서도 알아주는 굴 생산지 중 한 곳이다. 올해 44세로 동네에선 ‘팔팔한 친구’로 통한다는 히데 마사 씨는 몇 년 전부터 틈이 날 때마다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같이 일하는 중국인 근로자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다. 히데 씨는 “일을 시켜야 하는 내가 급하다 보니 중국어를 배운다”고 말했다. 히로시마현의 어업종사자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최장 5년까지만 일본 체류가 가능해 일을 시킬 만하면 돌아간다는 게 히데 씨 하소연이다.





외국인 없이는 지탱이 힘들어진 일본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쯤 되면 외국인을 받아들이기 위한 각종 정책들이 쏟아질 것 같지만 사정은 딴판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정책으로 악명 높은 일본답게 공식적으로는 단순 노동자를 위한 취업비자 자체가 없다. 히데 씨가 활용하는 기능실습생이 사실상 유일한 제도다. 기능실습생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제도의 목적은 ‘교육’이다. 일본의 발전된 기술을 신흥국에 전수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제도다. 산업현장에서 일손 부족이 날로 심해지면서 교육이라는 목적보다는 단순노동력 확보를 위한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26만 명이 기능실습생 자격으로 일본에서 일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계 외국인 및 일본인과 결혼한 사람 46만 명, 일본 유학 중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30만 명, 전문직(교수·예술·보도 등 18개 분야) 24만 명, 워킹홀리데이 3만 명 등이 외국인 근로자를 구성하고 있다. 예전엔 이 정도면 일본 내 인력수요가 감당이 되는 수준이었다. 경기 회복에 따라 기업들의 고용이 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이들이 다 일해도 일손이 부족해졌다.

산업현장에서 인력을 늘려 달라고 아우성이었지만 일본 정부에선 꿈쩍하지 않았다. 단순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뿌리 깊은 불안감이 근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버티던 일본 정부가 최근 정책을 180도 선회했다. 내년 4월부터 외국인 취업비자를 신설키로 한 것. 일단 2025년까지 50만 명을 더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큰 문제없이 일본 사회에 잘 적응하면 체류기한(5년)을 배 이상 늘리는 것도 허용키로 했다. 이렇게 10년을 채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종적으로는 무기한 거주나 가족을 동반한 체재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여전히 ‘이민’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선 “이민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사실상 이민 허용과 큰 차이가 없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정책을 급선회한 데는 제조업 현장의 애타는 목소리도 한몫했지만 결정적인 것은 노인 요양시설의 인력 부족이다. 발단이 된 것은 지난해 가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참여한 간담회였다. 당시 간담회에서 요양시설 운영자들은 인력이 부족해 정원의 70% 정도만 수용하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후생 노동성 조사에서는 2025년까지 요양(돌봄) 관련 인력만 34만 명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30% 이하로 떨어지는 등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던 시절이었다.

고령자와 가족들 지지도 확보하고 또 향후 고령화에 따른 문제 해결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스가 관방장관이 아베 총리를 설득해 이뤄진 것이 취업비자 신설이다.

내년 4월 도입되는 새로운 취업비자는 건설·농업·숙박·돌봄·조선업 등을 비롯한 분야에서 도입된다.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최장 5년간 일본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현재 최장 5년간 일본에서 일할 수 있는 기능실습생을 마친 사람도 조건을 충족하면 체류기간을 5년 연장할 수 있다. 업종별 기초지식을 평가하는 ‘특정기능평가시험’(가칭)과 일본어 능력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평가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상 최소 기준이다. 어학 실력은 일본어능력시험(JLPT)1~5급 중 아래에서 두 번째 등급인 4급이 기준이다. 천천히 말하면 대강 이해할 수 있는 정도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다 허용하겠다는 얘기다.

애당초 일본 정부는 5개 업종에 한정했다. 제도 도입이 알려진 뒤 각 업종별로 신청이 쇄도하면서 허용 업종이 주물제조나 일부 외식업 등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이 정도로 부족하겠다 싶던 일본 정부에선 새로운 방안을 내놨다. 베트남에서 돌봄 업종에서 일할 인력 1만 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 오는 11월부터 시작해 3년간이다. 베트남 외에도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과도 협의 중이다.

대대적인 확대에 나서겠다고 선언했지만 이 정도로도 부족할 전망이다. 외국인 노동력 허용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그동안 불편을 감수했던 업종들에서 우리도 허용해 달라며 아우성이기 때문이다. 인력 부족으로 일부 매장의 영업 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던 편의점업계, 프랜차이즈 외식업계 등에선 이미 협회 차원의 요청서를 내놓기도 했다. 도입 과정에서 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주무부처인 법무성에서도 “고려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우선 급하다는 곳이 너무 많아 일단 시행하고 문제를 고쳐나가는 방식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고 한탄할 정도다. 인구감소와 노동력 감소는 한국 역시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외국인 노동자를 더 받아들이던가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실적인 방안은 외국인 노동력의 수용이다. 일시적으로 시기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언제까지고 미룰 수는 없다는 것이 일본의 사례가 보여주는 교훈이다. 하루라도 빨리 논의를 시작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6호 (2018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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