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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명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매파 vs 비둘기파 힘겨루기, 트럼프의 선택은? 평창 이후 북한의 도발과 11월 중간선거가 변수
기사입력 2018.02.28 16: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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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손바닥 뒤집든 오락가락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미국 대북정책 이야기다. 대화가 우선이라고 했다가도 며칠 사이에 곧 전쟁이 날 것처럼 떠들고, 또 며칠 지나면 상황이 뒤바뀌곤 했다. 북한이 핵 미사일을 미국 본토를 향해 쏘겠다고 하니 미국도 정신이 없을 테지만 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달린 우리로서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당사자인 우리만큼은 아니겠지만 미국으로서도 대북정책이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다. 한국에 살고 있는 14만여 명 미국인의 안위도 문제지만,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는 미국 내 여론도 심상치 않다. 백악관은 이미 2018년 핵심과제 중 하나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꼽고 있다.

온건파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미국의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이유가 최근 윤곽을 드러냈다. 외교·안보 분야에 문외한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단의 역량도, 의지도 없는 와중에 백악관과 내각에서 강경파와 온건파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경파가 득세할 때는 대북 선제타격, 군사적 옵션 검토 등의 움직임이 강해졌다가 온건파가 다시 힘을 얻으면 대화 타진, 외교적 해결 노력 등이 활발해진 것이다.

현재로써는 수적으로 강경파가 다수에 있는 듯하다.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강경파의 중심에 있다. 그의 지휘를 받고 있는 맷 포틴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들은 북한은 핵·미사일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이미 역대 정권에서 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은 다했기 때문에 남은 것은 강제적으로 또는 물리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파괴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강경파의 일원이다. 폼페오 국장은 외부 강연이 있을 대마다 북한은 핵·미사일을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에 임박했다고 주장한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강경파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주도해 온 인물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해 대북제재 협력을 이끌어냈으며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 등 극단적인 제재를 통해 북한이 스스로 핵·미사일을 포기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건파는 수적으로 열세지만 대북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핵심 포지션을 장악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그들이다. 이들은 군사적 옵션은 정말 최악의 경우에, 최후의 순간에만 사용할 수 있고 그 전에 최대한의 외교적 노력과 대화를 타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비핵화 대화가 아니더라도 아무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매티스 국방장관은 미국의 군사력은 공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외교적 힘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중도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코리아 체어’ 책임자

강경파가 득세하느냐, 온건파에게 힘이 실리느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좌우됐다.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 일이나 잘하라”며 면박을 준 적이 있다. 이때는 강경파가 힘을 발휘할 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을 때는 온건파에게 힘을 실어줄 때다.

북한의 도발 때문에 미국 내 권력의 균형추가 온건파와 강경파를 오가기도 했다. 지난해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 11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형을 발사했을 때는 강경파에 힘이 실렸다. 트럼프 대통령도 강경한 메시지로 북한에 경고를 줬으며 대북제재도 강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직후, 그리고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해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렸을 때,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을 때 등은 강경파가 쥐었던 힘이 온건파로 이동하는 시기였다.

이 와중에 한때 주한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도 낙마하는 비운을 겪었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되 전쟁은 안 된다는 확고한 중도 노선을 고수하던 차 교수는 북한이 도발할 때는 강경파로부터 온건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북한이 유화 제스처를 보낼 때는 온건파로부터 강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평창올림픽 이후가 문제다. 강경파들이 주장했던 제한적 대북 선제타격인 이른바 ‘코피 전략’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는 카드다. 온건파의 주장대로 북한과의 탐색적 대화 가능성도 부상했다. 누구에게 힘이 실릴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에 달렸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새로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도발한다면 미국에서는 강경파가 득세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유화 제스처를 고수한다면 대화를 추구하는 온건파의 입김이 커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은 한반도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보다 당장은 11월 중간선거다. 11월 중간선거에 도움이 되는 쪽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아직은 트럼프의 결심이 선 것 같지 않다. 다만 미국 내 여론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북한을 방문했다가 혼수상태로 석방된 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와 같은 사례,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에서 그 능력이 입증되는 경우, 북한의 강한 북미대화 의지 표명,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그 결과 등이 미국 여론 변화에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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