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완전 무인 배달 시대 中 ‘어러머’의 실험
기사입력 2018.07.12 10:41:37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한국에 ‘배달의 민족’이 있다면 중국에는 ‘어러머’가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인 어러머는 중국 13억 인구 중에 3억 명이 이용하는 그야말로 중국인들의 진정한 배달 도우미다. 중국 배달 앱 시장에서 어러머의 점유율은 55%(2017년 말 기준)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요우티아오(추로스 형태의 튀김류), 한국식 치맥(치킨과 맥주) 등 배달하는 음식 종류도 다양하다. 중국 전역에서 일 평균 주문 배달 건수는 2500만 건에 달한다. 어러머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알리바바는 지난해 12억5000만달러를 어러머에 투자하기도 했다.

2008년 상하이 교통대학에서 석사를 밟고 있었던 장쉬하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숙사 동기 3명과 함께 어러머를 공동 창립했다. 이듬해인 2009년 4월 어머러의 정식 홈페이지를 선보이며 서비스에 돌입했다. 장 대표가 배달 앱 서비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다소 유별나다. 대학 시절 장 대표는 하루에 12시간 이상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게임광이었다. 게임을 하는데 그를 성가시게 한 것은 바로 ‘식사’였다. 장 대표는 봉황망 등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식사를 준비할 겨를도, 식사를 할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게임에 빠져있었다”며 “배고픈 시간에 따뜻한 식사를 바로 배달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어머러를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게임을 너무 좋아해 박사 과정 진학을 망설였던 장 대표는 가슴 한편에 ‘창업’이 싹트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친구들과 영화 <실리콘밸리의 해적들>을 수십 차례 돌려보면서 ‘어러머’ 서비스를 구현해 나갔다. 사업 초기 장 대표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음식점과 소비자를 어러머 플랫폼에 빨리 끌어들이느냐에 집중돼 있었다. 궁극적으로 음식 배달 서비스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 주체들이 많아야 했기 때문이다. ‘음식점(공급자)-어러머(온라인 중개 및 배송)-고객(소비자)’으로 이어지는 공급·수요 체인에서 장 대표가 초기에 힘을 쏟았던 것은 음식점이 아닌 고객 확보였다. 고객층을 쥐고 있으면 공급자인 음식점도 쉽게 포섭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 때문이었다. 초기에 소비자를 어머러 앱에 가입시키기 위해 장 대표는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플러스알파’ 행사를 열었다. 예컨대 국수를 한 그릇 시키면 콜라 한 캔, 삶은 계란 하나를 무료로 보내주는 방식이었다. 초기 반응은 뜨거웠다. 2010년 ‘특별 사은 행사’ 기간에는 하루 1000명씩 가입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던 2011년 장 대표는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서비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요지는 이렇다. 배달받은 국수가 차갑게 식어있었던 것도 모자라 국물까지 새 있었고, 덤으로 온 계란도 냄새가 날 만큼 썩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어러머가 배달 시스템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장 대표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속하고 안전한 배달을 통해 고객들이 방금 집에서 요리한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경험을 배달 음식을 즐기면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며 “‘3단계 신속 배달’ 시스템을 구상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어러머는 현재 신속 배달 시스템 구축을 위한 3단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원격 위치추적 및 배송 스케줄링 체계 구축(1단계) ▲배달 기사 및 무인 시스템 혼용(2단계) ▲인공지능 무인 배송 시스템 도입(3단계) 등으로 이뤄져 있다.

장 대표는 우선 음식 배달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원격 위치추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배달 기사의 음식 픽업 시간, 현재 기사의 위치, 소비자에게 음식을 배달한 정확한 시간 등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면 배송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어러머 앱에서는 장 대표가 구상했던 대로 현재 기사의 위치가 모바일 지도상에 실시간 표시되며, 예상 배송 시간까지 표기하고 있다. 장 대표는 배달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기사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평점제도도 도입했다. 고객이 배달 앱 ‘어러머’를 통해 주문을 하면 어러머는 중앙 통제 시스템을 통해 현재 배달 업무가 가능한 기사 정보를 파악한다. 이어 평점이 좋은 기사에게 우선적으로 배달 업무를 배당하고 있다. 장 대표는 “아무래도 사람이 하루에 1000만~2500만 건의 배달 업무를 하다보니 잦은 배달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며 “배송 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 자연스레 무인 자동 배달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1단계 목표를 달성한 장 대표가 곧바로 추진한 것은 무인 배송 시스템 구축이었다. 가장 먼저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드론’을 통한 배송. 그는 어러머가 가지고 있는 고객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드론과 접목시키면 무인 배송 시대를 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였다. 수많은 음식점이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 음식을 일일이 픽업해 드론에 담아야 하는 문제, 드론이 고객의 집 앞까지 비행할 수 있는지 여부, 배달 과정에서 드론의 사고 가능성 등이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넘어야 할 진짜 장벽은 따로 있었다. 바로 당국이었다. 중국 당국은 드론 배송의 안정성 문제 때문에 어러머에게 무인기 항로 허가를 내주는 데 신중을 기했다. 장 대표는 4년 이상의 긴 설득 작업 끝에 지난 5월 상하이 시정부로부터 기업 100여 곳이 밀집해 있는 진산 공단 지역의 17개 드론 항로를 허가받았다. 그 다음 장 대표는 진산 공단에 입주해 있는 스타벅스, 사센 등 포장음식 주문이 가능한 음식점 및 커피숍과 연계해 무인 배송 시스템을 어러머 앱에서 시현시켰다. 드론이 아직까지 ‘도어 투 투어(Door to Door)’로 배송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고안해낸 방법은 ‘배송집결지’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을 주문하면 배달 기사가 그 커피를 ‘배송집결지 A’로 배달한다. 그 다음 포장 기사가 커피를 드론에 실으면 드론이 ‘배송집결지 B’까지 날라서 커피를 전달한다. 배송집결지 B에서 대기하고 있던 배달 기사가 그 커피를 고객에게 배달하는 방식인 것이다.
과거 한 배달원이 하나의 주문을 책임지고 배송하는 것과 달리 포장 기사, 배달 기사, 드론이 각각 역할 분담을 통해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캉자 어러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무인기를 이용해 최대 10㎏에 달하는 음식을 20분 내 배송할 수 있게 됐다”며 “무인기 배송 시스템 도입 이후 배달 시간 등 배달 효율이 50%가량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어러머는 2단계(배달 기사 및 무인 시스템 혼용 단계)를 지나 2022년까지 완전 무인 배송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4호 (2018년 07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용승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전미경영학회(AOM) 참관기-전 세계 경영학자 1만2000명 시카고에..

[신헌철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후끈 달아오르는 美 중간선거-11월 6일 하원 전원, 상원 3분의 1 물갈이..

[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미국이 견제하는 中 민·군융합 전략

[정욱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외인 노동력에 의지하는 日

[신헌철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악화일로 미국 당파싸움… 미디어와도 전쟁 트럼프 정부인사, 진보 언론..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