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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혁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시리아 리스크’에 유가·알루미늄값 껑충-글로벌 무력충돌 먹구름 중동 리스크 부각에 뜨는 원자재
기사입력 2018.05.11 11: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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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새벽 하늘 위를 미사일이 가로지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원자재시장에 거대한 충격파를 던졌다.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받고 있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시설을 겨냥해 미국을 포함한 연합군이 공습을 단행한 것이고, 또 하나는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로 인한 알루미늄 가격 폭등이다.

시간은 지난 4월 11일(현지시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시리아 공습’을 예고하면서 중동의 무력충돌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그는 “멋지고 새로운, 스마트한 미사일이 갈 것이니 러시아는 준비하라”고 썼다.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고위 관료들의 인사 발령을 냈던 그가 시리아 공습마저 트위터로 예고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가 시리아를 겨냥한 미사일은 어느 것이든 격추한다고 다짐했다는데 너희(러시아)는 자국민을 죽이는 걸 즐기는 독가스 살인 짐승의 조력자가 되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이 시리아를 향해 날아갈 경우 이를 격추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였다. 레바논 주재 러시아대사 알렉산드르 자시프킨은 헤즈볼라 매체 알마나르티브이(TV)와 인터뷰에서 “미군이 공습을 한다면 그 미사일은 요격당할 것이고 발사 원점도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시리아 공습 계획을 알린 가운데 프랑스,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을 예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동맹국인 미국·영국과 전략적 정보를 계속 논의하고 있으며 우리의 결정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시설을 공격하는 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미국·영국·프랑스 연합군은 시리아 내 화학무기 시설을 4월 14일 새벽(시리아 시간 기준) 격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밀 타격을 명령했다”고 밝혔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일회성 공격으로 추가 공격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러시아 군인들의 예기치 않은 사망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관련 시설로 공습을 한정하는 계획을 짰다는 점을 피력했다. 지난 2017년 4월 시리아 공습 때는 정부군 공군기지 등 군사시설을 직접 겨냥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 있는 바르자 연구개발센터와 시리아 서부도시 홈스 외곽의 ‘힘 신샤르 화학무기 단지’ 저장고·벙커 등에만 집중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러시아와 이란을 자극하지 않도록 ‘외과수술식’ 정밀 타격에 공을 들인 기색이 역력했다. 미국·프랑스 등 서방국과 러시아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 벌어지자 원유와 알루미늄, 구리, 아연 등의 가격이 급등세를 탔고 트레이더 등 시장 참가자들도 패닉에 빠졌다.



▶유가 80달러 돌파 전망… 일각선 100달러 거론

지난 4월 18일(미국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9%(1.95달러) 급등한 68.47달러를 기록해 70달러선에 거의 육박했다. 이는 2014년 12월 1일 이후 최고치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2.77%(1.98달러) 오른 73.56달러에 거래됐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재고가 110만 배럴 줄었다는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발표가 유가를 자극했지만 시리아 사태 등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원유시장에선 매수 우위가 한동안 지속되고 숏셀링(공매도)에 대한 리스크 경계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스콧 게카스(Gecas) 롱리프트레이딩그룹 수석전략가는 “유가 상승을 자극할 뉴스가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서방국의 시리아 공습, 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제재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시리아 사태에 이어 이란 제재 여부가 올여름 유가를 끌어올릴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이에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 적정선을 배럴당 8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권력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유가 부양 발언과 일치하는 것이다. 빈살만 왕세자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유가 강세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레디트스위스도 올해 유가전망을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에서 71달러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를 56달러에서 66달러로 높였다. 일부 에너지 전문가는 올 하반기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2013년에서 2014년 상반기까지 지속됐던 세 자릿수 유가가 재현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천연가스 등 대체재가 존재하는 데다 미 셰일오일 업체의 증산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유가 100달러 돌파를 예상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동 위기에 따른 원자재 공급망 혼란이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원자재 투자에 대한 비중 확대를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원자재에 투자할 경우 향후 1년 내로 10%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알루미늄 가격도 상승 랠리를 거듭했다.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미국이 추가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러시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루살이 타격을 받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 4월 6일 이후로 일주일새 18%나 뛰었다. 알루미늄 값이 단기간에 치솟자 음료수 캔, 자동차, 항공기 등 알루미늄을 원자재로 쓰는 기업들이 패닉에 빠졌다. 가격이 더 뛰기 전에 수량을 확보해 놓으려는 사재기 현상이 불거질 기미를 보이면서 예기치 못한 급등세가 연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니켈 가격도 하루 새 10% 급등할 만큼 중동 위기와 러시아발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4월 18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톤(t) 당 니켈 가격은 1만5875달러까지 올라 2014년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니켈 가격이 하루만에 10% 상승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도 시리아 사태와 미·중 무역전쟁 우려, 달러 약세 등의 여파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4월 18일(미국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온스당 0.3%(4달러) 오른 1353.5달러를 기록했다. 월가 금융기관 관계자는 “시리아발 중동 리스크가 한동안 지속될 수 있어 원자재 시장의 급변동 가능성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동 정세에 변수가 많아 특정한 방향을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2호 (2018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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