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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AI기반 얼굴인식으로 범인 색출? “빅브라더 될라” 中 향한 불안한 시선
기사입력 2018.05.11 1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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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중화권 정보기술(IT) 스타트업들을 취재하기 위해 홍콩과기원(HK STP)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곳은 홍콩 정부가 기술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조성한 대규모 첨단산업단지다. 당시 홍콩 정부는 선전시 정부와 손잡고 홍콩과기원을 더욱 확대·연계한 ‘홍콩·선전 혁신과학기술단지’를 접경지역인 록마차우 지구에 건설 중이었다. 중국 정부 주도로 ‘중국판 실리콘밸리’를 조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앞서 접했기 때문에 관련 소식은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러다 홍콩과기원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곳에 입주한 스타트업의 30~40%가 중국 지방정부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공업신식화정보부(공신부), 상무부 등 중국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공안 당국에서 기술력과 잠재성이 뛰어난 스타트업을 선별해 공공기관들을 가교역할 삼아 우회적으로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거나 정부 용역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실제 홍콩과기원 창업 단지를 둘러본 결과 얼굴인식 기술, 추적 정밀 센서 등 국가 치안과 밀접한 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스타트업들이 제법 눈에 많이 띄었다.

당시 홍콩과기원 창업 단지에 입주해 있던 ‘센스타임(Sense Time)’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14년 6월 설립된 이 회사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안면 인식 기술을 선보인 스타트업이다. 탕샤오어우 홍콩중문대 교수와 그의 제자 쉬리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턍샤오어우 교수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안면인식 기술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분야 권위자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탕 교수가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고 있는 ‘천인계획(千人計劃)’에 선발돼 중국으로 돌아온 인물이라는 점이다. 천인계획은 2008년 12월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이 발표한 국가 주도 ‘해외 고급 인재 유치계획’이다. 이 계획으로 중국은 지금까지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첨산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외 박사급 중국 인재 2000명 이상을 국내로 끌어들였다. 쉬리 공동 창업자는 2007년 중국 상하이 교통대학에서 석사를 마친 뒤 홍콩중문대에서 탕 교수의 지도 아래 박사학위를 받았다.

센스타임의 중국명은 ‘상탕커지(商湯科技)’다. 센스타임 관계자는 “기원전 상(商) 왕조를 세운 황제가 탕왕(湯王)인데 앞 글자를 따서 회사명을 만든 것”이라며 “당시 상왕조는 고대 문자와 농업 기술을 앞세워 전 세계에 이름을 떨쳤는데 우리도 선진 기술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3년 전 센스타임을 방문했을 때 받은 외관상 느낌은 ‘평범한 스타트업’ 그 자체였다. 얼추 50평 남짓으로 보이는 사무실에서 20~30명의 연구원들이 좁은 간격으로 앉아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설명을 듣고 안 사실이지만 이들은 안면인식 딥러닝 플랫폼, 인텔리전트 영상, 증강현실(AR) 등 첨단 IT 분야를 연구하고 있었다. 또 MIT, 스탠포드 등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석·박사급 과학자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 엔지니어들이 센스타임의 직원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3년이 지난 지금 센스타임은 900여 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 육성 이면에는 사회 감시 위한

첨단기술 포섭 목적

지난해 中 안보비용으로 209조원 지출

사무실 입구에는 센스타임에서 개발한 안면인식 기기가 마련돼 있었다. 기기를 바라보자 나이, 성별, 닮은 사람 등 추정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스크린에 뜨는 것을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반팔 티셔츠 차림의 쉬리 대표도 만났다. 회사와 안면인식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열정적인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쉬 대표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국 공안 당국으로부터 제공받은 CCTV 영상을 대형 스크린에 띄워 영상 속 실제 보행자들의 얼굴을 기기가 단 몇 초 만에 분석하고 식별하는 일련의 과정을 설명했다. 쉬 대표는 “중국 지방 공안부와 협력해 안면인식 기술 개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실제 범인 검거에도 쓰일 만큼 얼굴 인식률이 무척 높다”고 밝혔다. 특히 화질이 좋지 않은 영상 속 인물을 클리닝 기술을 통해 파악해 내는 기술은 놀라움을 넘어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걸음걸이 등 정보를 속도와 각도 변수까지 고려해 특정 인물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센스타임은 이미 가지고 있었다.

설립된 지 불과 만 4년도 안 된 센스타임은 퀄컴, 알리바바, 쑤닝,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7월 AI 스타트업이 추진한 단일 투자유치로는 최대규모인 4억1000만달러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센스타임의 기업가치는 최대 45억달러에 이른다. 센스타임은 명실상부 중국 대표 AI 유니콘으로 자리 잡았다.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설립 10년 이하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한다. 차이충신(蔡崇信) 알리바바 부회장은 “센스타임은 AI 분야에서 개척자로 통한다”며 “(센스타임에 투자한) 알리바바는 AI 투자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센스타임은 화웨이, 샤오미, 하이난항공, 유니온페이 등 중국 굴지의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최근 쉬리 대표를 소개해 준 지인과 우연히 연락이 닿아 센스타임의 비약적인 성장 이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센스타임에 정통한 이 관계자는 “회사가 설립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중국 당국으로부터 지원 및 기술 협력 제안이 들어왔다”며 “당시 당국은 얼굴인식 기술과 같이 국가 치안 유지에 도움이 되는 영역에 투자를 늘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센스타임은 중국 공안 및 무장경찰에 자사 안면인식 분석 기술을 제공하고, 범인 색출이 가능한 스마트 안경, CCTV 영상 식별 플랫폼을 함께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공안이 5만 명이 운집한 콘서트장에서 수배범을 체포했는데 이때 센스타임의 얼굴인식 기술이 활용됐다. 이 관계자는 “센스타임과 같은 수많은 기술 업체들이 중국 당국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며 “물론 첨단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이롭게 사용되고 있지만 감시와 내부 통제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중국 당국이 빅브라더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기술 업체들을 포섭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빅브라더는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나오는 전지전능한 가공의 통치자에서 따온 용어로, 국가가 정보를 독점해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 체제를 뜻한다.

지난해 중국은 국내 안보 비용으로 1조2400억위안(약 209조5600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체 정부 예산의 6.1% 수준이자 국방 예산보다 20% 많은 수치다. 특히 안보 비용 증가율이 매년 고공행진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6년 중국의 안보 지출은 전년 대비 17.6%나 뛰었고, 지난해에도 12.4%나 늘어나 최근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의 국내 안보 비용은 주로 중국 공안과 무장경찰, 법원과 검찰, 교도소 등에서 운영비 명목으로 지출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안보 비용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중국 정부가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최첨단 감시·추적 장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면인식 기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도 중국 당국이 내부 통제와 치안 유지 명목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중국 치엔잔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안면인식 기술 시장은 2016년 9억9000만위안 정도였지만 2021년 51억위안, 2025년에는 250억위안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2호 (2018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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