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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굴기 선언한 중국 글로벌 인재 싹쓸이
기사입력 2018.03.09 11: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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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추싱 앱

지난 2월 중국 최대 공유자동차 업체인 디디추싱은 ‘인공지능(AI) 2.0 시대를 준비하는 디디’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고 ‘AI Labs(이하 AI 랩)’ 출범식을 가졌다. AI 랩의 초대원장은 미국 미시간대 기계공학과 종신교수이자 디디추싱 부회장인 예제핑 교수가 맡았다. 디디추싱의 AI 랩은 현재 200여 명의 석·박사급 AI 연구원과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2020년까지 1000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예 원장은 “인공지능이야말로 미래 IT 세상을 이끌어갈 핵심 기술”이라며 “지금 AI 시대를 준비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도태될 것이란 위기감 때문에 디디추싱은 AI 인재 육성과 AI 기술 선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500여 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디디추싱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용자가 4억5000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2500만 명이 디디추싱을 통해 차량을 부른다. 디디추싱은 일찌감치 AI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차량 호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디디추싱은 전신인 디디다처가 설립된 2012년 이후 디디 중국 연구소와 디디 미국 R&D 연구소를 잇따라 만들었다. 초기에는 ‘차량과 승객 간 빠르고 편리한 연결’에 집중했다. 승객이 디디추싱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면 위치 추적 기능을 통해 가장 근거리에 있는 차량을 섭외해 매칭을 시켜줬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5년 넘게 쌓인 데이터는 AI 기술과 만나 보다 정교한 자동화 서비스로 진화 중이다. 디디추싱은 승객별로 이용 시간, 이동 장소, 호출 빈도, 주로 이용하는 차종 등을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사들의 데이터도 동시에 분석해 쌍방향으로 최적의 매칭을 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데이터 분석 애널리스트들이 깊이 관여해 매칭 서비스를 진행해 왔다면 이제는 AI 시스템이 그들을 대신해 전면 자동화 매칭에 도전하고 있다.

디디추싱에 따르면 호출 이후 5분 내에 해당 차량이 현재 승객의 위치까지 도달하는 ‘매칭 성공률’은 89% 수준이다. 디디추싱 AI 랩은 AI기술의 활용범위를 수요 예측 분야와 전국 교통망 시스템 구축으로 넓히고 있다. 예 원장은 “디디추싱은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차량 공급 및 수요를 예측하고 있다”며 “15분 후의 수요 예측 정확도가 85% 수준으로 무척 높다”고 말했다. 디디추싱은 현재 톈진시 등 지방정부와 ‘미래형 교통망 제어 시스템’을 공동 연구 중이다. 이 시스템은 도시의 교통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면서 교통량 분산, 차량 공급 등을 중앙에서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또 디디추싱은 향후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해 AI기술이 접목된 전자 교통 체계 표준을 만들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사고 없이 제대로 운행되기 위해서는 각종 신호체계, 통신망, 차량 센서, 보안 등 교통 인프라스트럭처(인프라)가 AI 기술로 온전히 제어돼야 한다. 디디추싱이 AI 기술을 통해 앞당기고 싶어 하는 미래는 바로 ‘지능형 교통 시대’다. AI가 알아서 전국의 교통을 통제하고, 무인차를 보내 승객을 태운 다음 목적지에 내려다 주는 등 ‘전면 스마트 자동화’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설립된 지 10년도 안 돼 중국의 대표 성공 기업으로 성장한 디디추싱은 ‘AI 굴기’에 나선 중국의 현주소를 말해 주는 사례다.

중국 기업들은 2014~2015년을 기점으로 AI 산업 육성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첫 시작은 ‘AI 인재’ 확보에서 출발했다. 신기술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중국 IT공룡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물론이고 드론, 공유자동차, 음식배달 서비스, 제조,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속한 기업들까지 ‘AI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BAT 가운데 가장 먼저 액션을 취한 곳은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다. AI 기술을 자율주행차 개발에 접목시키고 있는 바이두는 지난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소를 설립하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AI 연구를 담당했던 인력들을 대거 영입했다. 현재 바이두 AI기술연구소 책임자인 왕하펑 부총재를 필두로 페이스북에서 딥러닝 연구를 했던 쉬웨이 연구위원, 벨연구소 출신이자 자연어 처리 최고 전문가인 케네스 워드 처치 등이 바이두 AI팀에 포진해 있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와 물류 플랫폼에 AI 기술을 융합시키기 위해 AI 전문 인력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1월 알리바바에 합류한 마리오 세게디는 양자 알고리즘 권위자로 컴퓨터 분야에서 노벨상으로 불리는 괴델상을 두 차례 수상한 바 있다. 아마존 수석 과학자 출신인 랸샤오펑은 지난해 6월 알리바바에 합류해 AI 무인상점 운영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텐센트에서는 장퉁 연구주임이 텐센트 AI 랩을 이끌고 있다. IBM, MS 등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한 장 주임은 60개의 AI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 전문가다. 그는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국 정부 공인 최고 전문가 1000인에 속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바이두 자율주행차

중국 기업들은 AI 인재 영입뿐만 아니라 AI 기금조성 및 투자에도 힘쓰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2020년까지 AI 분야 연구개발(R&D)에 150억달러(약 16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알리바바는 지난해까지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집행해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5개 국가 7개 도시에 8개의 AI 연구센터를 세우고 3만 명에 달하는 글로벌 AI 전문가를 아우르는 ‘AI 공동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아이폰 제조 공장’으로 유명한 폭스콘은 향후 AI 연구개발에 21억위안(약 36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탁 제조 분야에서도 AI 기술을 접목시켜 맞춤형 자동 생산라인을 만들기 위해서다. 바이두 AI 연구위원 출신인 우언다는 지난 1월 1억7500만달러(약 1900억원)에 달하는 AI 기금을 설립했다. 우 회장은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 AI 저변과 경쟁력을 키워 건실한 AI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기금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기업 가운데 비록 초기지만 AI 연구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배달 앱 서비스 기업인 메이퇀은 지난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서빙해 주는 AI 로봇을 선보였다. 자리 안내는 물론 손님이 AI 로봇을 통해 주문을 하면 주방에 무선 시스템으로 오더를 보낸다. 또 음식이 나오면 AI 로봇이 손님 자리까지 직접 갖다 준다. 메이퇀은 2020년을 목표로 AI 기술을 활용한 무인 레스토랑 시스템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알리바바는 자사 물류 플랫폼인 ‘차이냐오’에 AI 기술을 접목시켜 배송 효율을 크게 높였다. 물류 창고를 중앙에서 통제하는 AI 시스템이 창고 안에서 물건을 분류하는 무인 로봇을 제어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인부들이 물건을 직접 정리하는 일은 크게 줄어들었다. 또 AI 무인 로봇을 통해 창고에서 물건을 찾아 배송 차량에 싣는 작업을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이 같은 AI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알리바바는 지난해에만 AI 인재 30명을 전격 배치했다.

중국 당국은 제조업 선진화를 꾀하는 ‘제조 2025’ 프로젝트와 함께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규획’을 발표했다.
제조업에 AI 기술을 융합시켜 ‘지능형 제조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규획의 골자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중국의 AI 관련 기업은 총 592개로 글로벌 AI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AI 시장 규모를 1조위안(약 170조원)으로 키우고, 인공지능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를 합산한 ‘범(凡)AI 시장 규모’를 10조위안(1700조원) 이상으로 육성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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