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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80대 노모가 부양하는 50대 아들 日, 100만 ‘히키코모리’ 사회문제로
기사입력 2018.07.12 10:42:30 | 최종수정 2018.07.12 10: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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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초 일본 삿포로의 한 연립주택 1층에 살던 모녀가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가스검침원이 사용량이 너무 적은 것을 이상히 여겨 신고한 것이 계기가 됐다. 사인은 영양부족과 저체온증. 경찰 조사에 따르면 82세 어머니가 사망한 뒤 시차를 두고 52세의 딸도 세상을 떠났다. 방 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히키코모리’였던 딸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시신 옆에서 생활했다. 히키코모리 생활을 한 10년간 모든 것을 어머니에 의존했던 터라 홀로 남겨진 뒤엔 살아갈 방법을 몰랐다. 집안에 현금이 9만엔가량 있었지만 냉장고가 텅 빈 뒤로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다가 결국 사망했다는 것이 경찰의 추정이다.

히키코모리만 채용하는 ‘메차코마’ 홈페이지



안타까운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서 중장년층 히키코모리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뭐든 이름 붙이길 좋아하는 일본 언론은 ‘8050문제’란 용어도 만들었다. 80대 부모가 사망한 뒤 홀로 남겨진 50대 히키코모리 자녀가 속절없이 죽음만 기다리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을 뜻한다. ‘틀어박히다’라는 뜻의 ‘히키코모리’는 1980년대 청소년들의 등교거부에서 시작됐다. 왕따나 집단 괴롭힘 등으로 학교가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집안에만 틀어박혀 생활하는 사례가 늘면서 2000년대에 히키코모리란 용어가 등장했다.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면서 일본 정부에서는 표본조사를 통한 추정을 통해 통계도 내놓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5년 12월 조사에서는 54만1000명일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내각부에서는 첫 조사시점인 2010년에 비해 15만 명 줄었다며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해 왔다. 그러던 것이 삿포로 모녀 사건을 계기로 내각부 조사의 구멍이 발견됐다.

대상이 39세 이하에 국한됐던 것.

히키코모리 문제가 청소년의 등교거부에서 시작했다는 점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이 문제를 젊은층에 국한된 문제로 보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다. 지금까지 중장년층 히키코모리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민간에서 히키코모리가 얼마나 있을지 파악해 보자며 조사를 했다.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여겼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39세 이상 히키코모리 통계를 발표하는 일본 내각부의 조사방식대로 40대 이상을 대상으로 추산한 결과는 100만 명에 달했다. 민간의 추산치에 깜짝 놀란 일본 정부에서는 5월부터 40세 이상 히키코모리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올가을 전에는 통계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39세 미만 히키코모리에 비해 배 이상 많은 숫자도 문제지만 단기간 내에 여러 가지 문제를 파생할 것이란 점에서 일본 정부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수도권 외곽에 사는 스즈키(가명) 씨는 올해 53세다. 대학 중퇴 후 3년간 일하다가 퇴직했다. 이후 다른 직업을 찾으려 했지만 하필 당시가 일본 거품경기가 무너진 직후였다. 일용직 등을 전전하다 도저히 못하겠다고 포기하고 집안에 들어선 것이 35세 무렵이었다. 이후 20년간을 부모님에 의지해 살았다.

지난해 부친이 83세의 나이로 사망하면서 스즈키 씨의 생활도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 수입이 없어지는 데다 부친의 저축도 이제 바닥을 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5월 말 현재 스즈키 씨의 통장 잔고는 80엔에 불과하다. 현금으로 들고 있는 1만4000엔이 사라지면 당장 먹을 것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스즈키 씨의 사례는 전형적인 중장년 히키코모리의 문제를 보여준다. 중장년 히키코모리의 부모들은 대부분 70~80대다. 치매 등에 취약한 것은 물론 체력적으로도 자녀를 챙기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 나이다.

또 사회 경험이 거의 없는 청년층 히키코모리와 달리 중장년층은 직장 등에서 실패를 겪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에서 집안에 틀어박힌 경우가 많아 복귀도 쉽지 않다.

부모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사망할 경우 이들을 챙겨줄 사람도 없다보니 결국 홀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히키코모리 크라이시스(Crisis)’란 표현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꼼짝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사람들이 폭증할 것으로 보이는 까닭에 해결방법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는 것.

지난 5월 초에는 도쿄와 오사카 등 주요도시를 비롯한 일본 전역 9개 도시를 거점으로 하는 민간단체인 ‘노드(Node)’가 출범했다. 히키코모리 지원 단체다. 히키코모리의 특성상 접촉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관련정보 등을 담은 인터넷 사이트 ‘히키피디어’도 만들었다. 말 그대로 히키코모리를 위한 온라인 백과사전(위키피디어)이다. 이 단체는 최근엔 도쿄에서 히키코모리의 취업 등을 위한 심포지엄도 열었다. 주최 측은 “예상을 큰 폭으로 뛰어넘는 200명 이상의 사람이 참여해 우리도 깜짝 놀랐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히키코모리만을 채용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및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메차코마’다. 회사명인 메차코마는 ‘엄청 꼼꼼’이라는 뜻이다.

사장을 제외한 전 직원 10여 명이 모두 히키코모리를 경험했거나 현재도 히키코모리다. 히키코모리가 일반적으로 엄청 꼼꼼하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적극적인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온라인을 통해 집에서도 일할 수 있는 만큼 히키코모리 생활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감정기복 등이 심한 특성을 고려해 매일 아침마다 직원들의 출근 여부 및 희망 근무시간 등을 직접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회사 사토 케이 사장은 자신의 동생이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는 것을 지켜보다 회사 창업을 결심했다. 히키코모리들도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도우면서도 사업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고 한다. 부모가 사망한 뒤에도 재정자립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에서 일하는 아베 다츠아키 씨는 ‘히키코모리 전문 파이낸셜 플래너’다. 여타 재무설계사처럼 자산을 불릴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다. 세대별 자산 상황과 수입 등을 기초로 히키코모리 자녀가 특정 연령 때까지 혼자 살아나가기 위해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계산해주는 것이 아베 씨의 주 업무다.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을 계산한 뒤에 부족분을 히키코모리 자녀가 직접 벌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이미 사회에서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평범한 직장에 다니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베 씨는 “필요한 최소금액만이라도 벌자고 하면 다들 그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조금씩 사회와의 접점을 늘려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도 날로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한계까지 내몰린 사람이 늘면서 히키코모리처럼 스스로 세상과 연계를 끊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한국 역시 히키코모리를 개인의 영역에만 남겨둘 것이 아니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할 때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4호 (2018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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